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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간첩 주장 스스로 뒤집다

양심고백 최근 녹취록&의혹투성이 수사기록

남파간첩 주장 스스로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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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북한 보위부에 차출된 적 없다”
  • ● “엄마 보고 싶어 스스로 북한 무역대표부 찾아가”
  • ● “검찰, 술 먹이고 다른 사람 진술 달달 외우게 해”
  • ● “당시 주임검사, ‘네 거짓말 다 안다’며 조용히 살라 협박”
  • ● 실체 없는 805부대, 간첩 행위 시점도 안 맞아
남파간첩 주장 스스로 뒤집다
3월 17일 발간한 ‘신동아’(4월호)는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도했다. 2008년 사건 당시 검찰의 수사결과와 배치되는 주장과 증거들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신동아’는 2월 말 원씨가 자신의 의붓아버지인 김동순 씨를 만나 나눈 대화내용도 공개했는데, 원씨는 이 대화에서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탈북 이후 3차례 북한 방문 등 사건 당시부터 자신이 주장했던 주요 간첩 행적을 사실상 부인했다.

‘신동아’ 보도 직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신동아 보도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3월 22일 “검찰로부터 허위진술을 강요당했다. 나는 간첩이 맞지만, 아버지는 아니다”라는 원씨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수사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원씨는 ‘신동아’가 보도한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 나는 북한 보위부가 남파한 간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자신의 비공개 증언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며 “(어린 나이부터 보위부 요원에 선발됐다고 말하면) 아버지가 놀랄까봐 그렇게 설명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4월 8일에는 자신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간첩행위를 인정하고 죗값도 정당하게 치렀다. 내 사건은 수사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랜 내사와 많은 증거물을 대한민국 법기관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판결을 내려 처벌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조용히 살려는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딸과 편안히 살 수 있게 해 달라.”

오락가락하는 원씨의 주장. 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1부 - 원정화의 고백

‘신동아’는 원씨를 둘러싼 의혹을 계속 추적했다. 수사·재판 기록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으며, 계부 김동순 씨와 여러 차례 추가 인터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신동아’는 최근 원씨가 김씨를 찾아가 ‘간첩 사건’의 자초지종과 그간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털어놓았고, 김씨가 원씨의 동의를 얻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대화는 지난달 ‘신동아’가 공개했던 것과는 달리 원씨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고백을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왜 이런 녹음 기록을 남겼을까. 김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2008년 사건이 시작됐을 때부터 ‘정화는 절대 간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정화는 아무 죄도 없는 나를 간첩으로 만들었다. 정화의 거짓 진술 때문에 나는 4년간이나 재판을 받아야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그래서 난 정화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찾아온 딸을 외면할 수 없었다. 또 내가 기저귀를 갈아주며 키운 손녀딸 OO이(원정화 씨의 딸)를 보면서 용서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난 정말 알고 싶었다. 무슨 이유로 정화가 간첩이 됐는지, 왜 가족을 모두 보위부 요원이나 간첩으로 만들었어야 했는지를. 언젠가 이 사건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에 정화를 위해서도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화도 내 이런 생각에 동의해 녹음 기록을 만들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가 이뤄진 건 지난 3월 15일, 장소는 김씨의 서울 노원구 자택이다. 당시는 ‘신동아’가 원씨와 관련된 의혹을 취재하며 원씨에게 취재내용을 알리고 그에 대한 답변과 해명을 요구하던 때였다. 녹음파일에는 원씨의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 사실, 북한-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원씨의 그간의 행적에 대한 원씨의 고백이 담겨 있다. ‘신동아’는 최근 두 사람의 대화내용이 담긴 이 녹음파일을 확보해 분석했다.

두 사람의 대화시간은 총 3시간이 넘고, 여러 개의 파일로 나뉘어 있다. 두 사람은 첫 대화를 나눈 3월 15일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든 과정 또한 녹음파일로 남겼다. 녹음파일에 담긴 원씨의 주장은 수사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달 ‘신동아’가 처음 공개한 원씨의 육성고백과도 달랐다. 훨씬 자세하고 구체적이었다. 시점 등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됐지만, 사실상 검찰이 제기한 핵심 범죄 사실을 완전히 뒤엎는 증언이라고 할만했다.

원씨는 이 녹음파일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남파간첩’이라는 사건의 대전제를 뒤집었다. ‘신동아’는 원씨의 육성고백이 담긴 이 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진실 추구와 공익 기여라는 언론의 사명에 부합한다고 판단, 주요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내용을 주제별로 묶었다. 일부 내용은 주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감했다. ( ) 안의 내용은 기자가 써 넣은 것이다. 원씨가 증언 도중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도 미리 밝혀둔다. 김=김동순, 원=원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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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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