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적신호 ‘지지선 이탈’을 주목하라

손절매 시점, 이렇게 잡는다

  • 글: 고승덕 변호사 www.gamiddle.com

    입력2003-05-26 16:1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과감한 손절매는 주식투자 성공의 핵심. 그러나 오를 종목을 팔아 내릴 종목에 ‘물타기’하는 개미들은 여전히 많은데.
    • 나눠 팔 것인가, 몽땅 팔 것인가, 언제 팔 것인가, 무엇이 신호인가.
    • 사례 연구를 통해 본 매도 타이밍 잡기 비법.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두 가지를 잘 해야 한다. 첫째가 매수 시점 선택이고, 둘째가 매도 시점 선택이다. 일반 투자자는 매수할 종목을 선택하는 데 주로 관심을 가지지만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프로 투자자는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을 포착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 종목 선택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매수 관심 종목은 이미 우량주 위주로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로 투자자는 시장 추세와 무관하게 급등하는 종목을 노리기보다는 시장에서 검증된 우량주 중에서 20~30개 종목을 선택해 추세를 관찰하기 때문에 종목 선택을 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매수 시점 선택과 매도 시점 선택,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일반 투자자에게 어려운 것은 매도 시점 선택이다. 일반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가장 큰 원인도 매도 시점을 놓쳐서이다. 매도 시점을 제때 포착할 수만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가의 고점에서 처분하여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주가 하락 폭이 크면 매수하고 상승 폭이 크면 매도한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투자 원칙을 가진 투자자가 많지만, 그런 투자 원칙이 성공하는 경우는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뿐이다. 주가가 일정한 진폭을 가지고 등락할 때는 감으로 매수하고 감으로 매도하더라도 손실을 입을 확률이 낮다. 하지만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면 그런 매매법이 통하지 않는다. 이때는 강한 추세를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감으로 매매하는 투자자는 수익을 얻더라도 크게 얻기 어렵고, 손실을 입을 때는 크게 입는다. 대세 상승 초기에 그만하면 됐다 싶어 매도했다가 계속 상승하는 주가를 허탈하게 바라만 보게 되고, 중장기 하락세가 시작된 초기에는 주가가 싸다고 매수했다가 물려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단타 위주 매매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감보다는 추세 위주의 매매가 주식투자의 정석이다.

    장중에 주가 동향을 살피기 어려운 투자자라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보유 종목의 주가 추세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주가 상승 추세가 단기간에 하락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주가에 무관심했다 그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중장기 투자자가 하루 한 번 주가를 관찰할 때는 아침 시가보다는 그 날의 종가를 기준으로 살피는 게 좋다.



    물타기는 잊어버려라

    주식을 매수해 수익이 날 때 처분하는 것은 그 이익이 적더라도 손실은 없으므로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판단해 매수했으나 하락할 때다. 일반 투자자는 손실이 나면 처분하지 않고 본전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본능이 있다. 본전 심리를 극복하지 못하면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수 없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투자자일수록 손실을 입을 때 과감히 매도한다. 이렇게 손실을 입고 매도하는 것을 손절매라 한다.

    일반 투자자가 손절매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손실이 현실화되는 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하락 초기에 손절매하지 않을 경우 대개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주가는 관성의 법칙이 있어 상승 추세에 있을 때에는 계속 상승하고 하락 추세에 있을 때는 계속 하락한다. 매수한 가격대보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경우는 십중팔구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된 경우다.

    ‘시장과 맞서지 말라’는 증시 격언은 주가 추세와 반대로 가지 말라는 의미다. 주가 추세는 큰 자금의 흐름에 의해 형성되므로 자금력이 약한 일반 투자자가 추세를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는 없다. 주가가 강하게 상승하면 상승 추세일 가능성이 크고, 강하게 하락하면 하락 추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자금의 이동과 연관해 이해할 수 있다. 주가가 강하게 하락하는 현상은 큰 자금이 그 종목에서 이탈하는 신호다. 주가가 크게 하락할수록 매도 신호가 강하다고 봐야 한다.

    기관 투자자는 위험 관리상 손절매 비율을 미리 정해놓는다. 주가가 매수 가격보다도 일정 비율 하락하면 기계적으로 매도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주식이 우량주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기관의 손절매 비율은 10~15% 정도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손절매 비율은 각자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5% 정도가 바람직하다. 매수 가격에서 5% 이상 하락하면 하락 추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일단 매도하는 것이 안전하다.

    손절매 비율을 기준으로 매도하는 방법은 다소 투박하기는 하지만 주가 추세를 분석할 줄 모르는 투자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절매 비율은 주가 추세가 하락으로 전환되는 것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는 주식을 매수한 본전 가격보다는 주가가 고점에서 하락한 비율을 기초로 삼는 것이 의미가 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른 가격을 본전 가격이라고 전제해, 그 가격보다 일정 비율 하락하면 하락 추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매도하는 것이다.

    여러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때 어느 종목부터 매도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도 원칙이 있다. 위험 분산의 원칙상 여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수익을 내는 것과 손실을 내는 것이 있는 경우 일반 투자자는 수익이 나는 종목을 먼저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역시 본전 심리 때문이다. 수익이 나는 종목은 상승 추세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고, 손실이 나는 종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먼저 매도하여야 한다. 손실이 난 종목이 여러 개일 때는 손실이 큰 종목을 먼저 매도한다.

    일반 투자자는 손절매하는 대신 손실이 큰 종목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여 물량을 늘리려 한다. 이를 ‘물타기’라고 한다. 주가 하락세가 시작되는 초기에 물타기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이 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물타기는 잊어버리고 손절매만 명심해야 한다.

    최악의 투자는 수익이 나는 종목을 처분한 돈으로 손실이 큰 종목에 물타기하는 것이다. 여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취지는 수익이 난 종목이 다른 종목의 손실을 커버하게 하기 위해서다. 수익이 난 종목을 처분하고 손실이 난 종목을 추가 매수하는 것은 위험 분산이 아니라 위험 집중이다.

    ‘고점에서 5% 하락’이 첫 신호

    감을 버리고 주식투자를 하려면 매수한 가격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주가의 추세에 따라 매매해야 한다.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시점은 주가의 상승 추세가 깨질 때라고 할 수 있다. 상승 추세가 깨지면 분할 매도를 시작해야 한다. 매도는 두세 번으로 나누어 하는 것이 정석이다. 전량 매도하면 재상승 때 낭패를 보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승 추세가 일차 깨질 때 분할 매도하고 나머지는 하락세가 확인되면 내다 판다. 상승 추세가 깨진다고 해서 바로 하락 추세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승 추세가 깨지는 동시에 하락 추세로 전환되었다고 판단되면 분할 매도가 아니라 전량 매도해야 한다.

    하락 추세의 특징은 하락은 강하고 반등은 약하다는 점이다. 하락 추세로 전환되는 첫 번째 신호는 강한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주가가 고점에서 5% 이상 하락하는 것은 상승 추세가 깨지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보유 물량을 3분의 1 이상 매도하기 시작해야 한다. 주가 하락 폭이 클수록 매도 비율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는 그럴수록 매도를 못하고 계속 보유하거나 물량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주가 추세와 반대로 가는 것이다.

    작전주의 경우에는 상한가 행진을 하다가도 어느날 종가 기준으로 하한가가 나오면 그 다음날 아침 전량 매도해야 한다. 하한가는 가장 강한 매도세다. 개별 종목의 첫 하한가는 세력이 고점에서 이탈하는 증거이며 하락세의 시작이다. 하락 초기 매도에 동참하지 않으면 주가 급락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세력이 오늘 싸게 처분한 물량을 다음날 비싸게 매수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미련을 버려야 한다.

    주식을 매수하고 나서 3일 내에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주가가 오를 시점에서 오르지 않으면 매도하고 내릴 시점에서 내리지 않으면 보유하라’는 투자 격언은 일리가 있다. 주가가 횡보하다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위험 신호다. 일단 매도하는 것이 좋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히 맞선 때문이다. 매수세와 매도세가 균형이 이룬 때에는 작은 힘만 가해도 그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기 쉽다. 주가가 오르지 않다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매도세가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이때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을 보유하던 투자자까지 실망해 매도에 동참하기 시작하면 하락이 가속화되기 쉽다. 장기간 횡보하다가 주가가 서서히 밀리면 피부로 느끼는 하락세는 약하지만 급락을 예고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 매도하지 않으면 손절매 기회를 놓치고 만다.

    적신호 ‘지지선 이탈’을 주목하라

    <차트 1>

    개별 종목 주가가 급락하면 그것만으로도 하락 추세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고점에서 8% 이상 하락하면 하락 추세 전환이 확인됐다고 보면 된다. 손절매 비율이나 고점 대비 하락 비율로 하락 추세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하긴 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 또한 주가가 상당 비율 하락한 다음 매도하게 되므로 주가 상승으로 얻은 수익을 잃기 쉽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매도 신호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주가가 서서히 무너지는 경우에도 매도 신호를 미리 포착할 수 있다. 강하게 상승한 우량주는 고점에서 급락하지 않고 상승-하락-상승-하락 식으로 움직이다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상승 중의 하락은 있을 수 있으나 그 하락 다음의 상승이 직전 상승의 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다시 하락하면서 직전 하락의 종가보다 내려가면 하락 전환 신호가 된다. 주가 파동이 전체적으로 꺾여서 내려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주가 파동이 고점을 낮추는 것은 하락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주의할 점은 주가 파동의 크기에 따라 추세의 크기가 달라지므로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주가 움직임(이른바 일봉 파동)에서 고점이 낮아지는 것은 단기 고점을 알리는 신호이고, 주 단위 주가 움직임(이른바 주봉 파동)에서 고점에 낮아지는 현상은 중기적 고점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은 2001년 1월 초부터 2003년 1월 초까지의 종합주가지수 주봉 차트다. 막대기 하나하나가 일주일의 주가 움직임을 표시한다. 안이 채워진 봉은 지수가 내린 주, 안이 빈 봉은 지수가 오른 주를 나타낸다. 에서 A 표시 부분은 2001년 중반의 중기적 고점, B 표시 부분은 지수가 대세의 고점을 친 같은 해 4월을 나타낸다. 강하게 상승한 지수가 무너질 때 고점에서 주봉 파동이 점점 고점을 낮추며 중기적 하락으로 전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2년 12월, 삼성전자의 경우

    둘째, 주가가 지지 추세선을 이탈하면 상승 추세가 깨진 것이므로 매도 신호가 된다. 지지 추세선 또는 지지선이란 주가 파동의 저점을 연결한 선이다. 주가가 바닥에서 상승하다가 조정을 한 다음 다시 상승하면 파동의 저점을 높이는 중간 바닥이 형성된다. 이때 최초 바닥과 중간 바닥을 연결한 선이 지지선이다. 재상승하는 주가 파동은 지지선의 연장선과 만날 때 지지를 받으며 올라갈 확률이 크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지지선 밑으로 강하게 이탈한다면 본격적인 하락 추세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동의 저점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3주 이상이 걸리지만, 지지선 이탈은 미리 선을 그어놓고 실시간으로 하향 이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시차가 가장 적다는 장점도 있다.

    적신호 ‘지지선 이탈’을 주목하라

    <차트 2>

    는 삼성전자의 일봉 차트로서 2002년 9월 중순부터 2003년 2월 하순까지를 나타낸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2년 10월 중순 바닥(차트에서 A로 표시)을 치고 상승하다가 11월 중순 중간 바닥(차트에서 B, C로 표시)에서 지지를 받고 상승했다. 이때 주가 파동의 저점을 연결한 선을 연장한 선이 지지선이 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그 선을 깨지 않고 상승하다가 2002년 12월4일 5%나 하락하면서(차트에 F로 표시) 그 선을 깨고 내려간다. 그때부터 두 달 이상 하락세가 나타난다. 12월4일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하기 하루 전인 12월 3일 주가는 1.55% 상승하면서(차트에 D로 표시) 최고점을 만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 다음날 지지선을 강하게 이탈하자 단번에 하락으로 전환되고 만다.

    종전에는 강한 주가는 단번에 무너지지 않고 상승-하락-상승-하락 식으로 서서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하락 전환을 확인하기 쉬웠지만 최근에는 최고점에서 단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주가 움직임의 특징이다. 세력의 입장에서는 상당 기간 주가를 충분히 상승시켰기 때문에 고점에서 대량 매도하여 주가가 초기 급락하더라도 그들이 매수한 평균 단가 이상이므로 손실이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지지선 이탈을 매도 신호로 포착하는 기법은 주가가 단번에 하락 추세로 전환되더라도 감지할 수 있으므로 실전에서 극히 유용하다.

    지지선 역시 파동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를 그을 수 있다. 지지선 이탈은 파동 크기에 따라 하락 신호의 강도가 달라질 뿐 의미는 같다. 예를 들어 주봉 차트의 지지선 이탈은 일봉 차트의 지지선보다 하락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길다.

    최근 우리 증시를 선도하고 있는 선물 시장의 움직임에선 장중 30분봉 파동이나 10분봉 파동의 지지선 이탈시 마다 강한 하락이 나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선물은 실시간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깨지기만 하면 위험 관리상 손절매하는 투자자가 많아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장중에 분봉 파동의 지지선 이탈을 확인할 수 없는 투자자는 일봉 파동의 지지선 이탈만이라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일봉 차트에서 크게 그은 지지선을 이탈할 때 매도하지 않으면 몇 달간 하락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절매는 이익을 가져온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매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손절매가 손실을 현실화시킨다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나중에 더 싸게 살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손절매는 초기에 할수록 손실을 줄이는 것이므로 주가의 상승 추세가 깨지면 분할 매도를 시작하고 하락 추세가 확인되면 전량 매도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손절매를 제때 하지 못하면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하락하는 동안 귀중한 자금이 활용되지 못하고 묶인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