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수는 자문의견서에서 “생물의 계통을 밝히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암컷만이 홀로 제공한다”며 “호주제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견은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밝힌 바 있다.
“상에는 평생 수고했다고 주는 상과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상이 있습니다. 후자라고 생각하고 상을 받았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과학자로서의 소견을 밝혀야지요. 이제는 양성평등을 넘어 양성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최 교수는 의견서를 제출한 후 연일 쏟아지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메일이나 편지, 전화 등을 통해 “남자 망신 다 시킨다” “계집들의 기를 살려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던 것. 지금까지도 한자 일색인 항의 편지들이 날아든다.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는 이미 제가 책에 쓴 내용들입니다. 항의하시는 몇몇 분께 책을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가부장적 사회질서 속에서 살아오신 어르신들이니 꾸준히 설득해야지요.”
최 교수는 집안일과 육아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울산대 음대 교수로 재직중인 부인 대신 아들을 돌본다. 그는 “몇 년 하다 보니 이젠 설거지가 아내를 돕는 차원이 아니라 ‘내 일’이 됐다”면서 “아내가 해놓은 설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하곤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