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이런 말을 했을 법한 사람은 자본가이거나 어용노조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1년 전, 권영길 의원과 민주노총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던 권용목(權容睦·48) 전 현대엔진 노조위원장이 한 말이라면, 그는 변절한 것일까.
권 대표는 9월23일 기업가와 ‘협력’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 ‘참여’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을 창설했다. 10년 전 노동계를 떠나 사회주의 국가를 두루 여행한 그는 “사회주의가 망한 건 공장이 멈췄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화라는 태풍 앞에서 노동자가 맞서 싸워야 할 진짜 적(敵)은 회사 사장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기술력이라는 것. 이를 위해 노동과 자본이 힘을 합쳐 기술력을 증대하고, 생산설비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도태되면 그건 모두의 끝장이라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노동과 자본이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라는 노동운동의 공식을 폐기하고, 일터를 또 하나의 가정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동운동을 벌이겠다. 변절이면 어떻고, 변신이면 어떤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운동의 목표는 잘살자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