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호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주관하는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태권도는 ‘오리지널 한류’, 왜 브랜드화하지 않나”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6-07-20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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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청원에 자리한 충청대학은 독특한 대학이다. 지방에 있는 작은 학교지만 매년 세계적인 행사를 주관하는 까닭이다. 1998년 시작해 벌써 8회를 맞은 ‘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바로 그것. 올해는 50개국 2000여 명의 선수가 6월26일부터 전북 전주에 모인다. 학교를 찾은 5월말, 대회를 앞둔 캠퍼스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 대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어온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이 태권도인이 아니라는 사실. “한국을 알리고 인맥을 넓히는 데 태권도 만한 게 없다”며 “왜 정작 태권도인들은 이를 방치하는가”하고 되묻는 한 대학경영자의 ‘태권도 산업화론’.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주관하는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대학본부 건물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붙은 독특한 모양의 포스터부터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태권도복의 검정, 빨강, 파랑, 초록, 노랑띠를 응용한 디자인이다. 그 옆에는 고구려 벽화를 본뜬 것 같은 문양도 있다. 모두 그간 열렸거나 조만간 열릴 세계태권도문화축제의 포스터들이다.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촬영을 위해 방문한 디자인연구실은 온갖 태권도 관련 디자인 시안과 상품으로 가득했다. 티셔츠와 모자, 문구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출입증이나 서식까지 모두 도안을 만들어 시제품으로 제작한 듯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덟 개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태권도 패밀리’. 세계 각 인종을 상징하는 이들 캐릭터가 등장하는 갖가지 시제품이 20평은 족히 될 듯한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두 대회운영에 활용하거나 태권도를 널리 알리는 데 쓰이는 것들이다.

    마치 외국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의 브랜드처럼 만들어진 로고도 있다. “골프용품만 해도 훌륭한 선수의 이름을 딴 유명 브랜드가 넘치는데, 왜 태권도에는 그런 게 없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게 충청대 오경호(吳慶虎·53) 이사장 겸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대답이다. 태권도 상품화를 위해 이 학교가 쏟는 열정을 짐작할 만했다.

    -원래 태권도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아니고 태권도 관련 일을 하신 적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태권도 축제를 열기로 마음먹은 계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교 창립자인 선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이사장에 취임한 것이 1997년입니다. 그때까지는 무역사업을 하며 세계를 누비느라 학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사장 취임 후 교육부에 갔더니 ‘2세 체제가 안착한 학교가 많지 않다’며 염려하더군요. 어떻게 해야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우리 학교는 지방에 있는 2년제 대학뿐입니다. 이런 학교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려면 외국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에요. 외국의 대학이나 단체들이 한국과 교류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뭘까요? 아마 IT나 김치, 태권도 분야일 겁니다. 그 가운데서도 태권도가 가장 개발이 덜 돼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했던 거지요.



    그렇게 1998년 첫 대회를 우리 학교에서 열었습니다. 20개국이 참가했는데, 참가국이 모두 아시아 국가였죠. 이제는 한 해는 국내에서, 다른 한 해는 해외에서 대회를 여는 걸로 바뀌었고 세계 각국에서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합니다.

    그에 맞게 학교에도 ‘스포츠외교과’를 만들었지요.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는 인력을 양성하려는 뜻입니다. 기존의 체육학과나 태권도학과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었죠.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 있는 전략이었고, 또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흔히 전세계적으로 태권도 인구가 6000만이라고 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서울대는 몰라도 충청대는 알게 됐으니까요(웃음).”

    -축제 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종주국의 태권도를 직접 보고 무슨 얘기를 하던가요.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한계가 많습니다. 외국 손님들에게 부끄러울 정도예요. 태권도에 관심이 있는 외국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면 어디로 데려가겠습니까. 고작 국기원 정도지요. 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끝입니다. 종주국이라면 적어도 수주일, 수개월씩 묵으면서 수련도 하고 문화도 익히는 그런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사실상 전무합니다.

    태권도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순례지’ 개념의 관광코스도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경주 석굴암에 있는 금강역사상(像) 정도지요. 금강역사상의 가로막기 동작을 모티브로 태권도 품세를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전붑니다. 토함산 한바퀴 둘러보면 끝인 거죠. 함께 가보면 외국 손님들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해요. 금강역사상도 둘러볼 수 있는 조각상이 아니라 벽에 붙어있는 2차원 부조 아닙니까.

    우리 학교에서 금강역사 3차원 입체상을 만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종주국 태권도를 상징할 만한 물건, 태권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상징이 필요해요. ‘태권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태권도가 국기(國技)니까 이런 작업도 국가와 정부가 맡아야 할 텐데 묘하게도 이제껏 아무것도 된 게 없어요. 우리가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면 그건 역으로 지금까지 돼있는 게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태권도 문화’라는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한마디로 ‘브랜드’입니다. ‘그것’ 하면 떠오르는 개념이지요. 할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보면 쓰레기까지 모아놓습니다. ‘영화를 만들면 이런 쓰레기가 나온다’는 거지요.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요. ‘할리우드’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태권도의 개념이나 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뭘까요. 흔히 화랑정신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화랑과 태권도를 연결할 실질적인 근거는 밝혀진 게 별로 없습니다. 문헌자료도 ‘화랑세기’와 ‘삼국사기’ 정도지요. 언뜻 보면 빈약한 것 같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채워넣을 여지가 많은 겁니다. 삼국을 통일국가로 만든 영웅 김유신 장군을 태권도의 상징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 작업은 스포츠를 전공한 태권도 전문가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역사학자들이 참여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 실제로 그런 상징화 작업을 진행하면 곧바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딴죽을 겁니다. ‘김유신 장군이 태권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전세계 무술 어느 것에나 금강역사상의 가로막기와 비슷한 동작이 있습니다. 사실 태권도라는 무예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50년에 채 못 미칩니다. 우리가 그걸 역사와 연결시키려 하는 건 학문적인 실증작업이 아니라 브랜드화를 위한 사전포석이지요.

    그렇지만 산업적인 마인드가 부족한 분들은 그런 논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는 태권도 검은띠를 따려면 두꺼운 논문을 써내야 합니다. 그런 나라가 많아요. 오히려 종주국인 한국에서 그런 작업이 매우 더디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그래서 ‘태권도가 좋다, 많이 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자료는 많아도, 태권도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인프라는 전혀 구축되지 못한 거지요.”

    창문 깨진 여관에서 묵으며

    -스포츠외교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구성해 해외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해외에 나가보면 반응이 어떻던가요.

    “시범단도 1998년에 창단했는데요, 태권도가 보급되지 않은 나라를 중심으로 열악한 지역을 찾아 시범과 문화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헤아려 보니 지금껏 30여 개 나라 50개 도시를 다녀왔더군요.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태권도야말로 진짜 한류(韓流)라는 거지요. 중동의 한 국가에 갔더니 시내에 수백개의 태권도 홍보광고를 걸어놓았을 정도로 관심이 높습디다. 한국 드라마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봐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남미 일부에서 한정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태권도는 오대양 육대주에 없는 곳이 없습니다. 특히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우리와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 관심이 많고요. 이들 지역에 태권도 시범단이 가면 대통령이 갔을 때보다 현지신문에 더 크게 납니다(웃음).

    물론 재정지원이나 행정적 도움 없이 자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고생이 많죠. 제3세계 국가의 경우에는 숙박이나 음식 같은 것이 질에 따라 워낙 가격 격차가 커서 웬만한 수준의 숙소에 묵어도 돈이 엄청나게 들죠. 아직 태권도가 보급되지 않은 동유럽 라트비아에 갔을 때에는 창문이 깨진 3류 여관에 묵었습니다. 시범단 관계자들이 도저히 못 자겠다고 할 정도였지요. 미안한 마음이 앞섰지만 ‘우리는 국위를 선양하는 특공대’라 생각하자고 겨우 설득했습니다. 그래도 다음날 시범장에 나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피로가 이내 풀리는 모양입디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주관하는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2004년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제6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 참가한 외국 선수단이 한국예절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린다는 말을 실감 하실 수 있겠군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도장에는 다 태극기가 걸려 있고 모두 한국말로 인사합니다. 해외에서 외국인들이 코리아는 잘 몰라도 태극기를 기억하는 것은 태권도가 심어준 시각적 효과라고 할 수 있지요.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비동양권에서는 낭만적인 코드로 읽히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서양에서는 찾기 어려운 ‘권위에 대한 철저한 복종’의 문화지요. 그런 친구들은 영자가 씌어진 도복을 원하지 않아요. 읽을 수 있든 없든 한글 상표를 더 좋아하지요. 태권도 띠에 한글로 이름을 수놓아 선물하면 가장 행복해합니다.

    이런 친구들이 각국 주요 도시의 도장마다 득시글댑니다. 여기에 조금만 투자해서 도장 이외의 문화공간이나 자료실 같은 것을 만들어주면 그대로 한국문화센터, 코리아센터가 되는 겁니다. 저희가 시도하는 캐릭터 작업이나 브랜드화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이런 도장에 뿌리면 경제적인 이익도 만만치 않게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단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 지금까지 한국이 갖고 있던 어떤 문화상품보다 강력한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요.”

    “성적을 버려야 태권도가 산다”

    -그러한 산업화 전략이 이제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말씀 같군요.

    “역설적이지만 ‘종주국’이라는 마음가짐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일종의 자만심이지요. 섣부른 자기합리화나 배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 쉬었던 겁니다. 요 몇 년 전부터 유럽 등지에서 종주국 태권도에 불만을 표하면서 한국 국기원의 단증(段證)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엿보입니다. 걱정스러운 일이지요. 종주국 이라는 권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입니다.

    요즘은 어디서도 미국이 야구의 종주국이고 영국이 축구의 종주국이라는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이미 세계화된 지 오래라 배타적인 권리를 누릴 생각도 하지 않지요. 영국이 월드컵에서 우승 못한다고 좌절합니까? 그렇지만 한국의 태권도인들은 여전히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를 칩니다. 외국 사람들이 태권도를 더 잘하면 그만큼 세계화됐다는 뜻이니까 도리어 반가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국이 계속 휩쓰는 대회에 어떤 외국 선수단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겠습니까. 문대성 선수가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을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종주국이라는 말에 얽매여 성적에 연연하는 대신 보다 큰 차원에서 ‘종주국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그게 브랜드화라고 믿어요. 우선은 국기원이나 대한태권도협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특히 국기원은 정신적인 무도기관으로서 연구와 수련활동의 메카가 되어야 합니다. 관련 교수들과 학자들이 모여 꾸준히 연구활동을 해야 하고, 태권도의 기틀을 다시 정립하는 이론을 세워야 하는 거지요. 예전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태권도학 석박사가 나와야 태권도가 산다’고 일갈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도올 같은 분이 그런 작업에 매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문화관광부 같은 정부기관의 기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만.

    “저희가 지난해 대회를 대만 건국과학기술대학과 함께 창화 현지에서 열었는데요, 가서 보니 대사관 직원들이 태권도에 관한 것은 자기들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참 긍정적인 자세이긴 한데, 그게 민간의 활동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업을 만드는 자세로 이어져야겠지요. 프랑스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와인이 이렇게 좋은 술이다, 이 술을 꾸준히 마시면 어느 병에 안 걸린다, 그런 논문이 나옵니다. 그 학자들이 괜히 그런 걸 연구하는 게 아닙니다. 다 국가적인 프로젝트와 정부차원의 학술진흥이 뒷받침되니까 논문이 나오는 거지요.

    2004년 12월에 태권도공원 부지가 전북 무주로 확정됐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무주에서 8회 대회를 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지요. 한국 건설 회사들의 실력으로 볼 때 건물은 3년이면 다 지을 겁니다. 문제는 그 안을 채울 콘텐츠와 프로그램,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소프트웨어는 3년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문화관광부 같은 기관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준비하지 않으면, 태권도공원도 외양만 그럴싸한 껍데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주관하는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충청대학이 5년 여를 투자해 개발한 캐릭터 ‘태권도 패밀리’.

    태권도공원은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움직이는 공간과 무도정신, 태권도의 혼을 일깨우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구분돼야 합니다. 수련공간은 국내외의 태권도 동호인들이 한 달 이상 머물며 실력을 단련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는 거죠. 외국에서 비싼 항공료 들여 찾아온 이들이 잘 지어진 건물이나 한바퀴 돌아보고 가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장사꾼 논리로 말하자면 더 많은 외화를 획득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요.”

    국제행사 열다 보니 대학도 특성화

    -8회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어려움은 없는지요.

    “벌써 여러 차례 대회를 치르면서 쌓인 경험이 있으니까요. 이제는 대학 구성원 전체가 손발이 착착 맞습니다. 초기에는 ‘태권도에만 올인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해외 주요대학에서 충청대의 지명도가 높아질 정도로 성과가 좋으니까 자연히 한마음으로 뭉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특히 문화행사를 준비하는 데는 대학조직의 장점이 발휘되지요. 차별화된 행사구성을 위해 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하고, 방송영상에 한계가 있으니까 보완하기 위한 과를 신설하기도 했어요. 수십억원 규모의 장비도 학교예산으로 구입해 보유했고요. 외국 손님들에게 먹을 만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영양과나 호텔조리과 교수들과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오로지 대회만 잘 열겠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대회를 통해 학교 전체가 문화이벤트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되는 거지요. 매년 세계규모의 문화행사를 치르다보니 경쟁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관련분야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벌써 2년 꽉 찬 실무경력을 갖고 있는 셈이 니까요. 학부모님들도 정말 좋아하시고, 관심 가진 학생도 많이 모이고요.

    1998년 첫 대회는 충북 진천군과 함께 개최했습니다. 진천에 김유신 장군의 태실(胎室)이 있어서, 여기에서 대회 성화(聖火)를 채취하는 식으로 상징효과를 노렸습니다. 대회가 성공리에 끝나니까 범위가 넓어졌고, 2001년에는 ‘한국방문의 해’ 10대 축제로 선정되어 충청북도와 공동으로 개최했지요. 2003년부터는 세계태권도연맹과 협의하에 국내와 해외에서 번갈아 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대회는 대만에서 열었고 내년 대회는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관광청과 함께 열 예정입니다.”

    -사실 들여다보면 전국 곳곳에서 태권도 행사가 꽤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태권도 문화축제 만의 특성이 있다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대부분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행사입니다. 우승컵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인 챔피언십 대회(championship competition)이지요. 그런 대회에 나올 수 있는 선수는 전 세계에 수백 명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기대회뿐 아니라 문화행사를 함께 연 겁니다. 문화가 함께 있어야 대중에게 흥미로운 축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원칙을 개최 초기부터 지켜왔습니다. ‘코리아오픈’이라는 경기대회와 함께 전시회, 공연, 명상캠프, 검법체험 같은 행사를 함께 여는 겁니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민족과 나라를 떠나 친구처럼 하나가 되는 장을 만들자는 거죠.”

    오 이사장은 상당한 달변이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기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고 다닌 지가 벌써 9년째”라며 “얘기를 한번 시작하면 주르륵 쉬지 않고 끝까지 한다”고 웃어보인다.

    태권도를 브랜드화하자고 이야기하면 관심을 보이는 것은 태권도 관계자를 비롯한 스포츠인들이 아니라 컨설팅 업계 종사자들이라고 한다. 그만큼 태권도의 상품화는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듯했다. 그는 “종주국이라는 알량한 주인의식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태권도를 세계에 서비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무장해야 진정한 한류로 육성할 수 있다”며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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