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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민족주의

저마다 내 땅, 영토분쟁의 핵 ‘만주’

한·중·일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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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민족주의

역사 교과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견해를 대표하지 않고 관련국 학계의 일반적 성과를 반영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악비는 금군을 대파시키며 많은 땅을 회복하였지만, 금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비굴하게 강화하려는 남송 왕실과 권력층에 의해 병권을 해제당하고 결국 모반죄로 죽음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중국 교과서는 금과 송의 대립을 서술하면서, 송의 인물을 금에 굴복하려는 부류와 금에 저항하며 영토를 되찾으려는 인물로 구분하고, 후자를 부각시켰다. 악비에 대한 본문의 강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별도의 칼럼에서 부연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중국의 역사교과서는 송나라를 정통으로, 요나라와 금나라를 비정통으로 설정하고 요와 금에 의한 중국 북부의 점유를 중원 왕조에 대한 침입으로 기술하고 있다. 요와 금에 대하여 비우호적임은 금에 대해 항전한 악비를 높이 서술하고 있는 것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영토와 국경 강조

중국 역사교과서는 중국 영토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그것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단호하게 서술하고 있다. 별도의 칼럼형태인 ‘역사지식경기’, 즉 역사지식 퀴즈 대회의 주제가 바로 “신강, 서장,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다”였다.

우선 교과서에 게재된 산문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우리는 조국을 사랑하고 또한 조국의 대자연의 풍경을 사랑한다. 우리는 조국의 산하대지만 아니라, 풀 한 포기 나무 하나, 꽃 하나, 돌 하나, 벽돌 하나, 기와 하나에도 우리는 친절을 느끼게 하고, 우리에게 그리움과 애무를 느끼게 한다. (‘중국역사’ 7년급 하, 121쪽)

조국의 산하, 조국의 역사는 정직한 중화의 아들딸에게 영원히 조국에 대한 진지한 감정의 원천이며, 중화민족에게 세계민족의 수풀의 기초에 자립하게 한다. 우리들에게 조국의 역사를 이해하도록 하고, 조국의 산하를 기억나게 한다. (위와 같은 쪽)

이 글은 조국의 산하와 역사가 중화민족의 영원한 감정의 원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신강, 서장, 대만이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라는 주제로 경기내용, 경기조직, 시험제목, 경기형식 등의 역사지식 경기 운영에 대하여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 경기는 반별 방식을 거쳐 학년별 형태로 확대되며, 이밖에 통일다민족국가, 민족의 우호왕래사, 민족 발전사 등과 같은 경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예시하고 있다.

역사지식경기를 통하여 학생들이 “조국 강역과 영토주권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공감하고, 인문지식, 정리능력, 단체의식 등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이 중에서 앞의 내용이 주요 교육목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역사지식경기 주제와 관련하여 동북지구의 학교는 “동북지구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를 주제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신강, 서장, 대만에 이어 동북지구도 중국이 향후 해결해야 할 영토문제를 안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동북지구는 19세기 러시아에 불법적으로 할양, 혹은 침탈됐다고 중국이 주장하는 곳이다.

‘중국근대현대사’상(인민교육출판사, 2001년 5월)은 “러시아가 침점(侵占)한 우리나라 북방의 대규모 영토”라는 항목에서 195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러시아가 ‘불난 집에 이익 챙기듯’ 중국 북방 150만여km2의 영토를 침탈했다고 기술했다.

1858년 애혼(쾧琿) 조약으로 중국 동북 외흥안령 이남, 흑룡강 이북의 60만여km2, 1860년 북경조약으로 고혈도(庫頁島)를 포함한 오소리강 이동의 약 40만여km2, 1864년의 중아감분서북계약기(中俄勘分西北界約記)로 파이객십호(湖) 이동과 이남의 44만여km2, 그리고 1880년대 중·러 개정조약 및 이후 5개 감계의정서로 중국 서북부 7만여km2를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온갖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상과 같은 영토를 수호하고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중국의 집념은 다음과 같은 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우리들 조국의 토지를 사랑한다! 일찍이 광풍이 그것을 휩쓸고 가고, 일찍이 얼음과 우박이 그것을 감싸도, 일찍이 서리와 눈이 그것을 봉쇄하고, 일찍이 큰 불이 그것을 불태우고, 일찍이 큰 비가 그것을 씻어도 (중략) 다만 이러저러한 괴로움과 어려움을 받을 뿐, 그것은 여전히 묵묵히 존재한다. 봄날이 되면 그것은 또 소생하고, 신심(信心)이 가득한 생의(生意)와 만발한 경색(景色)을 나타낸다. (‘중국역사’ 7년급 하, 121쪽)

그런데 중국 역사교과서에는 정작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북방 영토 즉 백두산, 두만강, 간도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국이 피의자 신분에 해당하는 것은 무시하고 고발자의 입장에 있는 문제만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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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상선 한국교과서연구소 소장institu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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