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잦은 매’로 한동훈 격침시키고 보수 결집 ‘시동’

[집중분석 | ‘이재명 대항마’ 金·洪·韓 그리고 禹] “장이 섰다” 출마 선언한 ‘홍트럼프’ 홍준표

  •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입력2025-01-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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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사냥개’ ‘배신자’… 보수층 의식 변화

    • ‘탄핵은 안 된다’ 일관된 주장하며 개헌 요구

    • 보수결집 우선론… 몸집 키우고 중도 접근해야

    • 언론 불신·SNS 활용하는 ‘노무현-트럼프 미디어 전략’

    • 강적 김문수의 등장, 홍준표의 위기

    • 복당 둘러싼 ‘새 악재’ 명태균 의혹

    • 신뢰도 떨어뜨리는 막말 논란, 강경 보수 이미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의 차기 지도자 적합도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급부상보다는 덜 극적이지만, 홍준표는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25년 1월 9일 전국지표조사(N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홍준표는 7%를 얻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로 압도적 1위인 가운데, 홍준표는 같은 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2위에 올랐다. 1월 들어 홍준표는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2위(8.9%),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2위(8%)였다. 한국갤럽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재명(32%), 김문수(8%), 한동훈(6%)에 이어 4위(5%)를 기록했다.

    연말 연초에 깨진 이재명-한동훈 양강 구도

    차기 주자 판세를 보면, 이재명과 한동훈이 각각 여야 부동의 1위였던 큰 흐름은 연말 연초에 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기존 최저점인 선호도 11%는 한동훈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숫자였다. 필자가 ‘신동아’ 2024년 12월호에서 예상했듯, 11%가 깨어지자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동훈은 한 달여 만에 여권 1위 대선주자 자리에서 속절없이 내려왔다.

    한동훈은 집권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다 대통령 탄핵 소추에서도 찬성 측 편을 들다시피 했다. 평가는 엇갈렸다. 한동훈의 행보를 지지하는 의견도 꽤 있었다. 그러나 보수 진영 내에서 배신자 이미지가 조금 더 짙어진 측면도 있었다. 한 보수 성향 매체는 ‘대통령 탄핵 앞장선 한동훈 즉각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쓰기도 했다.

    한동훈은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런데도 친(親)한동훈계를 포함한 여당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당 지도부가 붕괴하고 말았다. 이렇게 ‘비자발적으로’ 한동훈은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중요한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는 극적으로 재기할 수도 있겠으나, 어렵다고 보는 평가도 있다.

    ‌이렇게 판세가 변하자 여권 주자들이 한동훈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인물 중 하나가 홍준표다. <그래프>를 보면, 2024년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54개 주요 매체의 홍준표·오세훈·김문수 관련 기사량은 모두 늘어났다. 이 세 사람이 정치의 중심으로 진입했다는 이야기다. 2024년 12월 홍준표 관련 기사량은 급증했다. 홍준표가 유력 정치인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계엄 탄핵 정국 초기부터 윤 대통령 편에 섰고,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차기 주자 선호도 수치에서도 홍준표는 여권 주자 중 비교적 선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확정돼 2025년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홍준표는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중도 지향의 한동훈과 달리, 그는 정통 보수 성향에 가깝다. 그러나 홍준표는 한동훈의 대안으로 확실히 치고 올라가지는 못하고 있으며, 김문수라는 비슷한 성격의 경쟁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다채로운 특성이 있기에 홍준표는 흥미를 끄는지 모른다. 현 정치 상황의 흐름 속에서 그의 인물 특성은 일곱 가지로 설명된다.

    1. 한동훈 대세론 격침

    한동훈 대세론은 무너졌다. 한동훈 본인의 책임이 크겠지만, 외부의 일등 공신은 홍준표인지 모른다. 잦은 매에 장사 없다고, 홍준표의 집요한 한동훈 때리기는 그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다. 홍준표는 여권 내 여론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몇 안 되는 빅 스피커이자 독설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설을 넘어 노골적 화법으로 한동훈에게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전가했다.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 놀이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먹었다.” (2024년 4월 12일)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애 데리고 와서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 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 (4월 12일)

    “다시는 우리 당에 얼씬거리지 마라.” (4월 15일)

    한때 홍준표는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 체제하에 패배한 4·10 총선 후 윤 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등 관계를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는 윤석열-한동훈 간 극한 갈등을 윤석열에 대한 한동훈의 배신으로 설명해 나갔다. 폐세자, 행성 등 다양한 은유를 양념으로 썼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 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 (4월 18일)

    “행성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항성으로부터 이탈하면 우주 미아가 될 뿐” (4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을 부득이하게 받아들여 모시고 있지만, 한동훈은 용서하기 어렵다.” “또다시 ‘갑툭튀’가 나타나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한동훈의 잘못과 무능을 미리 국민과 당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5월 10일)

    “지금 지도부처럼 대통령 권위를 짓밟고 굴복을 강요하는 형식으로 정책 추진을 하는 것은 무모한 관종 정치” “배신자 프레임에 한번 갇히면 그건 영원히 헤어날 길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10월 28일)

    홍준표는 “검찰 정치로 2년 동안 혼란이 있었는데 또 검찰에 기대어 연명하길 바라냐?”(5월 21일)라며 간헐적으로 검사 출신인 윤석열과 한동훈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홍준표의 공격에 한동훈은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질문을 받으면 “(지지층) 내부에서 짜치게(쪼잔하게) 왔다 갔다 하는 걸 원하시겠느냐”라며 “제가 가진 전투력을 나중에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맞서는 때를 위해 아껴두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동훈은 가끔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동훈에 대한 홍준표의 적대적 평가는 처음에는 여권 내 소수의견이었다. 그래서 한동훈은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돼 총선을 지휘할 수 있었고, 총선 참패 후에도 바로 당대표가 됐으며 한동안 여권 지지층이 가장 선호하는 대선주자에 올랐다.

    그러나 홍준표의 독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보수층의 의식 속에 스며들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홍준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었다. 2024년 말 대통령 탄핵과 겹치면서 한동훈 대세론은 일거에 무너졌다. 홍준표가 없었다면 한동훈 대세론은 건재했을 수 있다.

    2. 윤석열 탄핵 반대 앞장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7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7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홍준표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일찌감치 앞장섬으로써 유력 정치인들과 자신을 확실히 차별화했다.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 등 야권 지도자는 윤석열 탄핵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여권 지도자 다수는 대놓고 윤석열 편을 들지는 않았다. 반면, 홍준표만은 초기부터 윤석열을 감싸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놓았다.

    우선, 홍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경솔한 해프닝”으로 규정했다. 이 말은 ‘계엄은 잘못이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느껴질 수 있다.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었다. 꼭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유감이다. … 잘 수습하기 바란다.” (12월 4일)

    ‘계엄을 옹호한다’는 비판이 일자 홍준표는 며칠 뒤 이 말에 ‘주석’을 붙였다. 그러면서 야당의 공직자 탄핵을 비판했다. “계엄 사유도 안 되고 실행도 어설퍼 해프닝이라고 했고, 충정은 이해한다고 한 말은 거듭된 야당의 공직자들 묻지마 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야당 단독 예산처리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거였기 때문에 그랬다 …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하는 정치 문제인데 그걸 비상계엄으로 풀려고 했다는 게 패착이었다는 뜻.” (12월 9일)

    홍준표는 “국민들은 한국 보수세력을 탄핵한 게 아니라 이 당에 잠입한 용병 둘을 탄핵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맥상 용병 둘은 윤석열과 한동훈을 뜻했다. 계엄 탄핵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을 직접 비판한 홍준표의 거의 유일한 발언이었다.

    이후 홍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첫 표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탄핵은 안 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한동훈과 야당을 비난함으로써 탄핵 반대 논리를 구축하는 방식도 동원했다. 대통령을 옹호하되 대신 책임총리제와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했다.

    “차라리 한동훈과 레밍들은 탄핵에 찬성하고 유승민, 김무성처럼 당을 나가라.” “한동훈은 브루투스 같은 자다. 로마 원로원 개혁을 반대하고 자기를 키워준 양아버지 같은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 “이 사태가 온 근본 원인은 대통령과 한동훈의 반목에서 비롯.” (12월 11일)

    “내란죄는 철회해 놓고 내란 행위는 심판 대상에 포함시킨다? 내란 행위하고 내란죄는 무엇이 다른가. … 조급하게 대선 치러서 문재인 때처럼 대통령 거저먹어 보려고 모략을 꾸미니 스텝이 꼬일 수밖에… 국민이 가장 비도덕적인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 만들어주겠나?” (1월 8일)

    “또다시 헌정 중단을 겪으면 이 나라는 침몰한다. 대통령께서는 … 책임총리에게 내정을 맡기고 외교, 국방에만 전념해 주십시오. 약속하신 임기 단축 개헌 추진도 아울러 하십시오. 내후년 지방선거 때 대선도 같이 치를 수 있도록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개헌 추진하십시오.” (12월 7일)



    3. 보수 결집 후 중도 지향

    한동훈 등 최근의 보수 성향 유력 정치인은 대개 중도 확장을 우선시했다. 이를 위해 “국민 눈높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홍준표는 ‘선(先)보수 결집 후(後)중도 확장’에 가깝다. 홍준표는 진보 진영의 강한 반대에도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 ‘보수의 영웅’ 이미지가 있는 박정희를 앞세운 건 그의 보수 우선 기조와 연결된다.

    탄핵 사태 초기에 홍준표는 윤석열을 도왔지만, 보수 진영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탄핵 반대 여론도 상승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도 올랐다. 변화의 원인은 보수층의 결집이었다.

    윤 대통령이 여세를 몰아 탄핵 위기에서 빠져나온다면, 홍준표는 ‘모두가 윤석열에게 등을 돌릴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준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 보수의 주도권을 잡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탄핵이 확정되고 그 탄핵에 보수층이 분노한다면, 홍준표는 조기 대선에서 그 분노를 투표의 에너지로 변화시킬 적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될 수 있다.

    그러나 탄핵 반대 여론이 위축되고 윤석열과 탄핵 반대파가 내란 우두머리와 동조 세력으로 낙인찍히면, 홍준표의 앞길도 어두워진다. 탄핵 반대 여론의 증감은 홍준표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정치 지형상 홍준표로서는 중도 확장보다는 보수 결집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는 ‘동남풍’ 캠페인으로 영남 보수 결집을, ‘귀족노조’ 캠페인으로 우파 결집을 노렸다. 그 결과,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1·2위 후보에 한참 뒤처진 3위에서 출발해 실제 득표율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꺾고 2위에 올랐다. 홍준표 측은 홍준표가 3위가 아니라 2위를 했기에 보수 궤멸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한다.

    보수 결집 우선론에 따르면, 중도 확장은 보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 어렵다. 중도 확장에 치중하기 위해 진보 색채를 너무 강화하면 기존 보수층이 실망하고 흩어진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친다는 이야기다. 보수 결집은 이미 지지하는 보수 성향 사람들을 계속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쉽다. ‘잘되는 일을 뒤로 미루고 안되는 일을 먼저 하는 것’보다는 ‘잘되는 일을 먼저 하고 안되는 일을 그 후에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도 성향 사람들은 대개 우세한 쪽에 편승하는 추세 추종형이다. 보수를 먼저 결집해 어느 정도 세를 불린 후 중도에 접근하는 건 중도를 설득하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홍준표도 중도 확장을 지향하긴 한다. “내가 30여 년을 보낸 이 정당이 날지 못하는 새로 또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 70대가 넘는 노년층 지지자에만 걸구하는 정당이 미래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취약지인 청장년 세대로 확장을 희망하는 내용이다.

    홍준표는 2017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등을 거론하면서 “집권 시 스트롱맨이 되겠다”라고 했다. 2024년 12월엔 “트럼프와 맞짱 뜰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라고 호언장담했다. 2025년 1월 한국에 온 트럼프의 측근인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은 홍준표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 홍준표와 트럼프의 접점이 넓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가 주류 매체와 싸우고 침묵하는 보수 대중을 결집해 강한 보수 정권을 만든 것처럼, 홍준표는 한국판 트럼프를 지향하는지 모른다.

    대구참여연대는 1월 7일 내란선전죄 혐의로 홍준표를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계엄을 해프닝 등으로 옹호해 내란을 선전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대구시장 비서실장은 이틀 뒤 대구참여연대 측을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내란선전죄는 비상계엄 해제 후에 성립할 수 없어 홍 시장이 생각을 올린 행위가 내란선전죄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했다. 홍준표의 계엄·탄핵 발언에 대한 수사기관과 여론의 판단은 그의 행보와 정치적 입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탄핵 반대 주장에 대한 내란선전죄 적용이나 카톡 검열 움직임은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4. 盧-트럼프 닮은 미디어 전략

    홍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트럼프는 서로 유사한 미디어 전략을 공유하는 듯하다. 진보 성향 노무현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보수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대통령 임기 말엔 언론 전체와 불편한 관계였다. 대신 노사모라는 자신을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깊은 유대를 맺었다. 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보수 성향 트럼프와 CNN, 뉴욕타임스 같은 진보 성향 미국 주류 방송·신문은 서로 으르렁거렸다. 이에 트럼프는 X(옛 트위터) 같은 SNS를 대체재로 적극 활용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틱톡(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과 X(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결이기도 했다.

    홍준표는 “기레기” “무식한 언론” “지라시” 같은 표현을 쓰면서 노무현과 트럼프만큼 언론을 불신하기도 한다. 여야 정치지도자 중에 홍준표만큼 미디어에 비판적인 사람은 별로 없다.

    “탄핵 반대하면 극우라고 기레기들이 몰아가고 있지만 극우란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전체주의자들을 말하는 거란 걸 무식한 자들이 알 리가 있나?” (1월 8일)

    “평양 상공에 무인기 보낸 게 외환 유치죄가 된다? 무식한 언론이 소설을 써도 과하게 소설 쓰네. 북은 끊임없이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비무장 무인기 하나 올려보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1월 3일)

    “언론도 아직 온통 윤통 비난 일색이고 좌파들의 집단 광기는 극에 달하고 있네… 그러나 박근혜 때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거다.” (1월 6일)

    2023년 5월 8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다룬 모 방송사에 대해 홍준표는 “저급한 지라시 기사나 써대는 언론에 대해서는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것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나는 성향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언론으로 대접해 준다”라고 했다. “언론이라는 이유만으로 저급한 비방 기사나 남발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고 지라시에 불과하다. 지라시 기자 갑질에 고통받는 공직자나 국민들이 얼마나 많으냐?”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은유를 동원해 언론이 편향 보도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홍준표는 “한국 보수정당이 적통이고 지금 우리가 이기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하도 언론이 취급을 안 해주니까 페이스북 글로 선거운동을 한다. 우리 당 대변인이 13번 발표해도 한 줄도 안 써준다. 에이 못된 놈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처럼 홍준표는 언론을 불신해 그 대안을 찾았고, 그 결과 페이스북을 자신과 대중을 직접 이어주는 미디어 채널로 활용했다. 그 방식과 관련해 홍준표는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사진)에 게시물로 올린다. 여러 언론매체는 그 게시물을 기사화한다. 대중은 홍준표의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을 직접 보거나 기사를 통해 게시물을 간접적으로 접한다. 이런 이원화된 루트로 홍준표는 원하는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홍준표는 언론을 가끔 불신하지만, 홍준표를 보수의 빅 스피커로 만들어준 건 페이스북과 언론 모두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의원은 홍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대중적 인지도가 좋다. 홍준표 시장의 장기로 보면 말이 바뀌고 이런 것도 많은데, 1~2주 프레임을 놓고 보면 그 시점에 기사화가 될 만한 메시지를 많이 하신다. 단기 메시지에 엄청난 장점이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준표는 이준석을 “보수우파 진영의 차세대 주자”라고 치켜세웠다.

    페이스북 이외에 홍준표는 2022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홍카콜라’라는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홍준표의 미디어 전략은 언론에 피해의식을 느끼면서 SNS를 매우 중시한 노무현-트럼프와 유사한 편이다.

    5. 지지층 겹치는 강적 김문수의 등장

    한동훈 대세론이 꺾인 후 홍준표의 지지도는 오르긴 오르되 괄목할 정도로 뛰어오르진 않는다. 그만큼 홍준표의 한계도 많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한국갤럽의 2025년 1월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권 대선주자 중 1위에 올랐다. 일관되게 윤 대통령을 지지한 그의 행적이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후인 2024년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라”라는 야당 측 요구에 한덕수 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일어나 머리를 숙였지만, 김 장관은 앉은 채 거부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계엄이 위헌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는 “생각이 다르다”라며 “(대통령 탄핵이) 우리 국민에게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일부를 임명한 것과 관련해 그는 국무회의에서 “정치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인데 여야와 논의하셨나?” “당과 당정회의라도 하셨나?”라며 최 권한대행을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반대로 보수층 일각이 결집하면서 김문수의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크호스 김문수의 급부상은 김문수와 홍준표의 지지층이 보수우파로 겹친다는 점에서 홍준표의 위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문수는 장관·경기도지사·3선 의원 경력을 지녔으면서 서울시장선거·총선 낙선 후 공백기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인물로 인식되는 점이 있다. 홍준표, 김문수, 이재오 전 의원 3인은 김영삼 정부 시절 영입된 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왔으며 보수정당의 주축이 돼왔다.

    6. 새 악재 ‘명태균 의혹’ 발생

    2024년 하반기부터 이른바 명태균 의혹이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명태균 씨의 변호인은 12월 라디오에서 홍 시장이 명 씨를 통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복당을 부탁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홍준표는 명 씨의 변호사와 명 씨를 허위 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종인은 1993년 4월 동화은행 뇌물 사건 때 함승희 검사 대신 조사실로 들어가 뇌물 자백을 받은 뇌물 사범”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에게 복당 부탁을 할 수 있겠나” “내 복당은 김종인 퇴출 이후 우리 당 당대표 후보들이 전당대회 경선에서 만장일치로 복당 찬성을 했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가 복당시킨 것.”

    경남 창원에서 여론조사업체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 씨는 2024년 9월부터 여권 내부 선거 공천 개입 논란과 관련한 폭로를 이어왔다. 그는 2024년 11월 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참여연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홍준표 시장을 고발했다. 2022년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당시 명태균 씨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홍 시장 측은 무고 혐의로 대구참여연대를 고발했다. “홍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고, 캠프 소속도 아닌 측근에게 선거 사무를 맡긴 일도 없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시켰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악재는 시간이 갈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에 따라 효과도 반감된다. 그러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계속 공급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홍준표로선 명태균 의혹에서 벗어나는 것을 급선무로 여길 것이다.

    7. 막말·강경보수 이미지 여전

    막말·강경보수 이미지도 홍준표가 극복해야 할 현실적 과제다. 아슬아슬한 표현 수위의 발언이 많아서인지 홍준표는 막말 논란에 자주 휩싸인다. 이러한 이미지는 지도자로서의 안정감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대선 본선 경쟁력도 낮춘다. 특히 상당수 여성과 젊은 세대는 이런 발언을 혐오한다.

    홍준표는 감탄을 자아내는 신선한 비유를 지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막말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사람의 행위와 인격을 구분해 행위는 얼마든지 비판하되 인격 자체는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 “연탄가스 같은 정치인” 같은 발언처럼 사람을 부정적 사물이나 동물에 빗대어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말을 잘하되 너무 나간 표현을 제어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긍·부정이 혼재된 불안정한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을 지킨다는 홍준표의 행보는 보수층 표를 얻는 편익과 강경보수 이미지를 강화하는 비용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이 비용은 줄어든다. 사실 이 문제는 홍준표뿐만 아니라 보수 정치인 모두에 적용되는 사안이다.

    광역단체장으로서 홍준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 대구·경북을 합쳐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하는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1년 기사 데이터로 인물 특성 검증

    아래의 단어 구름은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홍준표에 관해 보도한 54개 매체 기사 2만613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연관어를 보여준다. 필자가 지금까지 소개한 홍준표의 인물 특성은 기사 데이터에서 추출한 이들 연관어로 검증된다.

    ‘대구’는 홍준표의 시장 직책과 업무를 구성하는 대구를 지칭한다. ‘여론조사’ ‘오세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홍준표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오세훈과 함께 이재명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점을 보여준다. ‘비상대책위원장’은 홍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한동훈을 자주 공격한 사실을 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대구참여연대’ ‘내란선전죄’는 홍준표가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지원에 적극적이었고 시민단체에 의해 내란선전죄로 고발될 정도로 대통령 탄핵 반대에도 열성이었던 점을 나타낸다. ‘동대구역 광장’과 ‘박정희’는 홍준표가 보수 결집의 상징으로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동상 제막을 중요하게 활용했음을 시사한다.

    ‘페이스북’ ‘SNS’ ‘이준석’은 홍준표가 페이스북 등 SNS 중심의 미디어 전략을 주로 사용해 왔고, 이를 매개로 이준석과도 우호적으로 소통한 점을 보여준다. ‘명태균’은 명태균 의혹이 홍준표의 새로운 악재임을 나타낸다. ‘신공항’ ‘경북’ ‘행정통합’은 홍준표의 행정가 과업이 신공항 및 경북과의 행정통합에 집중됐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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