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자동차 렌털 및 리스 저렴하게 이용하는 법

[밀착취재] 운전 잘하는 사업자는 리스, 서툰 사회 초년생은 장기 렌트 이득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5-02-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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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트·리스 장점은 경제성, 편리성, 대기 없는 출고”

    • 36개월 타고 반납하려면 잔존가치 높은 차량 골라야

    • 리스로 5년간 벤츠 타고 2500만 원 인수 가능

    차량을 리스로 이용하는 사업자는 리스료 100%가 비용 처리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Gettyimage]

    차량을 리스로 이용하는 사업자는 리스료 100%가 비용 처리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Gettyimage]

    북한이탈주민 이모(35) 씨는 “요즘은 자동차를 사지 않고 대여하는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했다. “목돈이 없어도 할부보다 적은 비용으로 당장 필요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매력에 끌려 자동차 리스를 결정하는 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는 이 씨에게도 최적의 선택지다,

    이 씨는 최전방 지역 군부대 등을 돌며 강의하는 것이 주업이다. 최전방 지역은 도로 특성상 시내 도로에 비해 노면이 고르지 못하다. 그런 탓에 10년 전 마련한 자동차가 자주 고장을 일으켰고,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나갔다. 게다가 월세를 살던 이 씨는 최근 3년 6개월 동안 모은 돈을 보증금에 보태 전세로 옮기면서 신차를 뽑을 여력도 없어졌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중고차를 할부로 구매하려 했지만 할부 이자가 크게 올라 수포로 돌아갔다. “1년쯤 돈을 모은 뒤 준중형 세단 중고차로 뽑자”고 계획을 선회했는데 “출고 대기 기간이 빨라야 13개월”이라는 얘기를 들어 또다시 자동차 구매 계획을 접었다.

    그때 동료 강사가 “렌트나 리스 방식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렌터카 중개업체에 문의하니 이 씨가 희망하는 차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그 덕에 대기 없이 빠르게 출고할 수 있었다고. 그는 “렌트 또는 리스는 현금 및 할부 구매와 달리 경제적인 데다 일시적이고 편리하다. 목돈 없이도 비교적 고가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흡족해했다.

    최근 이 씨처럼 자동차 렌트·리스 상품을 이용하는 일반인이 많아지고 있다. 법인 사업자나 전문직 등 한정된 수요자가 주로 이용하는 상품으로 여겨졌던 과거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에는 절세나 비용 처리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 이 상품을 선호하는 이가 적지 않다. 렌트·리스 등 자동차 대여 비중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트렌드 변화 ‘소유’에서 ‘이용’으로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와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렌터카로 등록(인가)된 차량 수는 122만823대에 달한다. 2020년 등록 대수가 105만1280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새 16%(16만9543대)가량 증가한 셈이다. 자동차 리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2024년 6월 발표한 ‘자동차 금융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금융 취급 규모는 연간 34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리스 차량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여신금융협회가 밝힌 국내 자동차 리스 취급 실적(금융리스, 운용리스) 가운데 대여 시장 대표 상품에 해당하는 운용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44%로, 4년 전인 2019년(26%)에 비해 18%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금융 트렌드가 소유에서 이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동차산업에는 두 가지 시장이 존재한다. 현금, 오토론, 할부금융 등을 이용해 자동차를 사고파는 매매 시장과 렌트 및 리스 방식으로 자동차를 빌려 타는 대여 시장이다. 렌트·리스 계약기간은 최단 12개월부터 최장 60개월까지 고객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36개월을 표준으로 삼는다. 고객은 매월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차량을 사용한다. 소유권은 업체에 있지만 차량은 고객이 항상 보유하고 있으므로 표면적으로는 고객이 소유한 차량으로 보인다. 고객은 이용료를 계약기간만큼 나눠 낸다. 그러므로 차량을 구입할 때 초기에 한꺼번에 많이 드는 취득세, 등록세 부담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차량가액의 10~30%인 보증금을 내면 차를 받을 수 있고, 이 보증금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되돌려받는다. 대체로 보증금은 차량의 잔존가치(계약 종료 시점의 차량 가치) 수준으로 정한다.

    연간 리스료 1500만 원까지 비용 처리 가능

    렌트와 리스는 몇 가지 차이점도 있다. 우선 렌트는 차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렌트사를 통해 대여하는 상품이다. 리스와 다르게 신용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채 또는 대출 상품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장기 렌트는 회사가 다량의 차량을 구매해 자동차보험료와 세금을 내기에 대여료에 보험료 등이 포함돼 개인이 지불하는 자동차보험료와 세금보다 좀 더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고가 나더라도 30만 원 내외 면책금을 업체에 내면 사고 처리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리스는 고객의 신용으로 차를 구매하는 금융상품이다. 리스사가 차량을 먼저 구입한 뒤 리스 상품 구매자에게 임대해 준다. 자신의 신용을 이용해 대출을 일으키고, 그 돈으로 캐피털사와 리스사가 차를 대신 구매해 그 차량을 빌려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리스는 금융상품처럼 부채로 취급하기에 신규 대출 계획이나 추가 대출 한도 신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달 지불하는 이용료에는 자동차보험료와 자동차세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개인이 이를 따로 납부해야 한다.

    렌트사가 다량으로 차를 구매해 보험료와 세금을 지불하는 장기 렌트와 비교했을 때 리스 이용료가 좀 더 비싼 편이다. 소유권 이전 여부도 각기 다르다. 리스는 계약 종료 시 차량을 구매할 수 있어 소유권을 옮길 수 있다. 차량을 리스 방식으로 사용하면 절세 효과도 있다. 사업자일 때 리스료가 100%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리스 차량은 자산과 부채에 잡히지 않는 데다 연간 리스료 1500만 원 한도로 비용 처리가 가능하므로 회계 처리가 간편하다.

    리스를 고려할 때는 이처럼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렌터카는 ‘하·허·호’ 등 ‘히읗(ㅎ)’으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쓴다. 문자 특성상 쉽고 빠르게 식별돼 렌트 차량임이 드러나는 게 신경 쓰인다면 일반 번호판이 달리는 리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사고 이력이 적고 운전 경력이 오래돼 보험료가 낮은 경우에도 리스가 유리하다. 반대로 운전이 서툰 26세 이상 사회 초년생이고 사고 경력이 많으며 본인 명의로 보험을 들 수 없거나 개인 신용대출 및 주택 전·월세 대출, 대출 한도 증액 계획이 있다면 장기 렌트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렌트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약을 갱신하거나 종료할 수 있지만 리스는 계약 종료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기간 차량을 끌거나 다양한 차종과 모델을 경험하고 싶다면 렌트가 유리하다. 반대로 장기간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데다 구매 비용을 분할 지불하고 싶다면 리스를 고려하는 게 이득이다. 희망 차종이 국산차라면 장기 렌트를, 수입차라면 리스를 이용하는 게 통상적이다. 장기 렌트는 월 대여료에 보험료가 포함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수입차의 경우 매달 납부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차량 인수할 계획이면 잔존가치 낮추는 게 유리

    소규모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변세영(41) 씨는 사업용 차량이 필요해 렌트와 리스 대여료 견적을 한 달 내내 여러 곳에서 받았다. 같은 종류의 차량이어도 업체마다 대여료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업체라도 영업사원마다 대여료에 큰 차이를 보였다. 변 씨는 “같은 브랜드 프랜차이즈인데도 음식값을 매장마다 다르게 받는 격”이라며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업체마다 렌트 및 리스 이용료가 천차만별인 이유는 금융사를 포함해 제조사(국산차) 또는 딜러사(수입차)가 산정하는 수익률이 다 다른 데 있다. 일반적으로 렌트·리스 금융 구조는 제조사(국산차)나 딜러사(수입차), 금융사와의 계약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대여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융사의 수익률이다.

    신차라도 사는 순간 감가상각이 일어나며 중고차가 된다. 금융사는 차종과 계약기간을 고려해 잔존가치를 설정한다. 금융사는 계약 종료 시기를 기준으로 자동차의 중고 가격을 미리 산정한 뒤 신차 가격에서 그 값을 제외하고 계약기간으로 나눠 이용료를 산정한다. 여기에 금융사마다 금리, 수익률 등이 다르기에 동일한 차량을 같은 조건으로 계약해도 대여료가 달라진다.

    리스 방식으로 국산차를 3년간 이용한 뒤 반납할 생각이라면 잔존가치가 높은 차량으로 택하는 게 이득이다. 현재 차량 가격에서 잔존가치와 보증금, 선납금을 빼고 남은 금액으로 매달 분납하기에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월 납입료가 낮아진다. 반대로 해당 차량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잔존가치를 낮추는 게 유리하다.

    예컨대 리스사에서 벤츠 E클래스의 잔존가치를 1500만 원으로 잡았다고 가정해 보자. 60개월 약정 기간이 끝나 해당 차량을 인수할 때 중고가가 2500만 원으로 책정되면 거저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자동차 렌트·리스 중개업체 대표는 “인터넷으로 여러 회사의 조건을 검색해 자신에게 유리한 업체를 고르면 도움이 된다. 각 업체 상담원이나 영업사원과 직접 상담해서 계약 종료 후 차량을 반납할 테니 잔존가치를 높게 설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업체 3곳 이상 견적 받아 비교해야

    대여료가 업체마다 상이한 또 다른 이유로 고객의 신용 점수, 소득 등에 따른 구매 방식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영원사원의 판매수당에 따라서도 대여료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가 꼼꼼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일수록 영업사원의 판매수당을 높게 책정한다.

    렌트·리스 시장 구조는 복잡하다. 우선 자동차 렌트업체나 리스업체가 국산차 제조사나 수입차 딜러사로부터 고객이 원하는 차량을 확보한다.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서는 캐피털 같은 금융사를 끼게 된다. 이 과정을 원스톱으로 연결해 주는 곳이 렌트·리스 중계업체다. 이들 업체를 통해 차량 매물 확인부터 계약, 차량 인도, 사후관리까지 처리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국내 대기업 임원의 거래가 많은 현대캐피탈을 통해 리스 계약을 체결하면 이용료를  아낄 수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국내 대기업 임원의 거래가 많은 현대캐피탈을 통해 리스 계약을 체결하면 이용료를 아낄 수 있다. [현대자동차]

    ‌관건은 고객이 희망하는 차종의 이용료가 저렴한 금융사를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차종별로 이용료가 저렴한 금융사가 따로 있을까.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리스할 경우 현대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이 이용료를 저렴하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기업 임원들이 많이 리스하는 그랜저를 대량 확보해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하나캐피탈은 다른 업체보다 잔존가치를 높게 설정해 고객이 부담하는 이용료가 낮은 편이라고 한다. JB우리캐피탈은 국내 중고차 시장을 할부금융으로 장악하고 있기에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등 수요가 많은 패밀리카를 리스로 저렴하게 타는 데 용이하다.

    한 자동차 렌트·리스 중개업체 대표는 “자동차 렌트·리스업체의 전략과 금융사의 금리가 시시각각 달라지므로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차종별 이용료는 매번 달라진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며 “자동차 렌트·리스 중계업체 서너 곳을 돌아다니며 이용료 견적을 받아보고 이를 비교한 후 결정하면 가성비와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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