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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의 벤처트렌드 2.0

다시, 사람 냄새가 그립다

벤처로 독립한 싸이월드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다시, 사람 냄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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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 냄새가 그립다

모바일 싸이월드를 선보인 김동운 대표(왼쪽)와 허유경 매니저.

싸이. 대부분 ‘강남 스타일’로 유튜브를 휩쓴 가수 싸이를 떠올리겠지만, 한때 그보다 더 유명한 싸이가 있었다. 바로 2000년대를 강타한 토종 SNS ‘싸이월드’다.

최전성기였던 2005년, 싸이월드의 실제 이용자는 2700만 명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1촌’ ‘파도타기’ ‘도토리’ ‘미니홈피’ 등 싸이월드 내 용어는 사회적으로 통용됐다. 현재까지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 올린 사진은 120억 장, 홈페이지를 꾸미는 데 올린 음악만 5억만 건에 달한다.

하지만 2009년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SNS 서비스 인기가 늘어나면서 싸이월드에 ‘빈집’이 늘어갔다. 2011년 싸이월드 이용자 정보가 해킹되면서 많은 회원이 싸이월드를 떠났다. 철마다 “싸이월드가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4월 8일 싸이월드가 새롭게 태어났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리해 직원 30명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 3월 마지막 주, 분사를 앞두고 새 출발 준비에 여념 없는 김동운 대표를 만났다.

“저희 배짱 좋게 독립했습니다”

네이트와 함께 SK커뮤니케이션즈를 지탱하는 중요한 두 축이었던 싸이월드. 그런 싸이월드가 독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기업의 ‘우산’마저 사라진다면 안 그래도 하락세인 싸이월드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 싸이월드의 독립, 너무 배짱이 좋은 거 아닌가요?

“싸이월드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에 모바일 사업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빠른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불가피했습니다.”

▼ 벤처 싸이월드는 종업원 주주 회사인데, 직원이자 주주인 30명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지난해 2차에 걸쳐 싸이월드 독립에 대한 사내 설명회를 열었고 그때 지원자를 받았어요. 의외로 지원자가 많아 면접을 통해 30명을 뽑았습니다. 대부분 SK커뮤니케이션즈 내에서 싸이월드 업무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허유경 매니저의 경우 2005년 입사해서 7년간 싸이월드 개발팀에서 근무했으니 그야말로 싸이월드 전문가죠. 대부분의 직원이 싸이월드 전성기부터 쇠퇴기까지 지켜봤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그간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싸이월드의 한계를 절실히 느낀 사람들이기에, 안정성을 포기하고 선뜻 참여한 것 같아요.”

김 대표 역시 2000년대 중반 싸이월드 전략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당시를 ‘싸이월드가 뭘 해도 다 되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회원 수, 방문자 수, 매출 등 관련된 모든 숫자가 쭉쭉 올라갔다. 싸이월드를 통해 직장인으로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 만큼, 김 대표 역시 싸이월드에 대한 고마움과 부채감이 크다.

▼ 싸이월드가 하락세에 들어선 건 아이폰 국내 출시 직후인 2010년쯤인가요?

“수치적으로는 2010년부터 나타났지만, 그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어요. 싸이월드는 벤처 기업으로 시작했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습니다. 당시 SK로서는 경쟁사인 네이버, 다음에 비해 커뮤니티 부분이 약하다보니 싸이월드를 전략적으로 인수한 건데, 그러면서 아무래도 싸이월드만의 특성이 약해졌죠.”

▼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싸이월드도 큰 성장을 했죠?

“물론 회원 수, 사업 규모를 늘리는 데는 도움을 받았죠. 대기업 울타리 안에 있으니 자본 걱정이 적었고, 특히 SK커뮤니케이션즈의 메신저 ‘네이트온’과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어요. 네이트온 역시 싸이월드 덕분에 당시 메신저 사업자 1위였던 MSN을 이겼죠.”

독이 든 사과

▼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후 2006년 검색업체 엠파스를 합병하며 규모를 점차 키워갔어요.

“네. 당시 SK텔레콤에서 파견된 경영진이 ‘네이버를 봐라. 성장하려면 검색이 필수다’라면서 엠파스를 합병했는데, 그러면서 싸이월드의 정체성이 조금 무너지게 됐죠. 사실 SK텔레콤은 통신사로서 ‘맏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따뜻하게 귀를 기울이거나 사람 중심으로 경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 아이폰 출시 이후 대부분 웹 서비스가 모바일 위주로 변화했는데, 유독 싸이월드는 변화가 늦었어요.

“사실 정보기술 업계는 ‘한 달이면 세상이 변한다’고 할 정도인데, 싸이월드는 속도 경쟁에서 계속 뒤졌어요. 유무선 사업이 전략적으로 협의할 부분이 많은데 무선은 SK텔레콤, 유선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담당하다보니 모바일 싸이월드는 SK텔레콤이 직접 서비스했고, 그러다보니 의사 결정이 계속 늦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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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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