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유산도시를 걷다

박해 피해 숨어든 가톨릭 은자(隱者) 마을

일본 나가사키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박해 피해 숨어든 가톨릭 은자(隱者) 마을

2/3
야수만다케

히라도 섬 서안에 있는 야수만다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534m다. 중턱에서부터는 차에서 내려 1시간가량 산길을 걸었다. 산길에는 울창한 참나무 숲, 수호신 하쿠산히메진자(白山比賣神社)와 삼도(道)라고 하는 돌로 조성된 멋진 산길, 산 정상의 석조물, 사이젠지로 추정되는 곳 등을 만났다. 정상에 서면 물론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산 정상에는 근대에 새로 짓기는 했지만 이 산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신도 신사(神社)가 있다. 삼도와 에도시대에 지은 도리이(鳥居)도 남아 있다. 신사 뒤로는 조그만 탑과 석조물, 신사 등이 있었는데 그곳이 사이젠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16세기에 선교사가 쓴 편지에 따르면 사이젠지를 중심으로 산악불교가 성행해 이 일대에 큰 영향을 미쳤고, 선교사들을 적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교시대에 전통적인 종교관과 기독교인들의 성지, 순교지 등이 융합되면서 야수만다케는 신성한 산으로 숭배받게 된다. 숨어 살던 기독교인들은 가수가 마을에서 야수만다케의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만들며 신앙을 지켜나갔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히라도섬 서안 일대의 ‘가쿠레기리스탄(れキリスタン, 금교가 해제된 이후에도 가톨릭교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가톨릭을 믿는 그룹)’들이 야수만다케 정상의 돌들을 참배하고, 기도문 ‘야수만다케사마(安岳)’ 등을 부른다고 한다.



박해 피해 숨어든 가톨릭 은자(隱者) 마을

구시다 신사에서는 신사참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본인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비라 천주교 성당

田平天主堂

다비라 섬은 히라도 섬과 히라도 대교로 연결돼 있다. 천주교 성당은 섬의 서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붉은 벽돌로 마감한 천주교 성당의 뜻밖의 경관이 순례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918년 완공된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당대 나가사키에서 활동하던 성당 건축의 대가 데쓰가와 요스케(川助)가 설계 및 시공했다. 이 성당은 그의 걸작 중 하나로도 꼽힌다. 한편 성당이 자리한 곳에서 1622년 이탈리아 선교사 카밀로 콘스탄초가 순교했다고 한다. 성당 정면 중앙에는 팔각형 돔 형태의 지붕을 한 종탑이 있다. 내부는 3랑식 평면에 3층 구조의 목조로 돼 있다. 외벽의 조적은 다채로운 영국식 벽돌쌓기로, 서양 건축의 모듈을 일본 건축에 적용하느라 일본 목수들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당시에는 상량식을 이틀에 걸쳐 했는데, 첫날에는 남성을, 둘째 날에는 여성을 초대하고 신사에서 상량식을 집전하는 일본 전통과는 달리 가톨릭 신부가 상량식을 주도했다고 한다. 건립 당시 데쓰가와는 두 개의 성당 공사 역시 진행했는데, 다비라에 사무소를 두고 바다를 건너다니며 공사를 감독했다고 한다. 이 2개의 성당, 에가미 성당(江上會堂)과 가시라가시마 성당(頭ケ島會堂)도 이번 세계유산 신청 목록에 들어 있다.

후쿠오카의 일본 근대 전통주택

지난 10월 나가사키를 찾은 것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연례 운영위원회 총회 참석차 후쿠오카에 갔다가 나가사키에도 들른 것이다. 후쿠오카에서는 ‘가시마 혼칸(鹿島本館)’이라는 일본 전통 료칸(旅館)에서 묵었는데, 이 료칸은 후쿠오카시로서는 처음으로 등록유형문화재로 인정된 일본 근대 전통주택이다. 20세기 초에 지어진 멋진 스키야 건축으로 아주 잘 보존돼 있었다. 스키야 건축이란 격조 높은 문예 아취를 추구하는 양식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스키야 양식의 저택으로는 교토의 가쓰라리규(桂離宮)를 들 수 있다.

숙소 근처에는 구시다 신자(櫛田神社)라고 하는 신사와 하카다 후루사토관(博多ふるさと館)이라고 하는 향토관이 있었다. 향토관은 지역 전통 양식의 건물로 공예나 인형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57년 창건됐다는 구시다 신사의 본전은 위용이 넘쳤다. 신사참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본인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박해 피해 숨어든 가톨릭 은자(隱者) 마을
조인숙

1954년 서울 출생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성균관대 석·박사(건축학)

서울시 북촌보존 한옥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現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 역사건축구조 국제학술위원회 부회장, 국제건축사연맹 문화정체성-건축유산위원회 국제공동위원장


회의는 후쿠오카 아카렌가 문화관(福岡市赤煉瓦文化館)에서 진행됐다. 아카렌가는 붉은 벽돌이라는 뜻이다. 문화관은 메이지(明治) 시대 서양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1969년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한다. 도쿄 철도역사, 서울의 한국은행 본관 등을 설계한 다쓰노 긴코와 가타오카 야스시가 설계해 1909년 준공됐다. 중앙에 돔을 얹은 조그만 탑과 천장이 있는 지붕, 붉은 벽돌과 화강암 띠로 두른 외벽이 화려하다. 이 양식은 다쓰노가 런던에서 유학하던 19세기 말 영국에서 유행한 앤 여왕 양식(The Queen Anne style)을 응용한 것으로, ‘다쓰노식’이라고 불린다.

2/3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목록 닫기

박해 피해 숨어든 가톨릭 은자(隱者) 마을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