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등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즌 시작할 때부터 이 대회에서는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지막 날 몰아쳐서 그렇게 올라갔는데, 첫째 날과 둘째 날 조금만 더 잘 쳤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최선을 다했으니까.”
박결은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마지막 날 버디 8개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이 대회에서도 마지막 날 버디 6개를 몰아쳐 공동 10위에서 2위까지 끌어올렸다.
▼ 아마추어 때 성적은 어땠어요?
“그렇게 잘하지도 못했지만 못하지도 않았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국가대표 상비군에는 들었는데, 국가대표에 뽑히지는 못하는 정도였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혀서 아시아경기대회에도 나가게 된 거예요.”
▼ 골프를 아홉 살 때 시작했다고 하던데, 계기는.
“아빠가 운영하시던 스포츠센터에 헬스장, 골프장, 수영장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수영을 배웠는데 재미없고 힘들었어요. 그러다 아빠 따라서 골프장을 다녔는데, 프로들이 ‘소질 있다’고 권해서 시작했죠.”
▼ 골프는 재미있었어요?
“네,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연습할 정도였어요. 학교는 가야 했으니까,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오면, 밥 먹고 바로 연습장에 가서 프로가 퇴근할 때까지 같이 있었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도 대회에 나가 2등, 3등 하다가 4학년 때 우승도 하고 그랬어요. 전국대회에서도 우승하고.”
▼ 골프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1년 정도 방황을 좀 했어요. 국가대표를 하고 싶었는데 샷도 잘 안 맞고 성적도 안 나왔거든요. 연습도 하기 싫었어요. 그러다 2학년 때 지금 배우고 있는 프로를 만나서 전지훈련을 갔는데, 제가 몰랐던 게 너무 많다는 걸 느꼈죠. 숏게임은 기술이 중요한데 그걸 몰랐으니….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다음해에 국가대표가 됐고,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잉스터처럼 즐기고 싶어”
▼ 비슷한 또래 선수들과 비교할 때 장단점이 뭐라고 보나요.
“다른 선수들보다 드라이버를 똑바로 치는 건 장점인데, 거리가 조금 덜 나가는 게 단점인 것 같아요. 가끔 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요즘 코스 길이가 너무 길어져서 불리할 때가 있어요. 제가 롱 아이언을 칠 때 (박)지영이는 숏 아이언을 쳐요. 그만큼 저보다 지영이가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그런 점에서 거리의 중요성을 많이 실감해요. 올 시즌이 끝나면 거리를 늘리기 위해 체력훈련을 강화해서 근력을 많이 키우려고 해요.”
▼ 어떤 선수가 되고 싶습니까.
“오래전부터 줄리 잉스터(55)를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경기를 하면 재미있고 행복하긴 한데, 시드를 유지해야 하니까 결과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그 선수를 보면 골프를 참 편안하게 치는 것 같고, 또 골프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요. 투어 생활을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여행 다니듯이 사는 게 무척 행복해 보여요. 멋있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 나이까지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골프를 더 사랑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좋아해서 열심히 하면, 나중에 그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골프를 하고 싶어요.”
▼ 인생의 최종 목표는.
“공부도 더 하고 싶고, 경기 해설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최종적으로 교수와 해설가, 둘을 같이 하고 싶어요. 골프도 하면서. 하하,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그때쯤 되면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골프를 정말 마음 편히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골프가 ‘평생 같이 사는 친구 같다’는 박결. 시즌 초반 ‘슈퍼 루키’ 탄생이라는 기대보다는 소박하게 올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한국 여성 골프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임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