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택 이성규 사장(왼쪽)과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이 올해 선보일 자사 휴대전화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기업 경영을 통한 이윤 창출이 도덕성에 기초를 두고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기업은 고용을 창출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며, 주주에게는 이익을 실현해주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이윤 창출을 이어가야 한다.
일체감과 목적의식
그런데 문제는 왕성한 기업활동을 통해 이윤 창출을 지속적으로 이뤄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 기업 간의 경쟁은 이미 국경을 넘어선 지 오래이고, 이른바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서의 생존경쟁은 거의 무한경쟁에 가깝다.
내가 몸담고 있는 휴대전화 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초일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2001년 9월 (주)팬택의 CEO로 합류했을 당시 우리 회사는 정보통신 분야에 뿌리내리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부족했다. 또한 고속 성장이 계속되다 보니 전 임직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느라 전후좌우를 살피고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조직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구성원의 일체감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부임 초기에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팬택이라는 기업문화 속에서 모든 구성원이 일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내가 경영인으로서 회사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것은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목적의식이다. 조직의 구성원은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인데, 배를 끌고 가는 사람, 노를 젓는 사람, 방향키를 잡고 있는 사람 등 각자가 따로따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면 배는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향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조직 구성원의 일체감 형성은 말 그대로 기업 경쟁력의 기본이다. 기본을 갖추지 않고 싸움에 나선다면 운좋게 한두 번의 단기전에서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최후의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그리고 뚜렷한 목적의식 아래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세계시장에서 부딪히게 될 난관은 결코 큰 장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홍보조직을 신설하고 사보(社報)를 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문화를 전파시킨 것도 임직원들이 일체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부임한 지 1년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듯하다. 무엇보다도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기 일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이 내겐 더없이 큰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