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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투쟁’ 전교조, 칼날 위에 서다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강경투쟁’ 전교조, 칼날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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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장과 홍교감의 서면 사과가 없자 전교조 충남지부는 3월31일 전교조 소속 교사 20여 명과 함께 예산군교육청에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집회에는 보성초등학교 최모 교사와 정모 교사도 참가했다.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지역 언론사에 배포했고, 4월2일자 ‘대전일보’와 ‘대전매일’에 관련기사가 실렸다. 이틀 후인 4월4일 서교장은 유명을 달리했다.

영안실에서 만난 부인 김씨는 “남편은 사과 요구를 받은 후 내내 고민했지만, 4월1일 기자들이 취재를 벌이자 더욱 불안해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신문부터 집어들고 관련 기사를 읽더니 밥도 못 먹고 안절부절못하는 등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며 울먹였다. 홍교감은 “서교장이 줄담배를 피워대며 힘겨워했다. ‘기사가 나왔으니 거짓도 사실로 알려지지 않겠냐’며 ‘죽어서라도 내 누명을 벗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예산 토박이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존경받아온 서교장으로서는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기사가 실렸다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진형 사무처장은 “교육청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먼저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취재를 요청하기에 그날 밤 늦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서 “3월29일 서교장이 진교사에게 재임용 발령장을 보냈고 4월1일 진교사가 복직했으며, 그 학교 선생님들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에 그다지 불편한 기류가 흐르지 않았다고 한다. 전교조의 서면 사과 요구가 궁극적인 자살 원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교조는 4월9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여교사에게 행해진 부당한 학교 관행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생긴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이 사건을 규정했다. 아울러 “유서가 없기 때문에 전교조의 서면 사과 요구가 서교장의 자살 원인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교조의 과실이 드러나면 유족과 관계자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자살의 원인이 지역 교장단 회의에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즉, 4월2일 서교장이 참석한 예산교육청 초등 교장단 회의에서 이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서교장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것. 보성초등학교의 전교조 소속 정모 교사는 “교장단 회의가 끝난 후 교장선생님이 회식에 참석했는데,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평소와 달리 아무 말도 없이 식사만 했다”며 “교장단 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예산교육청측은 “교장단 회의에선 천안초등학교 화재 사건과 관련한 학교 안전문제가 주요 논의 대상이었고, 보성초등학교 건은 안건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며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초등학교 한규복 교장은 “서교장을 ‘왕따’시키기는커녕 모두가 그분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위로했다”고 전했다.

투쟁 일변도에 집중 포화

한편 서교장이 자살 직전까지 겪은 일을 꼼꼼히 적어놓은 메모장이 발견됐는데, 여기엔 전교조 간부가 ‘묻는 말에 똑바로 답하라. 허위로 밝혀질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그런 말은 법정에 가서 하라…우리가 곧 갈 것이다’라며 공갈, 협박했다던가 ‘교장·교감 연명으로 사과문을 써라’고 요구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메모는 ‘대전일보에 나옴(기사)’으로 끝났다.

진교사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해 서교장이 자필로 사실 여부를 기록한 문건도 발견됐는데, 서교장은 자신이 ‘수업중에 차를 타라’ ‘윗사람이 시켜서 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전교조야’라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 ‘사실과 다름’이라고 써놓았다.

서교장 사건 이후 전교조는 여론의 집중 포화에 휩싸여 있다. 1989년 ‘참교육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설립되어 교육 개혁과 민주화의 선봉에 서 온 전교조가 출범 이래 최대 시련에 부딪힌 것. 전교조 홈페이지(www.eduhope.net)에는 전교조를 비난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안티 전교조 사이트(cafe. daum.net/antiktu)의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을 비롯한 각종 학부모 단체와 한국교총, 지역별 교장단 협의회 등은 ‘(서교장의 자살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한국 교육 현장의 죽음이며 교육의 파탄’이라며 전교조에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 전교조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교장단이나 교육 관료들 뿐 아니라 그동안 전교조와 같은 길을 걸었던 시민단체나 전교조 소속 교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전교조의 강경노선, 다시 말해 투쟁 일변도의 전교조 활동 방식이다. 서교장 사건에 있어서도 전교조가 강한 비난을 산 대목은 진교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얘기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전에 무작정 서교장을 몰아붙였다는 점이다.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진교사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발령난 지 20일 만에 학교를 그만뒀겠느냐. 더구나 서교장은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한 뒤 진교사를 복직시켰다. 잘못한 게 없다면 왜 그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보성초등학교 홍교감은 “사건 와중에 서교장은 진교사가 자신의 옛 제자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 더욱 좋게 좋게 풀어나가려고 한 듯하다. 서교장이 사과하고 복직시킨 것은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라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자신들의 주장만 펼치며 서교장을 다그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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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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