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미·중 경쟁 더 치열… 한국엔 ‘선택’ 압박 거세질 것

[특집 | ‘글로벌 대격변’ 예고…트럼프 2.0 시대 개막!] 트럼프 2.0 시대, 한·중 관계 불확실성 더 커진다

  •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사)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

    입력2025-01-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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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대 → 협력 → 경쟁·충돌 3단계 거친 한·중 관계

    • 新냉전 도래·北 비핵화 요원… 對中 외교 첩첩산중

    • 尹, 안미경중 → 안미경미 택했으나 결과 좋지 않아

    • 中, 한미 관계 불협화음 시 ‘한반도 균형자’ 역할 노릴 것

    • 악화하는 대내외 환경… 한국, 대외정책 결정 더 신중해야

    2017년 4월 6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2017년 4월 6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예정된 여러 엄중한 대내외 도전 가운데 하나는 한·중 관계다. 역사적으로 한·중 관계는 시기 기준 3단계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1950년 6·25전쟁에서부터 1980년대까지 이르는 냉전 시기의 적대 관계다. 중국과 전쟁을 치른 바 있고,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하면서 미국과 동맹관계였던 한국은 자연스레 중국과 비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이 대(對)소련 전략의 일환으로 1970년대 중국과 준(準)군사동맹 관계에 도달했을 때도 한·중 관계는 여전히 적대 상태를 유지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시작된 탈냉전 흐름에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 관계로 선언하기까지의 시기다. 이 시기 미·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관계라 총칭해도 좋을 만큼 본질적으로 협력에 기반한 경쟁 관계였다. 실제 중국은 미국 자유주의 패권 질서의 하위체계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기 한·중 관계는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적”이라 할 만큼 급속도로 발전했다. 양자 외교관계의 최상위급 수준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체결했고, 교역량은 3000억 달러, 인적 교류는 연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쟁 심화 미·중 관계, 한·중 관계도 악화 전망

    중국은 30여 년간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런 장기간의 발전은 세계 초유의 일이다. 중국이 급속도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이었다. 한·중 경제는 상호 보완적 구조였다. 한국이 누린 대부분의 무역흑자가 중국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발 금융위기를 차례로 맞이했지만 중국의 막대한 재정 완화 정책과 대중(對中) 수출 증가로 한국은 빠르게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비록 2016년 ‘사드 사태’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속도록 경색됐지만, 한·중 관계의 전면적 악화는 양측 모두 상상할 수 없었다.

    세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 관계로 규정한 이후 시기다. 2022년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한미동맹 중심 외교를 펼치면서, 한·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미국 바이든 정부 초기에 제시한 ‘가치에 기반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국제정치관을 전폭 수용하면서 한·중 간 갈등은 크게 고조됐다. 이는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대중 압박 발언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공개 반박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한·중 관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는 상호 긍정적 함수관계를 지녔다. 즉 미·중 관계가 나쁜 시기에는 한·중 관계도 부정적이었고, 미·중 관계가 좋은 시기에는 한·중 관계 역시 좋았다.

    ‘트럼프 2.0’의 시대는 미·중 관계가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중 관계 역시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시기에 돌입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한·중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구조적 변수와 한 가지 사안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냉전 시기 한·중 관계는 미·중의 전략적 협력, 한·중 경제구조의 상호 보완성, 한·중 간 북핵 반대와 한반도 안정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 일치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마늘 파동,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태, 동북공정, 사드 사태 등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많은 사안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최저지선이 존재했다.

    트럼프 2기에 들어서면서 이 모든 것이 부정적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우선 미·중 전략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신(新)냉전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1기 중반 이후엔 거의 신냉전 상황이나 다를 바 없이 미·중 관계가 악화한 바 있다.

    두 번째로 한·중 경제구조는 이제 더는 보완관계가 아니다. 경쟁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한국의 경쟁력 미비로 인해 한국의 대중 무역 환경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중국에 추월됐거나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양국 간엔 아직 기존 경제협력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 협력의 동력이 준비돼 있지 않다.

    세 번째로 북한이 이미 핵무장을 완성한 가운데,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미국과의 경쟁을 우선순위로 두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중 외교에 공들여 온 한국으로선 중대한 도전의 시기에 직면한 것이다.

    2022년 집권한 윤석열 정부의 대중 인식은 전형적 ‘냉전형’이다. 세계를 적과 우군으로 구분하고, 이른바 ‘악의 축’이라 하는 북한·중국·러시아와 대결적 태도를 견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새 외교안보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해서 현상변경 세력인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항하는 데 발 벗고 나선다는 게 골자다.

    안미경미(安美經美) 택한 尹… 얼어붙은 한·중 관계

    지난해 11월 15일(현지 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1월 15일(현지 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중국에 대해서도 동동한 지위와 상호주의를 주장하면서 그간 신중했던 대만, 남중국해, 신장 인권, 중공군 산둥성 미사일 배치 문제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언급하고 나섰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야말로 시대정신이며, 가치는 곧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권위주의 체제인 러시아나 중국과의 갈등·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여긴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입각해 대외관계를 조망했을 때 윤석열 정부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전제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미·중 경쟁에서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이고 우월하기에 미국이 결국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하는 가치외교에 편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회주의적 행보보다는 미국에 올인(All-in)하는 것이 국익에 이롭다.

    둘째, 강한 한미동맹이 존속하는 한 중국은 한국을 경시하지 못하며, 중국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은 오히려 증대할 것이다. 셋째,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려면 선제적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공급망 구성에서도 일본이 한국을 배제하는 것을 방지하게 한다. 넷째,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북한은 도발하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확신에 따라 탈냉전 시기 내내 여야 집권에 관계없이 한국 외교의 축이었던,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주변 강대국(특히 중국과 러시아)과 적대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자제한다는 묵계를 과감히 깨뜨렸다.

    문제는 이러한 전제들이 실제와 괴리가 컸다는 점이다. 세계 주요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미국과 서방보다 더 커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 보고서조차 이제 더는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만 봐도 이미 서방의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보다 규모가 더 커졌고,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평가된다.

    냉정히 분석하면 중국의 대한국 정책은 미국의 압박에 좌우되지 않으며, 중국 자체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한국 유화정책은 한미동맹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시기 한국과 일본은 미국 동맹 체제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일본 백기 정책은 일본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론 일본의 양보나 배려를 가져오지 못했다. 예컨대 올해 갱신 여부가 걸려 있는 제7광구 한일 대륙붕 협정도 이뤄질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오히려 핵미사일 역량을 강화해서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벗어나고 있다. 여기에 북·러 동맹의 체결은 한국에 생존의 위협마저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중 간 외교 채널은 거의 멈췄다. 대통령실의 강경하고 경직된 대중국 인식은 외교부 어느 라인도 대통령실의 견해를 넘어서서 대중 관계의 유지·소통을 논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23년 계속된 윤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발언과 이에 대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공개적 비판은 한·중 관계를 더 얼어붙게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을 중시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모든 영역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안미경미(安美經美)로 전환하려 했다. 이는 일면 성공하는 듯했으나 실제 경제·외교·안보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中, 한미 관계 약화 시 한반도 균형자 역할 수행할 것

    2023년 중국 내에선 대 한국 정책의 미래에 대해 내부 검토를 시행했다. 결론은 한·중 대립을 격화시키기보다는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에 경도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한·중 관계의 중장기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소통과 민간 교류를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해 말 중국의 한국민 입국비자 유예 조치로 이어졌다.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싱하이밍 대사를 교체해서 긴장된 분위기에 반전을 꾀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6·25전쟁이라는 뼈아픈 기억이 존재했기에, 냉전 시기부터 일관되게 한반도의 안정을 중시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핵심 원칙은 전쟁방지(無戰), 혼란방지(不亂), 현상유지(不統)였다. 북핵 관련해서도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유지,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전략적 균형’ 유지다. 북한이 북핵 위기 기간 대부분 전략적 열세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인정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냉전적 관점에서는 ‘가재는 게 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으로선 한반도 내 전략 균형이라는 목표에 입각해서 북한의 안정 유지를 지원한 것이다.

    시진핑 정권 중반기에 들자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을 반영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조정됐다. 이는 3가지 방지 원칙 △한반도 군사충돌 반대 △한반도 핵무장화 반대 △한반도 냉전장화 방지를 세웠다. 그리고 두 가지 안정인 △북·중 관계 안정(북한의 새로운 핵실험·도발 방지) △한·중 관계 안정(윤석열 정부의 미국 편향화 방지)을 추진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북한의 반발에 의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북한은 중국의 한반도 안정화와 현상 유지 정책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은 중국을 대신해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지난해 6월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 내용을 담고 있는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크게 우려하고 분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북·러 동맹이 한반도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은 북한이 적으로 선언한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견제하고자 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직된 대중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해 말 지방지도자·경제인사·전문가들을 대거 한국에 파견했고, 경제협력·인적 교류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시대가 열리면 한국의 반중(反中) 전선 가담도 우려하지만, 동시에 한반도의 균형이 한국에 급격히 불리해지면서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도 방지하고자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간 한반도 안정과 균형자 역할을 수행했던 미국의 동맹 정책이 약화된다면 그 자리는 중국이 대신하려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당시 대통령에게 중국의 핵심 이익인 ‘발전할 권리’를 특히 강조했다. 한반도의 충돌과 혼란은 중국의 발전이라는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것이며, 중국은 결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에서 한반도는 본래 중국의 핵심 이익에 속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 의지를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2기 시기 한국은 중국의 주변국 외교, 대미 전략과 핵심 이익이 교차하는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갖게 됐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 못잖게 윤석열 정부의 도발 가능성에도 주의 깊게 주목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실패 사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려 했다. 중국은 현재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 실패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한반도를 안정화하는 데 이해관계를 지닌 중국과 트럼프 2기 미국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영역일 수 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한반도 정세는 대단히 불확실·불안정해졌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모두에 원치 않는 연루와 충돌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2023년 6월 14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단체 회원들이 싱하이밍 당시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3년 6월 14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단체 회원들이 싱하이밍 당시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외정책은 반중·혐중 정서로 정해선 안 돼

    현재 한·중 관계는 복합적 과제·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관계가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8년 넘게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부정적·구조적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에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양국 관계의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심지어 양국 모두 관계 회복의 동력마저 약화하는 추세에 있다. 양국 간 갈등과 대립이 만성화하는 상황을 경계·관리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엔 양국 간 국력의 비대칭성 확대와 더불어 양국의 체제·가치의 간극마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감대는 약화하고, 상대국 체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축소되고 있다. 체제·가치에 대한 이질성으로 악화한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은 역사 및 전통문화의 종주권 이슈를 자극한다. 또한 이를 둘러싼 갈등·충돌로 비화하면서 양국 국민 간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시대 미·중 전략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이란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선도 쉽사리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으로 미·중은 충돌할 것이고, 그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세계 각국은 생존 전략으로 헤징(hedging) 정책과 자국우선주의를 결합할 것이다.

    이렇듯 국제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 ‘권력 공백’ 사태를 겪게 된다. 분열되고 권력의 토대가 취약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선택의 압박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거래적 관점의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이 타협할 개연성도 충분히 존재하지만 한국에 대한 압박은 약화하지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 ‘낀’ 국가, 강대국 간의 충돌 시 파쇄국가로 전락하기 쉬운 국가, 분단국가로 평화가 항상 결핍인 국가, 자원이 부재한 무역국가로서 평화·시장 확보가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국가로서 이러한 국제정치 환경은 한국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의 이익과 충돌 시, 중국이 한국에 얼마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에 대한 정책은 반드시 그 비용에 대한 대비책을 진지하게 마련한 후 시행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한·중 관계는 기반과 내실화가 충실치 않은 상황에서 국제체제와 환경 요인에 더 취약해졌다. 외부 요인에 의해 기복이 심해졌고, 잠재적 충돌 가능성마저 잉태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국내의 반중 정서와 윤석열 정부의 혐중 태도는 중국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연구·분석마저 크게 축소시켰다.

    국가 존망이 위협받는 시기에 한국의 대중 정책은 중국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데올로기나 편협한 국제정치 인식을 지닌 정략가에 의해 결정될 개연성이 커졌다. 한국의 대외정책 결정은 지정학·국가 정체성을 고려하면서, 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극단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국민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그래야 환난의 시기를 버텨나갈 동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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