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호

임동혁,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외’

  • 글: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4-03-30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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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혁,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외’
    1984년생으로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임동혁은 음악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다. 그가 2001년 롱티보콩쿠르 우승자이기 때문이거나,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3위 입상하고도 수상을 거부하는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연주에는 특유의 기민함과 상쾌함이 느껴진다. 임동혁은 약관의 나이지만 음악 속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줄 아는 연주자인 것이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시작되는 이 음반에서도 임동혁의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의 연주는 유연하다. 선명하고 가지런한 핑거링 덕분이다. 특히 세 곡의 마주르카 Op.59에서 들려주는 새털처럼 굴러가는 터치는 상큼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연주가 가벼운 건 아니다. 본질적으로 그는 격정적인 피아니스트다. 임동혁은 가장 닮고 싶은 연주자로 라두 루푸를 손꼽은 적 있지만, 그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격정은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에 닿아 있다.

    이런 점에서 임동혁은 2000년 쇼팽콩쿠르 우승자이며 자의반 타의반 라이벌로 일컬어지는 윤디 리와 확연히 구별된다. 윤디 리가 절제되고 규범적이며 우아함으로 치장된 연주를 들려준다면, 임동혁은 자유롭게 건반 위를 질주하며 자신의 ‘끼’를 한껏 발산한다. 그의 개성은 즉흥환상곡,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 등 음반 후반부에 수록된 곡들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음반 재킷에 임동혁의 프로필을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쇼팽 피아노 음악 못지 않게 신예 연주자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이저 음반사에서 이 정도 고객 서비스를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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