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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180원짜리 보험’의 실체

“싸다고 ‘헉’ 말고, 꼼꼼히 따져야”

  • | 김미리내 비즈니스워치 기자 panni@bizwatch.co.kr

요즘 뜨는 ‘180원짜리 보험’의 실체

  • ● 180원으로 보장받는 ‘미니 보험’이 뜬다
    ● 단순화하고 기간 줄여 보험료 확 낮춰
    ● 1만 원 미만 보험료로 재해부터 암까지 보장
    ● 보장 제한된 만큼 미끼 상품 아닌지 따져봐야

요즘 뜨는 ‘180원짜리 보험’의 실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보험해약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최근 1년간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 해약건수는 402만9700여 건으로 직전 1년 전과 비교해 약 30만5000건, 8.2%가 늘었다. 

보험의 중도해약은 대표적인 불황지표다. 경기가 안 좋을 때 보험은 가계 금융상품 가운데 정리 대상 1순위에 놓이게 된다. 보험료를 장기간 내야 하기 때문에 매달 높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보험사들은 최근 보장을 단순화하고 보장기간을 줄여 기존대비 보험료를 확 낮춘 ‘미니 보험’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보험가입이 이뤄지기 때문에 설계사 수수료나 사무실 비용 등이 보험료에 포함돼 있지 않아 최소 보험료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보장 내용을 단순화해 꼭 필요한 보장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대형 보험사들도 미니 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2040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꼭 필요한 보장만 단기간에

미니 보험의 특징은 무엇보다 보험료가 저렴한 데 있다. 기존 보험 상품이 ‘보장금액’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것과 달리 미니 보험은 ‘보험료’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보장이 단순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온라인상에서 혼자서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차이점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보험기간이 1~2년으로 짧고 일회성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소액단기보험’으로도 불린다. 짧은 기간 꼭 필요한 보장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니 보험을 ‘한철 입는 저가 의류 브랜드’에 비교하기도 한다. 

국내 시장에서 미니 보험도 중소형 보험사가 판매하기 시작했다. 낮은 보험료로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시키는 일명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허용하는 등 소액보험 규제를 완화하면서 최근 대형 보험사들도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는 미니 보험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음을 뜻한다. 

미니 보험은 온라인을 통해 보험 가입이 이뤄지기 때문에 2040세대를 주 타깃으로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료 수입이 크다기보다 보험 가입 기회가 적은 2030세대가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경험을 통해 향후 보험 상품의 필요성을 인지하도록 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미니 보험에는 어떤 상품들이 있을까? 미니 보험은 기존 상품과 비교해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라기보다는 실생활과 밀접한 보장 내용 하나만 기존 상품에서 떼오거나 기존 상품에서 보장 범위나 기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보험료는 월 180원에서 1만 원 미만까지 크게 낮아진다.


생활밀착형 상품이 대부분

MG 손해보험-인바이유(왼쪽) BNP파리바카디프생명 건강e제일보험(2)

MG 손해보험-인바이유(왼쪽) BNP파리바카디프생명 건강e제일보험(2)

MG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보험 플랫폼 회사 인바이유와 제휴해 월 1500원에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운전자보험을 선보였다. 운전자보험은 대개 가입기간이 10년 정도인데 만기를 자동차보험처럼 1년으로 줄이면서 보험료를 대폭 낮췄다. 

현대해상은 올해 초 2300원으로 가입 가능한 모바일 스키보험을 출시했다. 금요일 밤부터 스키를 즐기러 떠나는 사람이 많은 점을 착안해 이 상품을 만들었다. 금요일에 가입하면 일요일까지 스키를 타다 다쳤을 경우 최고 5000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도 여가활동이나 스포츠를 즐기다 입을 수 있는 부상을 보상하는 재해보험을 판매 중이다. 영플러스재해보험은 최저보험료 기준을 별도로 두지 않고, 납입기간이나 보장기간 등에 따라 보험료가 변경된다. 30세 여성이 재해사고 보험금 1000만 원을 기준으로 60세 만기, 10년간 납입하도록 가입할 경우 월 1900원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모바일 전용 상품인 건강e제일보험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특정 질병 등이 아닌 입원·수술·상해 등 3가지 보장을 4000원 미만의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중 특정 보장만을 선택해 가입할 수도 있고 3가지 보장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입할 겨우 건강e제일 플러스 보장보험을 선택하면 된다. 건강e제일보험은 케이뱅크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다. 에이스손해보험은 780원으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50만 원까지 보장하는 생활밀착형 상품을 내놨다.


월 1000원으로 3000만 원 위암 보장

삼성생명은 지난 9월 미니 암보험 1·2종을 출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 미니 암보험 1·2종을 출시했다.

최근 가입이 늘고 있는 치아보험도 1만 원 미만 가격으로 가입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치아보험을 판매한 라이나생명은 다이렉트 채널에서 월 보험료 9900원인 치아보험을 판매 중이다. 20대와 30대만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나이에 제한을 두고, 2030세대에 주로 발병하는 치료 위주로 보장 내용을 담았다. 비교적 발생 비율이 낮은 임플란트 보장을 제외해 보험료를 낮추고 청년층 발생 비율이 높은 충치, 치주질환, 크라운치료에 대해서는 개수 제한을 없애 보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보험 상품인 암보험도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 처브라이프생명은 올해 1월 20세 여성 기준 월 180원으로 가입 가능한 암보험을 내놨다. 연간 2000원 수준의 보험료로 유방암만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또 최근에는 30세 남자 기준 월 1000원으로 위암 진단 시 3000만 원을 보장받는 위암 상품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니 보험 시장에 최근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뛰어들면서 미니 보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 미니 암보험 1·2종을 출시했다. 암 진단금만 보장하는 상품으로 주요 암을 보장하는 1종은 소액암으로 분류됐던 전립선암·유방암·자궁암 등도 주요 암과 같은 금액으로 보장한다. 보장금액은 최고 500만 원으로, 30세 남성이 보장금액을 500만 원으로 가입할 경우 연 보험료는 7905원, 월 보험료는 약 660원 수준이다. 보장 기간은 3년으로 3년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낼 경우 2만2585원으로 4.8%가량 보험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2종은 발병률이 높은 위암·폐암·간암 등 3가지 암만 보장하며 보장범위가 좁은 대신 보장금액은 최고 1000만 원이다. 30세 남성이 보장금액 1000만 원으로 가입할 경우 연간 보험료는 2040원, 3년치 일시납보험료는 5030원이다.


기존 상품과 중복되지 않는지 살펴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미니 보험의 최대 장점은 바로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일반 보험은 장기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부담돼 중간에 해약하는 예가 자주 발생한다.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해약 시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기 어렵다. 또 장기간 유지하다 해약하면 새로 보험을 들기 어려워 정작 보험이 필요할 때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면 미니 보험은 온라인을 통해 가입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업비가 들지 않아 비용이 대폭 내려간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은 반대로 보장이 그만큼 제한적이고 보장금액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암보험은 진단금과 함께 수술비 입원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니 보험은 진단금만 지급되기 때문에 가입 전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가입해야 한다.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해도 기존에 들고 있는 보험 상품과 중복되지는 않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니 보험을 들기 위해 기존 보험을 해약할 경우에는 더욱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미니 보험은 보험료를 낮추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가입연령이나 가입군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반 보험을 해약한 상태에서 미니 보험 가입이 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시 가입하려 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재가입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여러 개의 상품을 즉흥적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미니 보험은 태생이 틈새시장을 노린 ‘미끼 상품’인 만큼 보험사들이 일반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고객 정보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미니 보험을 통해 일정 부분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끼 상품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미니 보험 시장은 미미한 상태다. 박혜진 한화생명 과장은 “아무리 싸고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가입자들이 이 내용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미니 보험 수요 확대가 더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미니 보험에 관심을 보이면서 조만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늘고 있다. 사실 미니 보험은 보험사 수익 중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다만 20·30대 젊은 세대를 일반 상품으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상품 가입 절차를 좀 더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몇 천 원에 불과한 상품을 팔려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게 소비자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니 보험이 단순 미끼 상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미니 보험이 특정 위험에 대비하는 특화된 상품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도록 IT 기술과의 접목, 치밀한 고객 니즈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8년 11월 호

| 김미리내 비즈니스워치 기자 pann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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