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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의 리걸 에세이

‘사실상’ 처벌이 된 구속 무죄추정원칙은 어디로

  • | 정재민 전 판사·소설가

‘사실상’ 처벌이 된 구속 무죄추정원칙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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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면회를 바꿔라

이런 현상이 아주 불합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 비록 유죄로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고 따라서 피고인 측 반론을 본격적으로 들어보기 전이라는 한계가 있으나, 구속된 후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통계상 매우 낮은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구속이 ‘사실상’ 처벌 못지않다면 구속을 하는 쪽에서는 최대한 절제해야 하고, 구속을 당하는 쪽을 위해서는 불이익을 최대한 완화해주어야 한다. 처음 영장업무와 형사단독재판을 했을 때 선배가 성인오락실 사건, 고래잡이 사건, 사기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거라고 조언해서 나는 개별적으로 구속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경력이 짧은 내가 생각이 짧아서 이례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러운 마음에서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에도 과감하게 구속영장을 기각할 것을 그랬다. 

구속이 처벌로 간주되는 효과가 덜해지도록, 구속된 사람들의 처우도 대폭 개선되면 좋겠다. 헌법상 무죄로 추정된다는 사람들의 생활이 왜 수형자와 거의 다름없이 제한되는지 의문이다. 지난번 지인을 면회 가보았더니 미결수 면회시간이 1일 1회 10분이었다. 변호인 접견권은 종일 보장되므로 변호사를 매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사람은 구치소에서 회사도 운영할 수 있는 반면,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자와 별다를 바 없다. 적어도 가족만큼은 종일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옆에서 교도관이 대화를 받아 적고 있는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면회를 10분 허용하고서 무죄로 추정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상’ 처벌이 된 구속 무죄추정원칙은 어디로

정재민
● 서울대 법대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사법연수원 수료(32기)
● 前 판사, 舊 유고유엔국제형사재판소 (ICTY) 재판연구관, 

   외교부 영토법률자문관
● 세계문학상, 매일신문 포항국제동해문학상 수상
● 저서 : ‘보헤미안랩소디’ ‘국제법과 함께 읽는 독도현대사’ ‘소설 이사부’ ‘독도 인 더 헤이그’




신동아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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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민 전 판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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