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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내부자들, 부당거래? 영화가 아니다!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내부자들, 부당거래?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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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대학의 케빈 머피, 하버드 대학의 안드레이 쉬라이퍼 교수 등이 한 ‘지대 추구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대 추구를 10%만 적게 하더라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0.78%포인트 올라간다. 1980년부터 적용해보면 2011년의 미국의 1인당 GDP는 4만3000달러가 아니고 5만4000달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림 1〉 참조).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교육과 부동산 영역에서 다수의 사람이 지대를 추구해왔다.  2014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학벌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학벌이 좋아야만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높은 임금과 행복한 결혼 생활 등 인생의 주요 변곡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가계가 소득 대비 과도한 사교육 비용을 지출해서라도 자녀를 명문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취업을 통해 안정된 직장이라는 약간의 안락한 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게 된다. 지금도 일부 국민은 부동산을 통한 지대 추구의 마지막 대열에 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목돈이 없으면 분양권 전매를 통해서라도 작은 이득이나마 얻고자 한다.

하지만 교육과 부동산의 경우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다수가 경쟁을 벌임에 따라, 예상되는 지대의 규모는 줄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기에 이르러 과연 좋은 학벌이 지대를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부동산을 통한 초과 수익의 가능성도 인구 감소에 따라 ‘끝물’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기업에서의 지대 추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감 몰아주기, 총수 일가 및 비호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 들어 현대그룹,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5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전면 조사했다. 이르면 9월 중 전원회의를 열어 심사보고서를 심의하고 과징금 등 최종 결론을 확정한다. 공정위는 CJ가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씨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본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CJ CGV로부터 스크린 광고 대행을 독점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일감 몰아주기 법률의 맹점

또한 공정위는 대한항공 조원태 대표이사와 조현아 전 부사장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대한항공이 이들 남매가 대주주인 자회사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 대한항공 법인에 대한 고발도 포함됐다고 한다. 현대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는 이미 검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최종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날지는 불확실하다.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는 불공정거래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에 규정돼 있다. 당초 이 법의 입법 취지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통한 경제력 집중의 방지에 있었으나, 입법 과정에서 재계의 요구가 반영돼 제3장(경제력 집중 억제)이 아닌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에 삽입됐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의 위법성 요건인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기업 총수 일가는 굳이 ‘유리한 조건’이 아닌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도 충분한 사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대주주의 지분이 적은 기업에서 대주주가 많은 지분을 지닌 기업으로 일감을 이동시키면 일감을 차지한 기업은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도 영업이익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는 이익 배당이득과 보유 지분에 대한 주가 상승 혜택을 누리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주요 대기업의 주력사가,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IT 서비스 업체로 일감을 몰아주고 이들 기업을 상장시켜 수조 원 이상의 주가 상승 이득을 확보해 그룹 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롯데 비자금 조사를 통해 총수 일가가 단지 이름만 걸어놓은 채 매년 1인당 수십억 원의 돈을 회사로부터 빼내가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총수 일가는 기업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보상을 받았음에도 비등기 임원이라는 이유로 그간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을 지낸 장 밥티스트 콜베르는 “조세 징수의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가장 적게 내도록 하면서 가장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말이 지대 추구의 기술에도 적용된다고 그의 2013년 저작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밝힌 바 있다.



비명 안 나게 깃털 뽑기

내부자들, 부당거래? 영화가 아니다!

영화 ‘내부자들’은 정치권력, 기업권력, 검찰, 언론의 유착 비리를 그렸다. [호호호비치]

지대 추구의 기술을 가장 골똘히 고민하는 곳은 총수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재벌 그룹 비서실(기획실 혹은 미래전략실)일 것이다. 지난 20년간 재벌 3세로 승계하기 위한 온갖 방법의 지대 추구 행위가 벌어졌다. 실권주 인수에서부터 사업구조 재편에 이르기까지 지대 추구 방법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그룹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 또한 엄청났다. 대기업의 일부 주요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총수의 지대 추구를 보좌한 대가적 성격을 가졌다. 일부 경영진은 재벌 총수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인의 장막을 쳐놓고 자신들의 영향력과 사익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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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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