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성사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핵잠수함 개발, 방공망 강화 등 안보 역량 강화 강조
국내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외교‧안보 정책 수립 당부
12월 5일 전쟁기념사업회(KWO)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제12회 KWO 나지포럼’에서 논의된 주제 중 하나다. 나지포럼이란 ‘나라를 지키는 포럼’의 약칭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2024년부터 개최돼 온 공론의 장이다.

12월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12회 KWO 나지포럼’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세계 외교‧안보 현황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윤강현 전 주이란대사, 김원수 전 유엔사무차장,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최윤희 전 합참의장,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박노벽 전 주러시아대사, 김용휘 융갤러리 회장, 신석호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대사, 김귀근 전 연합뉴스 한반도부부장, 이철재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장, 천명국 한국과학기술원 국방전문위원,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핵안보실장. 홍태식 객원기자
총 15명의 외교안보 전문가 중 7명은 2026년에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유성옥 이사장과 김용휘 회장, 신범석 교수, 신석호 연구위원, 김귀근 부장, 이철재 소장, 천명국 위원은 “북미 대화로는 북한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유성옥 이사장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인데 미국이 이를 해 줄 수 없으니 만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용휘 회장도 “2026년 5~6월 경 실무진 회담은 가능성이 있으나 북미 정상은 만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범석 교수와 신석호 연구위원은 2019년 북미 정상이 만났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철재 소장와 김귀근 부장, 천명국 위원도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신 교수는 “2019년 하노이에서 이미 북미 양국은 입장 차를 확인했다”며 “‘세계 분쟁 해결사’가 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하겠지만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용휘 융갤러리 회장,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신석호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홍태식 객원기자
핵잠보다 중요한 것은 핵연료 조달
이날 포럼은 기조발제자 없이 각 토론자가 2025년 한 해 외교‧안보 현황을 정리하고 향후 주목할 점에 대해 토론했다. 최윤희 전 의장은 “2025년 11월 13일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만큼 빠르게 핵잠수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핵잠수함 개발에 착수했다”며 “북한이 먼저 (핵잠수함 개발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세계 바다를 무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고 경고했다. 최 전 의장은 또 “북한이 핵잠수함을 이용해 한국의 교역로를 막는다면 지금 한국이 가진 디젤 잠수함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군사 인공위성으로도 잠항 중인 핵잠수함을 찾아내기 어려운 만큼 한국도 빨리 핵잠수함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SSN 757·6900t급). 뉴스1
이상규 실장은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미국도 타격이 가능하게 된다”며 “미국이 북한의 공격에 당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공격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자국이 공격받는 상황을 무릅쓰고까지 한국을 보호하려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한국도 ‘드골 의심’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 자강을 위해서라도 한국은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최윤희 전 합참의장 , 천명국 한국과학기술원 국방전문위원,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핵안보실장. 홍태식 객원기자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유럽이나 미국 본토가 직접적인 위협에 빠진다면 (미국도)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답변했으나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 있는 나라는 있지만, 다른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해 주는 나라는 없다”며 핵 개발을 감행했다.
한국의 ‘자강’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이날 참석한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박노벽 전 대사는 “최 전 의장의 지적처럼 2026년 한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강’”이라며 “핵잠수함 등 군사적 자강은 물론 경제‧외교 분야의 자강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강현 전 대사도 “경제제재, 관세 공격으로 알 수 있듯 경제가 안보와 융합하는 모양새”라며 “한국은 경제나 안보 양 분야에서 공히 활약할 능력이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확실한 경제, 안보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지적했다.
마영삼 전 대사는 “한국이 자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마 전 대사는 “한국은 중동 분쟁 등에 대해 외교적 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G7을 바라보는 나라라면 가자지구 국제안정화군(ISF), 시리아 재건‧복구 사업 등에 참여하며 국가경쟁력과 경제 분야에서 이득을 얻을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휘 회장도 “한국이 중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외에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며 “중동 국가 펀드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중동에 직접 투자를 늘린다면 한국이 국제 안보 무대에서 입지가 더 커질 것”이라 분석했다.

왼쪽부터 박노벽 전 주러시아대사,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대사, 윤강현 전 주이란대사. 홍태식 객원기자
신석호 연구위원은 한국의 자강이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과거 핵잠수함 개발, 방공망 정비 및 외교‧안보 역량 강화는 자강을 통해 국력을 강화하는 ‘내적 균형’의 측면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승인한 것도 한국이 중국까지 견제할 것이라는 계산 아래 내린 결정일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北 ‘적대적 두 국가론’ 유지할 가능성 ↑
이날 포럼에 참가한 사람들은 국제 분쟁이 늘어난 이유를 미국에서 찾았다. 미국이 세계 안보를 지키는 균형자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에 국제 분쟁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 김원수 전 차장은 “미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포기하며 전 세계 분쟁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유엔에서 일하던 201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국제분쟁은 내전 규모였으나 지금은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분쟁의 심각성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지표가 난민의 수인데 2010년대에는 난민이 2000만 명 내외였으나 지금은 1억6000만 명(2025년 기준)이 넘는다”고 말했다.신범식 교수도 “미국 중심의 동맹체계가 세계 안보를 유지하는 축이었는데 변화가 크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분쟁을 해결하려 하지만 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분쟁 종료 가능성을 예상해보자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 전쟁을 해나갈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중이라 한국전쟁처럼 휴전체제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도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잘 정리해 나가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한국이 안보는 물론 외교 측면에서도 교류하는 국가를 늘리는 등 자강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 등 한국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미국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성욱 교수는 “12월 5일 백악관이 발표한 국방안보전략(NSS)을 보면 2026년에 미국이 어떤 분야에 집중할지를 알 수 있다”며 “미국의 안보 전략 대부분이 동맹국에 안보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에 발표한 NSS에는 북한이 16회나 언급돼 있는데, 이번 NSS에는 한반도나 북한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실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 및 경제 제재 해제를 원했으나 지금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미국이나 서방과 관계를 정상화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귀근 전 부장도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관계는 답보상태를 면하기 어렵고 미국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 지적했다.

왼쪽부터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김귀근 전 연합뉴스 한반도부부장, 이철재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장, 김원수 전 유엔사무차장. 홍태식 객원기자
균형 잡힌 외교‧안보 정책 수립해야
김원수 전 차장은 “현재로서는 북미대화 성사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이뤄지더라도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빠진 채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한다면 그 회담 내용이 우리 이익에 부합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관계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문가 의견도 제시됐다. 천명국 위원은 “한국과 미국은 2025년부터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CNI·Conventional and Nuclear Integration)를 진행하고 있고, 핵 확장억제 그룹 협의체(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회의도 이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고, 이철재 소장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대비 방위비 비율을 3.5%로 인상한 것에 대해 미국도 크게 고마워하고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핵잠수함 개발에 관한 협상에서 이 부분을 강조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피터 헤그세스 국방 장관은 12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한국은 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사용하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동맹국들이 곧 이를 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토론을 마치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국제 외교‧안보 상황 예측이 어려운 만큼 국내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수 전 차장은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관성’”이라며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한국 내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타국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사도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외교‧안보 정책을 반영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야 중 어느 한 쪽과 친한 전문가 이야기만 들어서는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펴기 어렵다”며 “최대한 다양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외교‧안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사도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집단도 (정치적 문제로) 분열하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배려하며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정치권에 조언해 줘야 한다”며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외교가에서도 한국의 자강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12회 KWO 나지포럼’ 좌장을 맡은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홍태식 객원기자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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