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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 多문화 한국, 그 불편한 진실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산다는 것

“엄마가 돈 벌러 왔지? 어서 돌아가라”

  • 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ysreporter@yahoo.co.kr│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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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행복하고 좋은 나라, 그러나…
  • ●“전라도 아줌마처럼 받아주면 좋겠어요”
  • ● 베트남 호텔 맞선, 폭행, 이혼…
  • ●“경찰 아저씨, 내가 때려줄 거야”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산다는 것
11월의 첫 주말, 경기 광명시 성애병원 영안실을 찾았다. 출입국사무소의 집중단속을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를 조문하기 위해서였다. 8년 전 입국해 일용잡부로 살아온 두안의 빈소를 스물아홉 살 아내 난이 지키고 있었다. 태어난 지 4개월 된 딸 투이용은 아빠의 영정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두안과 함께 일하던 베트남 미등록 노동자들은 빈소를 찾지 못했다. 두안이 죽던 날 2명은 도망쳤고, 2명은 체포된 탓이다.

두안의 마지막 길은 베트남 식을 따랐다. 아내는 몸소 수의를 지었고, 제단엔 가짜 돈을 수북이 쌓았다. 두안의 동료들은 가짜 돈을 뿌리며 고인을 위로할 거라고 말했다. 돈 벌러 왔다가 돈 때문에 죽은 사람을 돈으로 이별하는 의식이라 했다. 두안은 살아서 한 달에 130만원을 벌었다. 미등록 노동자였기에 단속이 뜨면 며칠씩 일을 쉬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아내는 돈을 모아 베트남에 땅을 사두었다. 이제 아내는 그 땅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

한국말이 서툰 아내에게 “살아보니 한국이 어떠하더냐?”고 물었다. 결혼 1년 만에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의 입에서 “행복하고 좋은 나라”라는 대답이 나왔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했고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1년 전 난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도 비자가 없어서 출국하지 못했다. 이제 그는 위로금 몇 푼 받아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다. 그래도 한국이 좋다고 한다. 딱 하나, 남편을 앗아간 강제 단속은 싫다고 덧붙인다.

행복하고 좋은 나라,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쟁하듯이 다문화 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 이주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출입국사무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27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 3년 전이고, 토끼몰이식 대규모 단속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뒤집어쓴 것이 2년 전이다. 최근엔 서울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국적인 검거 열풍이 불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교도소 수용자처럼 꽁꽁 숨어버렸다.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인처럼 살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그들은 똑같이 일하면서도 월급을 적게 받는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모욕을 감수한다. 그들은 은행이나 인터넷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미등록’ 딱지를 물려받는다. 그래도 그들은 한국에서 계속 살겠다고 말한다. 아니, 여기서 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루이는 18년간 한국에서 일했다. 그 사이 생후 45일 된 아들을 필리핀으로 보냈다. 2개월이 지나면 정식으로 출생등록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갓난아기를 비행기에 태웠다. 그때부터 14년간 엄마는 아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매일 인터넷으로 만나면서 커가는 아들을 확인할 뿐이다. 루이도 때로는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러나 당분간 한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 돈을 벌지 않는다면, 루이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남편 타니는 2008년 단속에 걸려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그는 2010년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여권 이름을 바꿔서 입국하는 관행에 따라 수속을 밟았다. 그러나 타니는 인천국제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채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2010년 2월에 벌어진 일이다. 법무부는 그에게 사문서 위조 혐의를 적용해 5년간 입국금지를 통보했다. 이제 루이는 2015년이 돼야 타니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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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ysreporter@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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