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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중년’ 5人의 뜨거운 삶

  • 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도전하는 중년’ 5人의 뜨거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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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부부싸움하고 말을 안 하다가도 토요일만 되면 어쩔 수 없이 화해해요. 같이 새 촬영을 가야 하니까. 촬영 나가서 서로 찍으려는 새가 다르면 멀리 떨어져 있기 일쑤인데 그때는 무전기로 소곤소곤 대화를 합니다. ‘새가 당신을 경계하고 있으니 조심해라’ ‘새가 도망간다’ ‘여보! 보고 싶으니까 이쪽으로 와’ 뭐 이렇게 대화하다 보면 연애하는 기분이 드는 거죠.”

부부의 취미가 같다 보니 주고받는 생일 선물도 여느 부부와 다르다. 주로 고배율 카메라 렌즈를 주고받는데 이렇게 20년 동안 하나둘씩 사들인 촬영장비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 방송용 ENG 카메라, 망원렌즈, 디지털 편집기 등 10억원어치가 넘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맞춰온 디지털 카메라용 특수 렌즈를 6600만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윤원장은 이런 장비를 들고 기회만 닿으면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해외 촬영을 다닌다.

“새 촬영을 하기 전에는 ‘자동차 스피드광’이었어요. 대전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45분밖에 안 걸렸으니까요. 도요타 세리카를 타고 시속 200㎞로 달리면서 남한 일주를 6시간 만에 끝내기도 했고요. 결혼 전 데이트할 때도 대구, 전주, 광주 등 전국을 돌면서 하니까 처남이 누나 죽을까봐 자동차 타는 걸 말리더라고요. 처남이 사진학과 교수인데 ‘사진이 정말 재밌으니까 취미를 바꿔보라’고 권유해서 지금은 새박사 소리까지 듣게 됐습니다.”

누구나 한 가지 일을 너무 오래하거나 한 장소에 길게 머물면 훨훨 날아다니는 기술을 잊게 마련이다. 아무리 ‘큰 날개’가 있어도 말이다. 중년이 되면 ‘열정’은 사라지고 ‘불안’만 남는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중년의 나이는 더 이상 비상을 꿈꾸지 않는 퇴화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대호 원장의 중년은 세월의 궤적을 훌쩍 거슬러 올라 첫 비상을 꿈꾸는 아기 새의 열정을 닮아 있었다. 새들의 사생활에 탐닉하면서 인생의 바다를 논스톱으로 항해하는 그의 날갯짓이 퍽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도청장에서 ‘국가대표’ 와인 전문가로]보르도 와인 아카데미 원장 최 훈



‘도전하는 중년’  5人의 뜨거운 삶

30대에 시작한 와인 사랑이 이제와서는 최원장의 삶과 비즈니스를 끌고 가는 핵심이 됐다

‘불도저’와 ‘와인’, 이 둘의 공통점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렇다 할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사는 사람이 있다.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 최훈(67) 원장이다. 그를 만나면 강한 것이 부드러운 것이고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원장은 전 철도청장이다. 공직에 몸담던 시절 그는 해운국장, 관광국장 등 다양한 자리를 거치며 ‘불도저’란 별명을 달고 살았다. 그만큼 대단한 추진력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1984∼85년, 산업합리화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해운업 통폐합’도 그의 작품이다.

이런 그가 공직에서 물러난 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국내 최초의 본격 토털 와인 교육기관인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를 차린 것은 누가 봐도 파격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물주 노릇만 하는 ‘예비역’으로 짐작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는 여전히 팔팔하게 뛰는 ‘현역’이다. 가나아트센터 2층에 위치한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를 처음 찾았을 때도 그는 국내 특급호텔 임직원 40여 명을 앉혀놓고 와인 강의에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제가 와인 아카데미를 차리니까 친구들이 ‘술 좋아하니까 그렇겠지’ 하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공직에 있을 때는 소주나 독한 위스키를 마시다 쓰러지는 ‘크레이지(Crazy) 문화’에 속해 있었지 와인 마실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지금도 그런 어리석은 음주 문화가 되풀이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건강’과 ‘멋’을 생각하는 음주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와인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이제 와인도 ‘패션’이잖아요.”

지난 2000년 문을 연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는 주로 호텔, 레스토랑, 클럽 등에서 와인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임직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와인 비즈니스와 관련한 창업 희망자, 일반 와인 마니아 등에게 전문적인 와인 교육을 실시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와인 전문가가 이곳을 거쳐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독일, 프랑스 등에서 전문 강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 CEO들의 발길이 의외로 잦다는 것이다. 2개월 단위로 마련되는 ‘CEO를 위한 와인 과정’에는 매번 10∼15명의 CEO들이 몰려든다. 주로 40∼60대지만 간혹 30대 벤처기업가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CEO가 알아야 할 와인의 기본 매너를 가르칩니다. 해외 영업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글로벌 에티켓’의 중요성도 차츰 커져 CEO들의 호응이 높아요. 명색이 CEO란 사람이 외국 파트너로부터 좋은 와인을 대접받고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면 참 창피한 노릇이죠. 그래서 수업시간에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 각 산지별 와인을 직접 시음해 보면서 적절하게 맛을 표현하는 화법을 교육하고 라벨 읽는 방법도 가르쳐줍니다.”

가령 와인 한 모금이 목덜미를 부드럽게 스치고 넘어가면서 매력적인 향을 입 안에 남겼다고 치자. 단순히 ‘크~ 술맛 좋다!’고 걸쭉한 감탄사를 연발했다간 분위기 깨기 십상이다. 적어도 와인의 여운이 좋다는 뜻의 ‘Good Finish!’나 ‘Good Finish Longer and Longer!’ 정도의 대사는 흘려야 저녁 식사 테이블의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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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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