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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사람과 새들의 땅 강원도 철원

긴장과 悲感 걷어내는 선 굵은 淸淨山河

  • 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순박한 사람과 새들의 땅 강원도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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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사람과 새들의 땅  강원도 철원

①동네 아주머니들이 마을잔치에 낼 잔치국수를 끓여내고 있다.
②벽초 홍명희가 쓴 ‘임꺽정’의 무대 청석골에 세워진 TV드라마 촬영용 세트장.
③삼부연폭포 인근에 있는 오룡굴은 철원에서 가장 오래된 터널이다.

마을 인근 토교저수지 가엔 검은 독수리떼가 앉아 주민들이 던져준 돼지고기를 뜯어먹고 있다. 게으르기 짝이 없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귀찮게 구는 까마귀들이 갑자기 얄미워진 것일까. 한줄기 바람이 일자 육중한 몸을 일으켜 시원스레 하늘을 활강한다. 망원렌즈로 살펴보니 날개길이가 2m는 될 듯싶다.

‘지뢰조심’ 표지판이 주렁주렁 매달린 철조망을 옆에 끼고 인적 없는 논둑길을 가니 곳곳에 숨어 있던 재두루미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수백, 수천이 떼지어 후드득후드득 도망다니기 바쁜 기러기들과는 영 다른 우아한 모습이다. 세상사가 귀찮다는 듯, 인간들이 지겹다는 듯, 한 걸음 또 한 걸음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 ‘고고한 선비의 모습’이라더니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생경스러웠던지 한떼의 두루미가 남도 북도 닿을 수 없는 비무장지대, 그 한복판 벌판으로 날아가버린다. 기러기떼도 두루미를 쫓아 휴전선을 넘는다. 사람의 규칙이 하늘을 제압할 수는 없는 법. 철원평야 곳곳에 숨어 있는 지상 최대의 군사력과 긴장은 이들에게는 한낱 남의 일일 따름이다.

바로 그 긴장이 철원에 ‘청정지역’이라는 별호를 선사했음은 분명 아이러니다. 도시도, 공단도 들어설 수 없는 땅에서 물은 유리보다 맑고 공기는 눈처럼 차다. 줄줄이 굽이치는 한탄강 곳곳에 있는 직탕폭포, 매월대, 삼부연폭포의 시원스런 물줄기와 순담계곡, 고석정의 기암괴석은 선이 굵고 골이 깊어 새삼 ‘강원도의 힘’을 절감케 한다.

깨끗한 물이 있는데 먹을거리가 어찌 남루할 수 있으랴. 한탄강 계곡에서 잡아올린 민물장어를 구워 파는 직탕계곡 옆 폭포가든(033-455-3546)의 사장님은 “해가 갈수록 장어잡이 주낙꾼 어르신들이 줄어 든다”며 한숨 섞인 걱정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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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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