[신동아 만평 ‘안마봉’] 2025년 ‘민주주의 수호자’ 미국의 이중성

  • 황승경 문화칼럼니스트·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25-01-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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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정승혜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의 영토 팽창주의가 끝이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제국주의적 행보’라고 지적한다. 주권을 존중하는 자유의 나라 미국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도발을 이어갔다. 그는 그린란드 편입에 군사·경제적 수단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고 했다.

    덴마크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나토는 회원국을 공격하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그린란드가 아무리 희토류가 풍부하고 미국의 군사·안보상 중요한 곳이라고 해도 이는 대통령의 영토 확장 욕망을 넘어서는 문제다.

    캐나다에도 이미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캐나다에 대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어떠냐”고 밝혀왔는데, 이날도 “캐나다 편입을 위해선 (군사력이 아닌) 경제적 수단만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곧 미국의 황금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암흑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은 오랜 시간 함께 가꾸고 키워가는 식물과 같다. 그래야 꽃을 피운다. 관세정책이란 것도 소비자들과 해외 기업들의 희생을 담보로 미국의 생산자, 즉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정책 아닌가. 당장의 관세 놀음에 빠져 생산효율화와 기술경쟁력 제고 같은 자유무역의 선물을 등한시한다면 결국은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1935년
    ‘민주주의 수호자’ 미국의 이중성

    만일 미국이 쿠바나 필리핀의 자유에 대하여 그렇게 동정한다면, 노신사여! 피보호자에 대한 관세를 너그러이 해야 할 것이다.
    -신동아 1935년 9월호-


    ‘신동아’ 1935년 9월호는 미국 뉴욕포스트에 게재된 만평을 소개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근간인 보편적 인권과 자유의 강력한 수호자로 떠올랐다.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민족자결주의’를 외치며 “외세 간섭 없이 자국의 정치적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패전국 식민지 국민에게 제한된 ‘빛 좋은 개살구’였다. 조선을 비롯한 많은 식민지 국민은 ‘희망 고문’을 당했다.

    윌슨 정부는 쿠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와 필리핀을 열강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시키며 평화롭게 주권을 이양하는 듯 보였지만, 사사건건 내정에 간섭했고 막대한 경제적 이권을 챙겼다.

    1929년 세계경제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설탕과 카카오오일을 비롯한 농산품과 공산품 2만여 개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관세법을 제정했다. 이는 설탕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심각한 경제난을 경험한 쿠바인들의 가슴에 ‘반미 정서’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뉴욕포스트는 겉으로는 열강의 위협을 받는 약소국들이 자주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온갖 제약을 걸어놓는다며 미국 정부를 촌철살인한다.

    당시 공화당의 리드 스무트·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현재까지도 무역 갈등이 있을 때마다 미국이 들이미는 주요 카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스무트-홀리’라는 수식어가 달린 카드가 곧 날아들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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