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영양불균형·보육문제, 국가가 나서 바로잡게 하겠다”

국민영양관리법 제정 산파 손숙미의원

  • 구미화│신동아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0-12-01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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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식습관과 영양 불균형은 사람을 병들고 불편하게 만든다.
    • 올 초 국회를 통과한 국민영양관리법이 9월26일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영양을 관리하고 계획하는 법적 기반이 갖춰졌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영양학자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국가 차원의 국민 영양관리를 부르짖어왔다.
    • 한국인의 영양 관련 문제와 국민영양관리법 시행으로 기대되는 변화, 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영양불균형·보육문제, 국가가 나서 바로잡게 하겠다”

    ● 1954년 경남 거제 출생<br>● 경남여고,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졸<br>● 서울대 대학원 식품영양학과(석사)<br>●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이학박사)<br>● 가톨릭대 교수<br>● 대한영양사협회 회장<br>● 現 국회의원

    손숙미(56) 의원은 1989년부터 가톨릭대에서 식품영양학을 가르쳤고, 2008년에 영양사 직능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 대한영양사협회 회장을 지내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로 일하면서 한국 영양정책의 후진성을 지적하고, 여성문제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손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에 소속돼 2월26일 국민영양관리법을 통과시키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한다. 국민의 영양관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대한 국회와 정부의 인식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TV에서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면 이내 붐이 일곤 할 정도로 영양과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상당히 높은 데 반해, 보건복지가족부에는 영양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는 물론 전문 인력조차 없었던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국민은 매체가 특정 식품을 띄우거나 문제점을 비판할 때마다 오락가락 우왕좌왕했다. 영양불균형 면에서는 소득 상·하위 계층에 예외가 거의 없고 비만이 심각한 문제라고 하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온전히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다. 국민영양관리법은 영양 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5년마다 영양관리계획 수립

    ▼ 국민영양관리법 시행으로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5년마다 국민영양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시군구에서도 관련 계획을 세우고 영양 사업을 해야만 한다.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 노인 등 영양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양 사업이 활발해지면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 대민(對民) 영양사업의 구체적 그림은 어떤 것인가.

    “대표적인 게 비만대책사업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에 따르면 국민의 비만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아동 비만이 심각한 수준이다. 오래전부터 비만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국가 차원의 사업이나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 보건소 차원의 인근 주민 대상 일회성 교육 정도밖에는. 국민영양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국가가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건소와 학교 등에 공급하고, 영양사와 간호사, 체육교사, 보건소의 운동처방사 등이 팀을 이뤄 비만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식품 회사들과도 연계하고, 일반 음식점과 급식소 등에도 영양교육상담소를 두고 영양성분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이뤄졌던 영양 관리가 앞으로 범국민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손 의원은 고혈압 등의 원인이 되는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소금, 알고 먹으면 병 없이 산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은 5g. 한국인은 성인 기준으로 13.5g 정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문의들이 추정하는 양은 그보다 훨씬 많은 20g 정도다. 손 의원은 국민영양관리법이 국민의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 짜게 먹는다는 건 다들 아는데,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공무원들은 소금 과다 섭취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김치며 된장 등 대체로 저지방고염식에 맛들인 우리나라 사람이 소금에 대한 집착을 뿌리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데 난색을 표해왔다. 그런데 국민영양관리법이 통과된 이후 보건복지가족부, 식약청,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소금섭취 감량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의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영양관리법이 있다는 자체가 공무원들 마인드에 영양 사업이 중요함을 각인시키고, 동기를 부여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영양관리법은 우리 역사, 특히 영양사(史)적으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민의 영양을 관리하는 독립법이 만들어진 건 외국에서도 부러움을 사는 일이다. 일본에는 영양사법이 있었으나 최근에 건강증진법에 통합되었고, 미국에 Nutrition Monitoring Act가 있지만 우리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영양관리계획을 세우는 독립법은 아니다.”

    젓가락 식사, 작은 김치 그릇

    ▼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 있나.

    “나트륨 섭취를 줄이라고 하면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몇 가지 식습관만 바꿔도 된다. 나트륨은 라면국물, 찌개국물 등에 특히 많이 들어있으니 국물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습관만으로도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식사할 때 숟가락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면 자연히 국물을 적게 먹는다.

    또 우리나라 사람은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데, 그렇다고 김치를 안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김치를 적정 염도로 담그는 게 중요하다. 김치냉장고 사용이 크게 늘어난 이상 옛날처럼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김치를 짜게 담글 필요가 없다. 김치를 담아내는 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절임음식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1960년대까지는 하루 소금섭취량이 15g 가까이 돼 우리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10g 미만으로 떨어졌다. 일본 음식을 하나하나 먹어보면 아직도 상당히 짠데도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짠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이 아주 작기 때문이다. 작은 그릇에 몇 조각 담아내지 않는다. 반면 샐러드 그릇은 큼지막하다. 우리도 김치 그릇 크기를 조금 줄이면 좋겠다.”

    손 의원은 집에서 식사할 때 늘 생채소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식탁 위에 생채소가 담긴 커다란 바구니를 놓아두고 생채소부터 먹기 시작한 뒤로 김치를 조금 덜 먹게 되었다고 한다. 채소가 몸에 좋은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채소를 무엇과 곁들여 먹는지도 중요한데, 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김치를 먹을 때보다 소금을 덜 먹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채소에는 나트륨 배설을 촉진하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고추장에 들어있는 나트륨을 섭취하더라도 상당량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반면 칼륨 섭취량은 낮다. 나는 한 끼라도 칼륨이 높은 식사를 하자는 주의다. 아침에 고구마와 저지방 우유, 과일 등을 먹으면 칼륨이 높은 식사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양념이 들어간 음식을 한 가지라도 곁들이면 나트륨이 높은 식사가 돼버린다. 생선구이를 할 때 생선에 미리 소금을 뿌려놓으면 자반고등어 한 토막에 3g 정도의 소금이 들어가지만, 굽기 직전에 소금을 뿌리면 0.5∼0.7g밖에 안 들어간다. 겉에만 살짝 소금이 발리는데, 생선을 겉에서부터 먹으니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요리법에 신경 쓰고 식습관을 바꾸면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아침급식 시작해야

    ▼ 외식문화가 발달하고, 조리된 식품을 사 먹는 일도 잦아졌다. 영양성분표에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을 보고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없나.

    “식품의 나트륨 함량은 영양 안전 측면에서 식약청이 관리를 하지만, 민간 기업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 국가가 규제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에서는 시민단체 등에서 기업에 압력을 많이 넣는다. 그 결과 나트륨 함량이 특히 높은 냉동식품의 경우 기업에서 소비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나트륨 함량을 줄여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나트륨 함량이 확 줄게 된다. 소금에 대한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 마음먹고 한 달만 싱겁게 먹으면, 소금에 대한 역치가 상당히 낮아져서 소금이 조금만 들어가 있어도 굉장히 짜게 느낀다. 당장 ‘소금 프리’ 캠페인을 일주일만 해도 시중의 식품이 짜서 못 먹겠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 비만과 나트륨 과다 섭취 외에 우리 국민의 영양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 부분이 있다면….

    “아동·청소년의 아침 결식문제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아침급식이 이미 활성화됐는데, 우리나라도 학교에서 아침급식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아침에도 우유와 시리얼 같은 찬 음식을 먹는 데 반해 우리는 밥과 국에 반찬까지 준비하려면 부담이 큰 게 사실이지만,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를 제공하더라도 아침급식을 하면 좋겠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칼로리 섭취량은 넘치는데, 칼슘이나 철분, 아연 같은 미량영양소는 결핍된 아동청소년이 많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 같은 열량 높은 음식을 즐겨 먹고 채소는 잘 먹지 않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청소년들에게서 아연결핍으로 인한 저성장증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다. 미량영양소 결핍은 영양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영양불균형·보육문제, 국가가 나서 바로잡게 하겠다”

    손숙미 의원은 국회에서 영양정책 개선을 부르짖고 있다.

    ▼ 국민영양관리법으로 그러한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고 보는가.

    “미국의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에 텃밭 가꾸기를 해서 화제가 됐는데, 우리 학교에서도 활성화하면 좋겠다.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키워보면 편식 습관도 개선되고 정서적으로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들에 관심 있는 학교만 개별적으로 실천했다면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전국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각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국민영양관리법이 그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고 보면 된다.”

    결핵 발병률 1위 오명

    손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결핵문제를 이슈화했다. 우리 주위에 결핵균이 있어도 영양상태가 좋고 면역력이 있으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결핵은 후진국병이며,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결핵발병률 1위다. 인구 10만명당 88명이 결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발전 수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높은 결핵발병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의아해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손 의원은 우리나라에 아직도 결핵환자가 많은 것에 대해 6·25 이후 영양상태가 불량한 사람들이 결핵에 많이 걸렸고 약을 제대로 꾸준히 복용하지 않은 탓에 완치가 안 된 것을 한 가지 이유로 추정한다. 청년 결핵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놀랄 만한 점이다. 대학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단체수업과 집단생활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원인으로 일단 결핵에 걸리면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먹다 중단하기를 반복하다보니 결핵균에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다제내성 결핵, 광범위내성 결핵 같은 슈퍼결핵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다제내성 결핵은 결핵균이 일종의 변이를 일으킨 것인데, 고치기 힘들고 약을 오래 먹어야 한다. 다제내성 결핵에 걸리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결핵환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 돈벌기를 포기하고 입원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올해 결핵 예산이 300억원 늘어나면서 다제내성 환자가 입원하면 대체생활비를 지원해줄 수 있게 됐다. 다제내성 결핵은 전염력이 상당히 높고,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게서 전염된 사람은 옮는 즉시 일반 결핵이 아닌 다제내성 결핵을 앓게 된다는 점에서 치료가 시급하다.”

    손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결핵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데 대해 결핵협회의 책임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 수익금을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하고, 결핵협회 산하 복십자병원 이용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괜한 예산만 쏟아 붓고 있으며, 예방과 홍보활동도 한심한 수준이라는 것. 다행히 결핵협회에서 예산 운용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 복십자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기로 해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결핵협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결핵 퇴치에 세계 공조를 도모하기 위해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결핵퇴치운동본부(STOP TB)가 생겼다. STOP TB는 미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결핵퇴치를 위한 세계적인 민간 네트워크로 세계공동회의도 개최한다. 손 의원은 STOP TB 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서상기, 진성호 의원과 제약업계 대표, 학계와 언론계 등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결핵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결핵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우리 주변에 아직 결핵환자가 있고, 결핵 진단을 받으면 성심성의껏 약을 먹어야만 치료가 된다는 것을 제대로 알리겠다.”

    전 계층에 아동수당 지급해야

    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민간기업의 직장보육시설 설치율이 48%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설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보육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과감하고 획기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민이 애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기른다는 생각으로 보육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행 보육료 지원제도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표준보육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보육만은 소득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육수당, 양육수당 구분할 것 없이 아동수당으로 통일해 지급하고, 아이를 시설에 맡길지 직접 양육할지는 부모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늘 예산이 문제인데, 그렇다고 관련 예산을 조금씩 늘리는 것은 국민을 감질나게 하는 것밖에 안 된다. 소득에 상관없이 전 계층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가 정부로서는 굉장한 부담일 수 있지만, 보육문제나 아동수당이 2012년 총선에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본다. 복지는 복지로 끝나지 않고 정치쟁점화한다. 복지가 표를 얻는 수단인 만큼 정무적인 판단도 해야 한다. 국가부채, 재정건전성 등에 묶여 있어 여당으로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획기적인 보육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학자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되어 임기 절반을 훌쩍 넘긴 소회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면서 한계도 많은 곳이다. 학자로서 보건복지부에 건의를 하면 반영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한영양사협회장 할 때도 공무원 설득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의원이 되고 보니 공무원들이 귀 기울여 들을 뿐만 아니라 정책에 반영이 잘 된다는 점에서 좋다. 무엇보다 국민영양관리법을 만들고 보니 법이 갖는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건강증진법이나 식품위생법에도 영양관련 조항이 조금씩 들어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관련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영양 관련 독립법이 완성되고 시행에 들어가니 담당공무원들이 영양의 중요성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념에 갇힌 국회

    법의 힘을 확인한 손 의원은 건강관리서비스산업 진흥법으로 국민의 영양 및 건강관리를 제도적으로 완성해보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 대부분이 만성질병인데, 만성질병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양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발의해놓은 건강관리서비스산업 진흥법은 질병에 걸린 사람이나 질병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에게 영양, 운동, 금연, 금주 등 건강회복을 위한 상담 및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건강검진을 받더라도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 상담을 받으려면 다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건강검진과 더불어 의사, 간호사,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필요한 생활습관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장차 물리치료, 마사지, 스파 등도 이 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야당에서 반대를 한다. 가난한 사람은 질병을 치료하기도 벅찬 마당에 질병예방관련 산업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업체 개설자를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다방면으로 허용하려다보니 의료 영리법인화가 아니냐고도 문제 삼는다. 그러나 가진 사람을 위한 법도, 의료 영리법인화를 위한 법도 아니다. 약을 먹기 전에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니 오히려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것이다. 국회에 있어보니 의료에도 교육에도 이념이 들어와 버리고, 이념에 갇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아가는 게 너무 안타깝다.”

    손 의원은 임기 초 인터뷰에서 임기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묻자 “기억이 안 난다”며 웃는다.

    “지역구를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선 의원이 왜 다선을 하려고 하나 싶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막상 일을 해보니 미진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이러저러한 면에서 더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지역구에 도전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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