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호

탄핵 후폭풍 시나리오 6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4-03-26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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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폭탄’이 터진 요즘 여의도 1번지의 가시거리는 제로다.
    • 여야 정치권은 방향을 잃었다. 탄핵정국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처럼 비상상황에서 정치적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상 가능한 상황을 상정해놓고 한번쯤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현재 정치권에서는 국회의 탄핵의결서를 접수한 헌법재판소 (이하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와 결정 시기, 17대 총선결과 등을 최대의 변수로 꼽고 있다. ‘신동아’는 이를 기초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여야3당의 정세분석가와 여론조사 및 분석 전문가, 정치전문 컨설턴트 등을 통해 향후 탄핵정국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집중 점검해봤다.
    탄핵 후폭풍 시나리오 6

    야3당 대표회동에 참석한 최병렬 대표, 김종필 총재, 조순형 대표. 배경은 탄핵반대집회 장면. (합성사진)

    탄핵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개헌론, 총선일정 연기론, 총선 보이콧 등 다양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와 관련 “지금으로서는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국론분열 치유가 시급하다”며 한 목소리로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단순한 ‘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현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후에도 얼마든지 말 바꾸기를 하는 게 정치판이고, 정치인인 까닭이다.

    반대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무리한 선택이 강요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탄핵 직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강변하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하야’ 같은 경우다. 대통령 탄핵을 의결한 야당은 “현역 의원의 절대다수인 192명이 탄핵에 찬성한 만큼 대통령은 이미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내세워 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서 하야는 총선이나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 이전에 노 대통령 스스로 퇴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미 ‘하야하지 않을 뜻’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

    여야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중 노 대통령이 실제로 하야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아’는 이처럼 상정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의 수’는 제외했다.



    [시나리오 ①] 헌재가 총선 전 탄핵 결정할 경우

    헌재가 탄핵심판을 해야 할 법정시한은 180일이다. 최대 6개월까지 심판을 연기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이 총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헌재가 총선 전에 탄핵심판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영철(尹永哲) 헌재 소장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된 직후 “국가 중대 사안인 만큼 법절차에 따라 신속, 정확하게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총선 전 심리를 마치겠다는 의사표현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헌재 재판관들의 양식과 양심을 믿는다. 헌재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 현명한 판단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총선 전에 헌재의 심판결과, 탄핵이 받아들여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여야 정세분석가들은 개헌논의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법과 과정에는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 이정현 정책기획팀장은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고, 노무현 지지세력의 반발도 현저히 수그러들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가장 희망하는 정치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바로 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프로그램이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개헌수순은 크게 세 가지. 현 상황에서도 민주당과 공조하면 원내 개헌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일단 총선을 연기하고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안을 통과시켜 국민투표와 총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이 첫째 수순. 만일 민주당과 내각제로 합의할 경우에는 대통령 보궐선거는 불필요하게 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일 경우에는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야합이라는 국민적 비판과 저항을 받을 소지가 있다.

    둘째는 유리한 국면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대로 총선을 치러 다시 원내1당을 차지한 다음 개헌 직후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는 방법이다. 개헌을 공론화할 시간적인 한계가 단점.

    셋째는 총선에 이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른 후 여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헌하는 수순. 이로써 가장 원만하게 개헌에 의한 ‘제7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권력구조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열린우리당 정두환 민생경제특별본부 부본부장도 야당측에서 총선일정을 연기하고 개헌을 동시에 진행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민적 반발이 무척 거셀 것이라는 시각이다. 탄핵반대를 촉구하는 대규모 규탄집회가 열리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폭동’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 부본부장은 “헌재가 법리적으로 판단할 경우 기각이나 각하결정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탄핵을 가결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득권 대 일반 대중간의 대립, 계급·계층투쟁 성격의 소요가 발생해 마치 1987년 6월 항쟁처럼 준혁명적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앤폴 조용휴 대표도 “여당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국은 말 그대로 혼란에 빠지고, 야당은 곧바로 개헌정국으로 갈 것”이라며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할 게 불 보듯 뻔한 만큼 대통령 보궐선거는 무의미해지고,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예측했다.

    현재 국회에서 제시한 대통령 탄핵사유가 대통령직을 내놓을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게 헌법학자 대다수의 견해다. 그렇다면 헌재가 총선 전에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한 심판을 기각 또는 부결한다면 향후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까.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총선 전 헌재의 탄핵기각 결정은 총선에서 우리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당의 경우 원내 다수의석뿐만 아니라 과반수 의석까지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몰락이다. 한나라당은 그런대로 체면을 유지할 정도로 의석을 얻겠지만, 민주당은 ‘호남의 자민련’으로, 자민련은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치커뮤니케이션 그룹 폴컴 윤경주 대표는 “민주당이 ‘친노 대 반노’ 대결구도로 이끌어가기 위해 시도한 ‘탄핵’이라는 카드는 비노(非盧)뿐 아니라 반노(反盧)까지 우리당 지지로 돌아서게 만든 최대의 ‘악수’가 됐다”면서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조차 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자민련은 붕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소수 정당인 민주당과 자민련이 깨지고 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구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두환 부본부장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됨과 동시에 이미 정계개편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호남과 수도권 지역에서 민주당과 우리당 사이에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사람이 많았는데 탄핵은 이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탄핵 이후 우리당의 지지도는 최대 40%대까지 치솟은 데 반해 민주당은 마지노선인 10%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지자체 단체장들의 민주당 탈당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정 부본부장의 분석이다.

    노 대통령의 복귀에 이어 우리당이 과반수 의석까지 확보할 경우 예측 가능한 다음 수순은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다.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정현 정책기획팀장은 “만일 이런 상황이 온다면 노 대통령은 그동안 미뤄왔던 보안법 등 안보관련 법안의 대대적인 제정·개정과 대미 자주정책, 재벌정책 대변혁 등 진보적 개혁정책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일제잔재 및 5·6공 청산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등 가히 혁명적인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며 “이는 분명한 정치보복이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이어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추진해 진보정권의 연장까지도 추진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조용휴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지난 1년간 시민사회단체들이 등을 돌리고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졌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미진한 개혁정책이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개혁정책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 위성부 행정실장은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놨다.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한다는 것은 입법부의 권위가 땅에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국가적인 불행이다. 범 야권의 대대적인 반발을 초래해 곧바로 개헌정국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 일정을 연기해 개헌과 동시에 총선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총선연기론’과 같은 맥락이다.

    [시나리오 ③]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재신임 연계한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노 대통령은 지난 3월1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을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할 것이라며 ‘때가 되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거듭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최소 ‘개헌저지선(100석)’~최대 ‘과반수(150석)’ 사이에서 ‘올인 배팅 포인트’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이하의 의석수는 총선 승리라고 보기에는 다소 미흡한 까닭이다. 노 대통령은 과연 어느 정도의 의석수를 재신임의 마지노선으로 결정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과반수의석의 경우 부담이 큰 만큼 개헌저지선 이상을 전제로 한 원내1당에 해당하는 의석수가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해 노 대통령이 제시한 마지노선을 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관심을 끌 것은 노 대통령의 거취다.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한 총선에서 패배했을 때 스스로 물러나느냐,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성향상 스스로 하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사실상 여당이 사라지고 원내1, 2, 3…당만이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시 공조,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내각제로 개헌하면 보궐선거를 치를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어느 쪽이든 양당은 권력을 분점하게 된다. 열린우리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이런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두환 부본부장은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자신이 내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반드시 하야할 것”이라며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각 당의 총선의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분권형이나 내각제 개헌문제는 반드시 나올 것이고, 제7공화국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정현 팀장은 “노 대통령은 하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신임이라는 말처럼 모호한 게 없다. 기준도 규정도 없다”며 “참패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틀림없이 말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권력의 속성상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팀장은 “그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야당의 끊임없는 사퇴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권위와 위엄이 땅에 추락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직 수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만일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에 노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에는 헌재 결정이 노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짓게 된다.

    [시나리오 ④] 열린우리당 총선 승리 후 헌재가 탄핵 결정할 경우

    가장 복잡한 상황이 바로 이 경우다. 헌재가 노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결정할 경우에는 하야와 마찬가지로 집권 여당이 사라지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다행히 원내1당 또는 그 이상의 의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아갈 수는 있다. 또 민주당과 자민련은 급속도로 붕괴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체제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 보궐선거를 앞두고 개헌론이 강력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국민적 반감 때문이라도 현행 헌법상 그대로 대통령 5년 단임제로 보궐선거를 치를 경우 자칫 국민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 때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보다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다른 당과 권력을 분점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총선과정에서 내각제나 분권형 주의자들이 상당수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주창자들은 비록 주류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구시대적인 인물들이다.

    한나라당의 주류는 영남 출신과 공직자 출신에 고령자들이다.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상당수가 교체되거나 자진해서 출마를 포기했다. 민주당의 주류도 호남 출신에 동교동계 고령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도 총선 공천과정에서 상당수 교체됐거나, 총선에서 탈락할 공산이 크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기 주류로 유력한 당내 소장파들은 대부분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총선 이후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정현 팀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추진하려는 개혁세력과 내각제를 끝까지 고수하는 보수세력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지만 개헌이 추진된다면 중임제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대통령 보궐선거다.

    이 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시간적으로 마땅한 대통령 후보를 찾기 힘든 상황은 각 당이 공히 마찬가지다. 이 때 민주당과 자민련의 지도부는 당의 존립을 걸고 한나라당과 공조를 추진할 수도 있다.

    이른바 ‘고건 대망론’ ‘고건 최대공약수론’ 등이 그것. 고건 대통령권한대행 겸 총리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구 민정당의 국회의원이었고, 민주당과 자민련이 연정할 당시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야3당간에는 고 총리를 중심으로 일정한 ‘공약수 집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고 총리만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야3당 연정이 수립되는 셈.

    상대적으로 원내1당인 열린우리당은 고 총리를 상대로 싸울 만한 마땅한 장수를 찾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자칫 권력을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차선의 시나리오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의 수’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결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어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도 총선 후에 내려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집권 여당의 총선 승리 후 노 대통령의 화려한 복귀는 대대적인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야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조용휴 대표는 “권력과 정치권의 대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위성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좌파적 시민혁명이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바로 대중에게 국정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어 국가는 대단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의회주의와 포퓰리즘의 격한 대립으로 엄청난 국정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두환 부본부장은 본격적인 개혁작업과 동시에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관계법과 정치자금법, 선거법, 정당관련법 등 그동안 미흡했던 개혁법안을 처리하는 한편 당초 약속대로 5월말까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짓고 17대 총선 선거사범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연말부터는 무더기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부본부장은 “총선까지 노 대통령이 물러나 있는 것이 불공정 선거, 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등과 같은 야당의 공세를 피할 수 있어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할 수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려 하는 것은 바로 선거사범에 대해 엄격한 수사의지를 밝힌 노 대통령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마땅한 명분을 찾기 힘들어 반발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 부본부장의 시각이다.

    윤경주 대표도 “노 대통령은 원내 다수당의 힘을 활용해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진행하고, 동시에 검찰을 통해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기존 정치자금 및 대선자금에 대한 출구조사까지 시도할 것”이라며 “이런 개혁작업은 국민들이 OK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총선에서 소수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자민련 등은 붕괴돼 자연스레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시나리오 ⑥] 야당이 총선 전 개헌 추진 또는 총선 보이콧할 경우

    현행법상 예정된 4월15일 총선 때까지 나타날 수 있는 변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3당이 연합해 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한 변수 중 하나다.

    정두환 부본부장은 “야당은 어떤 방법으로든 개헌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최근 대중집회의 흐름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 정치는 여의도를 떠나 국민에게 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 대중집회에 부담을 느낀 야당이 불공정한 총선을 거부하겠다며 총선 보이콧을 할 경우다. 이는 총선연기론과 맞물리는 것이다.

    이정현 팀장은 “친노세력과 시민단체, 방송사 등이 도를 넘어 시위를 부채질할 경우 총선에서 불리한 상황에 몰린 야당의 입장에서 총선을 보이콧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여기에 보수세력이 가세해 대대적인 반대집회를 열게 될 경우 국정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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