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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축구 인생은 최강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35세 國代 이동국

“내 축구 인생은 최강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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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축구 인생은 최강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9월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파라과이(10월 10일), 코스타리카(10월 14일)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날, 가장 관심을 모은 선수가 이동국(35·전북 현대)이다.

‘홍명보호’로 명명된 올해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서는 외면을 받았고, 대표팀 감독이 공석인 상황에서 신태용 코치 체제로 치른 9월 평가전에서 다시 태극 마크를 달았지만, 과연 외국인 감독이 선발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이 오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슈틸리케 1호’에 이동국을 승선시켰다. 명단 발표 후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26세부터 32세지만, 35세의 이동국을 선발한 것은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대표팀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내년 1월 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을 대비하는 것”이라며 “사실 베테랑 선수는 3∼4년 후 (월드컵에 출전하기엔) 힘들 수도 있으나 경험과 노하우를 어린 선수에 전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나이가 많다는 이유와 ‘국내용’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대표팀 선발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이동국으로선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깊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79년생으로 올해 나이 35세. 그러나 그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올 시즌에도 프로축구 K리그 득점(11골)·도움(6도움)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후배들과의 거친 몸싸움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축구선수의 진가를 발휘하는 이동국을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나이를 잊게 하는 공간



이동국이 인터뷰 때마다 ‘지겹도록’ 받는 질문이 있다. 대표팀 은퇴 여부가 그것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이동국을 대표팀 명단에 올리며 베테랑의 역할을 강조한 만큼 적어도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대표팀에서는 이동국의 은퇴 여부가 화제가 될 것 같지 않다. 그래도 평소 인터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오는 대표팀 은퇴에 대한 이동국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었다.

▼ 대표팀 은퇴가 단골 레퍼토리처럼 인터뷰에 등장한다. 이젠 지겨울 듯도 싶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이 불편했다. 은퇴는 기자가, 팬이 정하는 게 아니라 선수가 고민해 결정하는 문제다. 그런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참들한테 은퇴 얘기를 쉽게 꺼낸다. 이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대표팀은 은퇴의 대상이 아니다. 난 스스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선후배들이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발표한 것을 지켜봤지만, 난 그걸(대표팀 은퇴를) 굳이 선수가 먼저 거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력이 없으면 뽑히지 못하는 데가 대표팀이다.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선수가 대표팀 은퇴를 먼저 발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 그래서 한 인터뷰에서 “대표팀은 내 나이를 잊게 하는 공간”이라 했나.

“그라운드에서는 양 팀 선수들이 계급장 떼고 승부를 낸다. 그 안에서는 선후배도 없고, 학연, 지연도 없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겨룰 뿐이다.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는 내 나이를 잊을 수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사회 친구들보다 내가 훨씬 더 젊어 보인다고 하더라.(웃음) 아이가 다섯 명이라고 하면 다들 놀라 까무러친다.”

▼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전임자이던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이동국 선수를 제외했기 때문에 과연 새 감독은 이동국 선수를 뽑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언론이나 일부 팬은 내가 홍명보 감독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다. 내가 그분에게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분 나쁠 게 뭐가 있겠나.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과 인연 맺지 못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난 그 당시 홍 감독의 결정을 존중했다. 감정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지난 일에 연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이젠 새로운 출발이다. 대표팀을 이끌어나갈 슈틸리케 감독은 침체한 대표팀의 분위기를 잘 살릴 지도자라고 본다. 코칭스태프부터 훈련 방식, 대표팀 내 생활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할 것”

이동국은 2009년 1월 10일, 미드필더 김상식과 함께 성남 일화에서 전북 현대로 트레이드됐다. 성남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터라 당시 언론에서는 두 ‘노장’을 데려간 최강희 감독을 향해 ‘지나친 모험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그해 29경기 20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전북 현대는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동국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MVP와 베스트11, 득점상을 수상했다. 또한 팬 투표를 통해 ‘팬타스틱 플레이어(FAN-tastic Player)’로도 뽑혔다. 당시 이동국의 수상이 더욱 크게 와 닿은 것은 그의 굴곡 많은 축구 인생 때문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선수가 불과 1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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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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