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열린우리당 중도세력 구심점, 정장선 의원

“노 대통령 신당 참여 배제하고 정동영·김근태는 대선 불출마 선언해야”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6-11-08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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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 내 절반이 중도파…정계개편 때 ‘방향타’ 위력 발휘할 것
    • “여당에서 ‘북핵 미국 책임론’ 제기하는 것은 문제”
    • “금강산·개성공단서 나온 돈, 北 군비로 유용됐는지 따져봐야”
    • “전작권 환수 문제,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것 없다”
    • “손학규 전 지사 같은 분, 오픈 프라이머리 함께 참여했으면…”
    • 과도한 ‘DJ 문안정치’는 정치후퇴
    • “좌편향 여당 인사들 민노당으로 자연히 정리될 것”
    열린우리당 중도세력 구심점, 정장선 의원
    북한의 핵실험이 정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며 햇볕정책의 공과(功過)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10월9일,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던 열린우리당은 다음날부터는 “미국도 책임이 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물론이고 포용정책도 기본 기조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방향을 선회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무슨 잘못이 있나”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영향을 미쳤다.

    DJ는 “민주당후보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민심을 저버린 것”이라고도 했는데, 가뜩이나 호남이라는 ‘집토끼’를 잃은 여당으로선 친(親)DJ 노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송금 특검, 한나라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라는 두 가지 ‘원죄’ 때문에 세 번째 실책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을 법하다.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조차 10월13일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당에는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대북 포용노선이 핵실험을 불러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77명은 같은 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확대 참여 반대’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당 지도부와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참여 의원의 숫자에 대해서는 뒷말이 따랐다. 당 소속 의원 141명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워낙 급하게 진행됐다’ ‘의원 개개인에게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절반 정도의 의원이 ‘다른 판단’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서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정장선(鄭長善·48) 의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여러 계파로 느슨하게 흩어져 있으나, 막상 세어보면 이른바 중도세력이 열린우리당의 반 정도는 된다”고 단언했다.



    고건 전 총리가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른 이후, 더 정확히 말하면 5·31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에서는 ‘중도파’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다. 그전까지 주로 나돌던 ‘중도개혁세력’이나 ‘민주개혁세력’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차별화된 말로, 예전보다 약간 오른쪽에 방점이 찍힌 단어다. 굳이 나누자면 ‘보수’에 가까운 표현법이랄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고 전 총리가 최근 “직접적 군사조치는 몰라도 유엔 등 국제사회가 PSI 참여를 결의할 경우 공조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이제까지의 안이하고 온정적인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현재 열린우리당 중도파의 생각과도 비슷하다.

    ‘개혁’ 사라지고 ‘중도’가 남다

    열린우리당 중도파는 대선후보로서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정동영, 김근태계 의원들 중에서도 애초부터 계파색깔이 옅었던 관료 출신이나 비(非)호남 민주당 출신 의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튀는 행동’이 없어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있을 정계개편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열린우리당 중도파 중 20여 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희망포럼 21’ 의원들은 현재도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내딛고 있다. 9월18일에는 “북한 핵 문제,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등 한반도 안보환경을 고려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신축적으로 변경, 적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 청와대는 물론 당 지도부와도 다른 목소리를 내 주목을 받았다.

    재선의 정장선 의원은 민주당 시절부터 비(非)동교동 노선을 이끈 ‘새벽21’ 의원 모임에서 활동했고, 열린우리당에 와서도 초반에는 보수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에서 목소리를 내는 등 전반적으로 비(非)DJ, 비(非)노무현 성향을 보였다. 올해 6월 결성된 ‘희망포럼 21’ 역시 그가 사실상의 산파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는 개혁파나 친노(親盧) 386 의원으로 이루어진 진보성향 그룹과, 유재건 정덕구 조성태 의원 등으로 꼽히는 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의 보수성향 노장 의원 그룹에 가려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그는 당 출범 초기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튀는 언행이나 정책노선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몇 안 되는 의원 중 한 명이었지만, 지난 6월 현 김근태 의장이 이끄는 집행부의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참여한 뒤부터는 ‘자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연말과 내년 연초로 예상되는 정계개편에서는 ‘40대 후반, 재선, 수도권 의원’이라는 그의 ‘중도적 위치’가 구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중도’ 의원들이 현재 갖고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 정장선 의원을 만나 정계 현안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 북핵 문제에 대한 여당의 태도 표명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건 분명합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대화 자체에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은 것도 지적받아야 하고요. 다만 여당인 우리가 그 이야기를 너무 강하게 하는 것은 자칫하면 ‘북핵이 미국 때문에 생긴 것’이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여당 내에서 미국 책임을 거론하는 것 자체는 적절치 않으며, 이 때문에 비대위 상임위원 자격으로 당 지도부에도 몇 차례 그런 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의 존속 혹은 철수에 대한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서 결정할 사안입니다. 다만 이런 사업들이 빌미가 돼 북한에 핵개발을 할 수 있는 현금이 지원됐는가 하는 부분은 우선적으로 검증돼야 합니다. 민간지원 사업에서 나온 돈이 북한에서 군사적으로 유용됐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그 결과에 따라 정책 변화를 논의해야 합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내년초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 자연스럽게 외교안보라인이 교체되겠지만,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그전에라도 인사조치를 해 정부가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희망포럼 21’이 정계개편에서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 모임은 열린우리당이 급진, 진보 쪽으로 알려진 측면이 있으니 중도성향의 40, 50대 의원들이 역할을 하자는 공감대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이 ‘좌파’로 오해받을 수 있는 빌미를 주는 정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서 국민과의 간극을 좁히자는 취지도 있었고요. 계파와 출신지역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직업적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20여 명이 모였습니다.

    이념 성향을 1에서 10까지 놓고 봤을 때 안개모가 7이라면 우리는 4∼6에 분포한다고 보면 됩니다. 모인 건 20명 남짓하지만, 이런 중도성향 의원들이 지금은 당내에 최소 절반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정기국회가 끝나면 별도의 워크숍을 마련하고 ‘당, 혹은 통합신당이 나아갈 방향이나 좌표설정이 어떠해야 하며, 대선후보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이다’ 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특정 대권후보나 지역구도를 의식하지는 않고, 철저히 정책개발을 통해 어젠더를 던지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내년 대선의 키워드는 ‘경제’

    ▼ ‘희망포럼 21’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 재검토를 거론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대외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여당은 전작권 환수에 공식적으로 찬성한 적이 없습니다.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당론으로 확정한 것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전체의원총회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중도세력 구심점, 정장선 의원

    정장선 의원. 향후 정계개편에서 40대 후반, 재선, 수도권 의원이라는 그의 ‘중도적 위치’에 힘이 실릴지가 관심사다.

    전작권 때문에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된 상태이지만, 이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환수 자체는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정치공세만 있고 좀더 현실적인 문제, 예를 들어 방위비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 한미동맹은 정말 괜찮은지, 북핵 문제와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여권 차원의 논의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봤습니다. 전작권 환수를 강행할 거라면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측면이 있잖아요. 물론 희망포럼21에서는 한나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그러니 일각에서 말하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한 무책임한 동조’도 아닙니다.”

    ▼ 2007년 대선에도 ‘자주’가 위력을 발휘할 것 같습니까.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칠 다른 키워드가 있을까요.

    “지난 대선 때는 효순·미선 양 사건 때문에 반미, 넓은 의미의 자주라는 단어가 젊은층에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고 국론분열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경제성장’ ‘국민통합’ ‘미래 발전동력’ ‘빈부격차 해소’ ‘한반도 평화’ 같은 캐치프레이즈의 순으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봅니다.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이 어려운 계층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국가재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한 ‘비전2030’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일 겁니다.

    당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성향을 보인다는 20, 3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계속 해보는데, 이들조차 계속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경제가 안 좋고 취업상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념성향에 있어서는 좌도 우도 아닌 ‘탈(脫)이념화’가 역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고요.

    어느 때보다 대북정책, 한미관계, 한일관계가 현안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리라 봅니다. 어느 누구도 지금처럼 미국 중국 일본과 어정쩡하고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걸 원하지 않으므로, 전통적 우방 혹은 4강 외교를 강화할 설득력 있는 대안이나 외교 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지 또한 관건입니다.

    대통령후보의 언론관도 이슈가 되겠죠. 그동안 언론이 잘못한 것도 있고, 실제로 이 정부 들어 많이 개선된 것도 있다고 보지만, 많은 국민이 대통령과 언론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가가 불행해진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정권과 언론의 대립 속에 국민이 몇 년째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 ‘지역주의’ 또는 ‘진보개혁노선’이란 단어가 유권자에게 얼마나 먹혀들 수 있을까요.

    “결국 한나라당 대 비(非)한나라당 구도는 이어질 겁니다. 따라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영남 대 호남의 두 축을 기본으로 한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이번에도 불가피하게 재현되리라 봅니다. 다만 ‘개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의 ‘개혁 피로감’을 감안할 때 선뜻 꺼내기 힘든 카드입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우리가 옳으니까 따라오라’는 식의 개혁 드라이브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역해 대체입법조차 하지 못한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였고요. 4년여에 걸친 참여정부의 실책이 많은 반면교사를 낳았습니다.

    비슷한 맥락인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인 견해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지난번 대선 이상으로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노동계의 과격시위라든가 비합리적인 요구사항 등에 대해 국민이 염증을 느끼는 듯합니다.”

    노 대통령 신당 참여 안 될 말

    ▼ 열린우리당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어느 쪽도 단독 집권이 힘드니까 두 당의 연합은 불가피하다고 봐요. 연합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문제인데, 선거를 앞두고 이런 과정이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봅니다. ‘헤쳐모여’ 과정에서 예컨대 왼쪽으로 이념편향성을 가진 분들은 민노당으로 가면 되겠지요.

    더 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에 참여하느냐 여부인데, 제 생각으론 지금 대통령의 집권방식을 보면 훗날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당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내년초에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당과 거리를 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여야를 초월해 국정을 마무리하고 여당은 독자적으로 활로를 모색하자는 거죠. 어차피 지금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힘들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 열린우리당 중도파들의 성향은 고건 전 총리와 이념적으로 흡사해 보입니다.

    “고 전 총리는 여권 내에서 같이 가야 할 분이지만, 아직은 유력 후보들 중 ‘원 오브 뎀’이라고 봅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완전자유경선제를 통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낸 분이 대권후보가 돼야 합니다. 희망포럼21은 특히 특정인 중심으로 당내 세력이 뭉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현재 고 전 총리의 여론지지율이 높지만 그분에 대해서는 검증된 것이 별로 없죠. 국민과 당원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근혜 대표는 장기간 대표를 맡으면서 치른 선거에서 계속 이기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있고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열린우리당이 못할수록 반사 이익을 더 얻고 있죠. 경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벤트에 강하고 때로 독선적으로 비치는 캐릭터가 어떻게 작용할지가 변수입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00일 동안 벌인 민심대장정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향후 열린우리당이 중도성향의 새로운 신당으로 재편될 때 손 전 지사를 참여시키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일부 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더라도 손 전 지사, 아니 손 전 지사 같은 분들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당내 거부감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오픈 프라이머리의 효과도 훨씬 커질 것 같습니다.”

    체제변화, 인권 개선 없는 ‘퍼주기’ 안 돼

    ▼ 민주당 시절에는 비(非)동교동 색채가 강했는데, 요즘 열린우리당이 민주당보다 더 ‘도로 DJ’에 가까워 보인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예전에 ‘정치권이 국민보다 반 보 내지 한 보만 앞서라’고 하시는 걸 보며 참 원숙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정치권이 때만 되면, 혹은 북핵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만 생기면 DJ를 찾아가서 나아갈 좌표를 구하는 게 과연 좋은 행태인지는 좀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주요 현안에 대해 집권세력, 특히 여당의 경우 여당만의 색깔과 소신을 갖고 그걸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원로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탐문하다보면 그런 게 부족해지거든요. 정치의 후퇴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여당 중도파 내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까.

    “국정감사 중이라 동료의원들의 견해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대개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햇볕정책이 남북교류를 성사시킨 공이 있고, 남북관계가 대결과 긴장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시대적 대의를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아주 큰 틀에서는 존속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의 태도 변화와 상관없는 ‘일방적 퍼주기’ 지원 방식은 반드시 수정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지원에는 북한 체제의 변화나 하다못해 남한 기업에 대한 교역조건 완화라도 뒤따르도록 대비책을 만드는 게 정상입니다. 또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소극적인 자세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미국과 시각 차이가 없을 순 없지만 미국이 우리를 좀더 신뢰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 당 중도성향 의원들 중에는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 계파인 경우도 많은데요.

    “당이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계파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비생산적일뿐더러 요즘 같아서는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동영, 김근태 두 분이 창당 때부터 지금까지 당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오신 것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당 의장이나 장관 등 여권의 요직을 맡아오면서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위상에 이르게 한 책임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이분들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의원들이 계파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분들의 향후 모든 정치적 행위가 다 대선을 위한 ‘구도 만들기’로 비칠 공산이 큽니다. 이는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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