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01 통권 563 호 (p290 ~ 307)
[조성식 기자의 ‘실전 대련’ 인터뷰]

75세에 송판 깨는 美 태권도 황제 이준구
“내 주먹은 바람, 내가 인정한 유일한 고수는 ‘싸움꾼’ 이소룡”
 

▶9개 관에서 가르치는 기술은 다 비슷했습니까.

“그럼요. 다 가라테를 기본으로 한 것인데.”

▶관마다 특징이 있지 않았나요.

“굳이 말하자면, 청도관이 옆차기로 유명했고, 무덕관은 앞차기를 잘했다는 정도죠.”

▶가라테 기술과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합니까.

“가라테를 가르친 거니까. 당수니 공수니 다 같은 거예요.”

▶발차기에서 차이가 없었나요.

“태권도의 발차기 기술이 가라테보다 더 발전했지. 일본은 전통을 따지기 때문에 지금도 옛날 것 거의 그대로 가르쳐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의식이 없어 뒤돌려차기니 뭐니 해서 제멋대로 만들어냈어요. 그게 뒷날 다 복이 된 거요.”

▶당시엔 뒤돌려차기가 없었습니까.

“그랬지. 나도 그때 뒤돌려차기는 못 배웠어요. 기본 동작만 배웠지. 지금은 뛰어앞차기 등 기술이 얼마나 화려해요. 가라테보다 훨씬 앞서 있지. 상대가 안 되죠. 쿵푸도 그렇고. 그러니 올림픽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야. 대중이 좋아하니까.”

“남들 밥 다 뺏어먹었냐”

▶태권도에 대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시초는 가라테이지만, 이후 기술적으로 더 발전한 것’이라고.

“다른 도장은 몰라도 청도관만큼은 분명해요. 품세도 가라테의 평안이니 철기니 하는 것을 그대로 배웠으니. 태극형도 마찬가지고요. 거짓말하면 안 되지.”

그가 미국행을 꿈꾼 것은 영화 속 ‘금발 미녀’에 반해서였다. 중학생 때 ‘목숨 걸고’ 들어간 극장에서 금발 미녀를 보고 난 후 미국에 가 꼭 저런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한 것(뒷날 그는 그 금발 미녀가 아마도 마릴린 먼로였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후 미국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태권도를 열심히 한 것도 미국행과 관련 있다.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차려 ‘금발 미녀’를 먹여 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56년 6월, 육군 항공학교에서 중위로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항공정비 교육장교를 뽑는다는 공고가 났는데,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미국으로 6개월간 연수를 보내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시험에 합격한 그는 3개월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군에 입대한 것은 1951년 12월. 전쟁 중 징집당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는 동국대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 병사로 입대했다가 장교가 된 사연이 흥미롭다.

“참 나쁜 사람 많아요. 101포병대대 대대장이 대위였는데, 부대 양식의 3분의 1을 팔아먹는 거야. 그러니 다들 배가 고플 수밖에. 졸병으로 한창 포탄을 나를 때였는데, 그때도 운동을 계속해 근육이 좋았다고. 운동해서 생긴 근육은 잘 없어지지 않거든. 다른 병사들은 갈비뼈가 앙상한데 나만 근육이 붙은 거야. 어느 날 전방 사단 의무대에서 나와 신체검사를 하다가 내 근육을 보고 ‘남들 밥 다 뺏어먹었냐’고 묻더라고. 그 정도로 병사들이 굶주렸어요. 얼마 후 간부후보생을 모집한다기에 지원했지. 굶어죽느니 차라리 ‘소모 장교’로 싸우다 죽겠노라고. 당시 초급장교는 거의 다 전방에 투입돼 80%가량이 죽었어. 그래서 ‘소모 장교’라고 불렀다고. 포병장교 42기로 광주의 상무대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수료 2주 전에 휴전이 됐어요. 그래서 내가 살았지.”

텍사스에서 6개월간의 정비교육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해 유학시험을 준비했다. 당시엔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선 문교부가 주관하는 유학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군인이 합격하면 곧바로 제대 조치됐다. 그는 50대 1의 높은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비결은 뛰어난 영어실력이었다. 여비는 텍사스 연수를 끝내고 귀국할 때 잔뜩 사들여온 나일론 옷감을 팔아 마련했다. 전역한 지 두 달 만인 1957년 11월 그는 마침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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