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호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긴급방담

  • 입력2004-03-26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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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안 가결은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였을까.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 지지율 급등은 총선까지 이어질까. 국무총리의 대통령직 대행은 개헌의 불씨가 될까.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정치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야 정당을 출입하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2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편집자).
    • ■일시 : 2004년 3월13일
    • ■장소 : 동아일보사 14층 회의실
    • ■참석자 : 최영훈 차장, 반병희 차장, 윤영찬 기자, 박성원 기자, 정연욱 기자, 김정훈 기자
    • ■정리 : 허만섭 신동아 기자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탄핵정국’방담을 하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들. 왼쪽부터 김정훈, 윤영찬, 최영훈, 정연욱, 반병희, 박성원 기자.

    사회(최영훈) 일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탄핵 가결이 총선에 미칠 영향이겠죠. 탄핵 가결 이후 각 당의 총선전략 변화를 이야기하죠. 일단 거대 야당 쪽 분위기부터 들어볼까요.

    정연욱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탄핵 가결 이후의 역풍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친노(親盧) 세력의 결집이 강해지고 탄핵반대 여론이 커졌다는 것에 대해선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최병렬 대표는 당의 자체 여론조사를 탄핵 일주일 이후로 늦추라고 지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당내 전략통들은 탄핵 가결 직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40% 이상 치솟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나 노무현 캠프가 했던 여러 가지 특별한 전략의 결과 이 정도 수치는 항상 나왔던 게 아니냐는 겁니다. 문제는 이반층, 즉 기존 노 캠프나 한나라당 모두를 떠났던 이반층이 노쪽에 얼마만큼 합류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앞으로 ‘친노 대 반노로 총선 구도가 개편될 텐데 그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전의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생각입니다. 한나라당은 기존 지지층이 상당수 이반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을 다시 흡수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당 쇄신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정국이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 같습니다.

    사회 민주당은 어떤가요.



    박성원 민주당 역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상승과 탄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민주당은 당의 지지도가 추락하는 원인이 노 대통령이 국회 자체를 대의기구로 인정하지 않고 해체돼야 될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 등 일부 언론 매체가 탄핵안 표결에 대한 열린우리당 측의 물리적 봉쇄를 비판하지 않고 탄핵안을 제출한 측만 집중적으로 난타하고 있는 데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탄핵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각종 비리, 불법 대선자금, 10분의1 논란 등인데 이런 것들이 탄핵안 가결로 인해서 묻혔다는 것이죠. 민주당은 향후 사태의 본질을 부각시키는 한편 의사진행이 물리적으로 저지됐다는 부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당은 현재의 여론은 30여일이라는 총선 기간 동안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탄핵안을 주도적으로 제기했듯이 탄핵 가결 이후 선전전도 민주당이 주도해 양강(兩强) 구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호남표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지지층과 함께 부동층을 열린우리당에게 빼앗기고 있는 게 민주당이 처한 현실입니다. 민주당은 다시 반노의 중심에 섬으로써 이런 상황을 극복할 계획입니다.

    “열린우리당, 개혁표 독식”

    윤영찬 열린우리당의 경우 총선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친노-반노 구도가 아니라 개혁-보수(정확한 이분법은 아니지만)의 이분법하에서 개혁 지지표의 절반을 민주당과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경쟁을 하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의결 과정에서 한나라-민주 양당이 공조를 과시함으로써 이제는 그런 염려가 없어졌다고 열린우리당은 판단합니다. 과거 노무현을 믿었던 친노 세력(48%)은 거의 대부분 열린우리당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매우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죠.

    또한 탄핵의결 이후에 몰아친 역풍이 워낙 강해서 친노-반노, 개혁-보수 구도의 틀을 더욱 넓혀 이제는 과거와 같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한 쪽을 열린우리당이 독식할 수 있는, 선거 전략상 매우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회 청와대 쪽은 지금쯤 힘이 많이 빠져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인가요.

    김정훈 청와대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헌재 심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만 판결 시기가 지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반병희 총선 이전에 두 가지 새로운 변수가 각 당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탄핵 가결에 따른 여론의 감성적 접근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검찰의 대선자금 추가 수사 결과가 나올지 여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몇 가지 사안이 불거질 수도 있고 야당측의 비리가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향후 정국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반병희

    또 하나는 헌재의 심판 시기가 선거 이전이냐 이후냐 문제입니다. 헌재가 선거 이전에 결론을 내린다면 그에 따라 판도가 변할 것이며 각 당의 선거전략도 전면적으로 재수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회 탄핵 가결이 총선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굉장히 요동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각 당도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 단계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반 차장이 두 가지 얘기를 했습니다만 탄핵 가결 이외에 또 다른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총선의 변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건 대통령대행 체제가 얼마나 빨리 안정될지, 시민단체의 탄핵반대 시위가 열린우리당 쪽에 계속 도움이 될지, 아니면 보수층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지 궁금한데요. 여러 총선 변수를 생각해보고 이에 대해 각 당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좀더 깊이 논의해보죠.

    “민주, 총선 前 헌재 판결 기대”

    윤영찬 열린우리당은 총선 전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결정타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헌재의 심판이 언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분명한 점은 헌재의 결정이 총선 전에 날 경우에는 그 결과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총선 뒤에 날 경우에는 총선 결과가 헌재에 영향을 미치는 미묘한 구도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죠.

    열린우리당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더 이상 대통령이 실수하지 않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격차 문제도 부담을 덜게 됐다는 것이지요. 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이 오히려 총선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는 것 같아요. 또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동정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열린우리당으로선 긍정적인 일입니다.

    박성원 헌재 결정 시기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민주당에선 헌재 결정이 빨리 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을 대통령의 재신임 성격으로 몰고가면서 ‘노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게 지지해달라’,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몰아줘야 헌정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이 기대 이상의 소득을 거둘 수 있고 가장 큰 피해자는 민주당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죠.

    물론 총선 전에 헌재가 탄핵 결정을 해주면 가장 좋고, 설사 헌재가 기각 결정을 하더라도 국민들 사이에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노사모의 위세에 일정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역(逆)견제 심리’가 일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헌재 결정 시기가 꼭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고건 변수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민주당은 고건 체제가 안착함으로써 탄핵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고건 대행체제를 겪어 봄으로써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불안하고 독선적이고 법치와는 맞지 않는 듯한 그런 통치행위가 야기한 국정 불안을 실감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국민들이 ‘이게 바로 법치주의구나. 이것이 안정된 대통령의 역할이구나’라고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야당은 고건 체제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와 야가 바뀌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데요. 야당은 우선 경제 안정이라든지 공직사회 동요 방지라든지 이런 부분에 최대한 협조하고, 고건 총리의 군기를 잡아서 노(盧)를 대신해 매를 대는 형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여당에서 “야당이 개헌이라든지 행자부 장관 내지 법무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 제출을 도모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은 침묵하면서 모든 것을 국가 안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일절 개헌론은 꺼내지 않는다는 기조입니다. 개헌론을 꺼내는 순간 탄핵은 권력 탈취를 위한 제1단계로 인식되고, 개헌이 권력탈취를 위한 숨겨진 제2단계로 인식되어 여권의 공격을 자초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제 3당 대표 회동에서도 그렇게 합의한 것이죠. 권력을 궁지에 몰아넣는 행보는 총선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최영훈

    정연욱 헌재의 탄핵소추 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 법사위와 청와대는 불꽃 튀는 논전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총선이 임박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측근 비리’ 등 추상적이고 짧은 의미로 전달된 탄핵 심판의 사유가 자세히 이슈화되어 국민에게 평가지수로 제시될 것입니다. 국민들은 다시 한번 냉정하게 탄핵가결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야당은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실정법 위반의 근거가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결정에서 촉발됐지만 실제로 야당은 여러 가지 측근비리 문제나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한 위법성 논란을 검토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실제로 대통령이 출석해서 그에 응답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지켜보면 어떤 식으로든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병희 야 3당은 일단 고건 띄우기, 노무현 지우기에 주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됩니다. 어떤 집단화 내지 군중화를 통한 의사표현이 현재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1년 집권과정에 대한 평가, 또는 고 권한 대행의 안착 여부에 따라서 ‘미들클래스의 쿠데타’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노무현이 저렇게 약했나”

    윤영찬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시각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일반 대중 사이의 반노 현상은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발생한 것이거든요. 1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거친 언사라든지 세련되지 못한 통치행위, 지나친 아집이나 고집 등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 반노 현상이 커지게 된 거죠.

    반노 현상은 결국 총선을 통해서 심판돼야 할 대상임에도 사실상 야 3당이 의석수를 가지고 자기들이 먼저 심판한 결과가 됐거든요.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나 야당이 유도하던 ‘노무현 심판’ 구도가 매우 불투명해졌어요. ‘노무현이라는 존재가 저렇게 약한 존재구나’ 라는 역동정심을 유발함으로써 전선 자체가 희미해졌다는 것이죠.

    사회 과연 탄핵할 만한 사안으로 탄핵 가결했느냐를 두고 굉장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정연욱 기자가 얘기했고 반 차장은 ‘미들클래스의 쿠데타’라는 새로운 구도를 예측하기도 했는데, 거기에 대해 윤영찬 기자는 야당이 섣부른 대응을 하는 바람에 열린우리당 우위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반박론을 폈습니다.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한데요.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디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걸려들었다”는 얘기도 합니다. 탄핵 가결과 이후 벌어질 여론의 역풍 사태를 노 대통령이 상당 부분 예견한 게 아닌가,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는지 모르지만 예상하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김정훈 일종의 전략적 방치에 대한 논란입니다. 의도적으로 방치했건 전략적으로 방치했건 청와대는 그런 시각에 대해 부인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우리가 방치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대통령직이 걸려 있는 문제를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청와대가 정교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탄핵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는 자신감의 위에서 강공을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탄핵 국면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와 총선이 연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재신임 문제의 경우 노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놓고 자기의 신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 같아요. 탄핵 심판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됐을 경우, 누구든 또다시 “그럼 재신임 문제는 어떻게 됐느냐”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국회 표결 전까지는 굉장히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는, 청와대 참모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상당히 안정돼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흥분해서 또다시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상태라기보다는 신중하게 자기를 관리하고 조심스럽게 대응하려는 듯 보인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는 문제라든지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문제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노 대통령이 특유의 모습을 다시 드러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입니다.

    盧-정동영의 심야 회동

    윤영찬 탄핵정국은 노 대통령의 전략에 야당이 말려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당시 청와대 분위기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기자회견 전날 여러 참모가 강공으로 나가는 것을 말렸고, 참모들은 7대3 정도로 어떤 식으로든 사과 형태를 취하는 게 좋다고 건의를 했습니다.

    그날 저녁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청와대에 찾아와 사과문제에 대해 간곡하게 얘기했음에도 노 대통령이 결국 자기 페이스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날 정동영 의장은 어두운 얼굴로 국회 본회의장 농성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동영 의장이 노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청와대의 한 인사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결국은 정동영 의장이 설득을 당하고 돌아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욕은 어떻게 못할 것이다.”

    제가 보기에는 어떤 전략적인 측면보다는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퍼스낼러티, 즉 승부욕이 탄핵정국을 불러온 한 요인일 듯합니다. 위기에 처할 때 오히려 강공을 하는 스타일이 이런 상황을 불러오지 않았을까요.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김정훈

    반병희 본인이 전략적 측면으로 생각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바라던 대로 탄핵정국이 흘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호소하고 의존하고자 했던 대상은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였거든요. 그가 집권한 후 파워는 머저리티에서 마이너리티로 이전됐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할까요. 국민들은 여전히 한나라당이 머저리티로서 최대의 파워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의 파워는 엄연한 현실인데 말입니다. 여기에다 탄핵 가결 사태를 맞게 되자 그 파워가 한나라당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 그런 구도는 성립되지 않았거든요.

    국민 대다수는 노 대통령에 대한 동정, 동정을 넘어선 이해의 단계까지 다시 마음을 열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자신을 마이너리티로 보이게 하는 노 대통령의 능력이 다시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盧의 전략적 ‘탄핵 방치’ 논란

    박성원 민심의 잣대라는 게 기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진다는 것이 이번 탄핵 정국에서 여실히 나타났는데요. 예컨대 탄핵 전에는 노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과는 거의 하지 않고 측근 비리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한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한숨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당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이 상당히 우세했고 그것이 탄핵안에 주저했던 야당 내 소장파까지도 가세시키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습니다. 대통령의 사과문제가 10일, 11일의 주제였는데 막상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 민심의 전선은 탄핵이 옳으냐 그르냐로 금세 바뀌어버렸습니다. 민심이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누가 봐도 ‘미안하다’, ‘사과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고 그게 당연한 상식인데 대통령이 그것을 거부한 것은 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전략적 의도도 깔려있지 않았나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지요. 역풍을 자극해서 지지도를 반전시킨 뒤 총선을 자신에 대한 재신임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적 차원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민주당도 대통령의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탄핵 문제가 본질적으로 선거전략 차원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미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암수나 함정, 역풍을 따질 만한 상황이 못됐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일반의 신비감이나 두려움이 깨지고 이것이 여론을 어느 정도 탄핵지지쪽으로 돌릴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친노 일색의 검찰 환경이나 방송 환경도 변화할 것이라고 관념적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탄핵 직후의 현재 상황에선 안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끌고 한나라당 밀고

    사회 탄핵 정국은 조순형 대표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주당이 주도했습니다. 아까 박성원 기자가 얘기했듯 사과하지 않고 외길로 갈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가 민주당에 있었겠지요. 민주당 지지도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총선을 앞두고 굉장히 절박했다고 보여집니다. 여기엔 조순형 대표의 퍼스낼러티도 작용했겠지만 민주당 유용태 원내총무나 강운태 사무총장 그리고 한나라당 등은 역풍을 예측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정연욱 지난해부터 정가에 나온 내각제 논의를 처음 구상했던 쪽은 한나라당이었습니다. 그때 분권형 대통령제 등 소위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했죠.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또는 전부 박탈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정략적 문제로 치부되고 당내 동력도 떨어지게 됐습니다. 탄핵 역시 같은 취지로 논의해 왔던 것이지만 실제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많았죠.

    올해 들어 한나라당은 불법자금 수수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공천 과정에서 내분이 터지고 대표의 리더십이 상실되면서 대여(對與) 투쟁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게 됐습니다. 한나라당이 워낙 대선자금문제로 집중 포화를 맞았기 때문에 도저히 주도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당 지도부가 끊임없이 탄핵 문제를 내부적으로 공부해왔던 것은 사실이죠.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박성원

    결국 물밑 채널을 가동해 민주당이 앞서고 한나라당은 뒤에서 미는 전략을 취했던 것입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탄핵 정국을 이끄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체질개선을 해왔습니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전략은 이랬습니다. 탄핵 가결까지는 가지 않고 탄핵안 발의만 한다, 그러면 열린우리당이 실력 저지로 나올 것이고 탄핵안은 무산된다,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이슈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상황이 너무 진전된 것이지요. 여기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대목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 마의 15%

    사회 탄핵안 통과 이후 역풍이 굉장히 거셉니다. 야당측은 총선 때까지 30일이 남았으므로 여론에 변화가 온다고 얘기하는데 반론도 있습니다. 대다수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총선이나 대선 한 달을 앞두고 형성된 지지도는 끝까지 간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예년의 선거 때와는 다른 초미의 상황이긴 합니다만, 과연 과거의 그러한 여론 추세가 이번에도 재연될지 여부가 흥미로운데요.

    윤영찬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10% 이상 뛰어올랐는데 사실은 자신들도 이렇게까지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답니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고민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접근도 신중합니다. 이 지지율에 대해서 앞으로 조정기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열린우리당 전략가들은 말합니다. 탄핵 가결 직후 나온 여론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일정 부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죠.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내부적 동력이나 명분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판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지만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이 판세를 그대로 총선까지 연결시키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장외 집회도 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현재는 3당이 하나로 묶여 있고 열린우리당이 대척점에 서 있는 매우 좋은 구도라는 것입니다. 이 구도가 지속되는 한 여론의 변화는 크지 않는 게 열린우리당의 생각입니다.

    반병희 각 당에서 이런 구도 변화에 따라 공천 작업을 손질할 것 같습니까.

    윤영찬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공천을 4분의 3 정도 마쳤기 때문에 눈에 띌 만한 폭의 수정은 어려울 듯합니다.

    박성원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대통령을 잘라?’하는 반발심리가 발동하면서 탄핵에 정서적으로 박수를 칠 수 있을 정도의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국면은 여론이 찬(贊)탄핵 대 반(反)탄핵의 구도로 갈렸기 때문에 압도적인 열린우리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초유의 경험에 대한 당혹감이 표현된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탄핵 사유에 대해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면 본질은 다시 반노 대 친노 대립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민주당의 기대입니다. 현 고건 대행체제가 노무현 체제와는 대비되는 체제로 보이면 진보 성향의 대중보다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그러니까 호남표, 중도개혁성향 표가 민주당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본다는 것이죠.

    민주당의 여론지지율 목표치는 일단 15%입니다. 여러 시민단체, 노사모 등을 끼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비해 민주당은 불리하지만 전통적 거점 위주 전략으로 15%의 지지율만 회복한다면 총선에서 선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목표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선거는 상당히 힘들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연욱 한나라당의 경우는 대여 공세는 통상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자기 변신 노력에 상당히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지지도 상승은 한나라당이 구악(舊惡)을 깨는 아픔을 얼마만큼 보여주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변화를 위해 당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일을 해 나가느냐, 새로운 비전을 얼마나 제대로 제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당의 환골탈태가 국민에게 먹혀들어가야 총선에서 선전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당사 연수원 매각 및 국고 반납을 선언한 것부터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그런 일련의 변화 과정을 통해 과연 야당이 노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이 한나라당 지지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윤영찬

    사회 탄핵 가결과 총선 문제에 관해서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김정훈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끝나는 기간까지 어쨌든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을 할 텐데 이 체제도 연구대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헌정 사상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전에 두 번 정도 있었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직후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야나 사망에 의한 권한대행이 아니라 대통령을 따로 두고 권한대행이 대통령 역할을 하는, 2명의 대통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권한대행 체제입니다. 사실 이 기간이 그동안 말로만 듣던 책임총리제의 완성된 상태 아니겠습니까. 이 기간에 어떻게 국정이 운영되고 대통령과 내각, 국회가 어떤 작용을 하느냐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어떤 권력구조가 대한민국에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하나의 실험적 사건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사회 총선이 끝나면 각 당의 의석분포는 현재와는 많이 달라지겠지요. 그런데 총선 이후 5월29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현 16대 국회의 임기가 그대로 존속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탄핵을 두고 일부에서는 의회 쿠데타라는 얘기도 하는데 만약 이때 16대 국회가 개헌을 발의하는 돌발적 상황은 나오지 않을까요.

    윤영찬 그렇게 보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뒤 16대 국회의 마지막 남은 한 달의 임기를 이용해서 개헌 논의를 들고 나온다면 굉장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열린우리당이 패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선전할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일 겁니다. 개헌 문제가 16대 국회에서 현실화되기는 어렵습니다.

    반병희 개헌 논의와는 다른 얘기지만 17대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든 정계 개편론이 자연스럽게 힘을 받아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정치권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으로 구별되어 왔습니다. 이는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상태였거든요. 현 대통령제 아래에서 권력 분점은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는 게 다수설로 인정돼 있습니다.

    박성원 국회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정당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만 남았더라도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한 국회 결정의 정당성은 똑같습니다. 잔여 임기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총선을 통해 민의가 표출된 상황에서 그것을 개헌으로 뒤집으려고 한다면 상당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부분은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다만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듯합니다. 중국의 문화혁명이 10년을 끌었듯 보수적 시각에서 볼 때 노무현식 포퓰리즘은 적어도 향후 10년은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선 다음 대선에서도 또다시 포퓰리즘 세력에게 당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런 만큼 새로운 17대 국회의 야당이 인기몰이 선거 방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자는 명분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17대, 개헌 가능성 높아

    윤영찬 정계 개편과 개헌논의는 함께 고려되지 않을 수 없는데 현재 야 3당을 묶어낼 수 있는 구도라는 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반노, 즉 ‘도대체 노무현이 싫다. 저 사람 안 봤으면 좋겠다’라는 감정적 공감대입니다. 또 하나는 개헌이라는 공감대입니다. 총선 이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도 개헌론은 여러 정당을 묶는 끈으로서 정계 개편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대통령 측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일당이 되는 쪽에 총리 추천권을 주겠다고 언급했는데 갑작스런 탄핵 가결로 이 약속의 이행은 불투명해졌습니다.

    어찌됐든 2007년은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해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는 상당히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내각제, 분권형 개헌 등 여러 갈래의 개헌논의가 나오겠지만 일단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권 상당수가 공감하면서 같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김정훈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내놓은 5년 구상에 따르면 노 대통령도 개헌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취임 당시 얘기를 되짚어보면 소위 총선 결과에 따라서 다수 정파에 총리 추천권을 주고 프랑스식 또는 다른 식의 실험을 한 다음 국민의 선택에 맡기자고 했거든요. 그리고 2007년쯤이 개헌의 시기로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정연욱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안이 기각돼 대통령직을 유지한다면 당장 2004년, 2005년 개헌이 이뤄지는 것은 반대하고 나올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목표는 집권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합리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합리화된 국회라면 얼마든지 손을 잡고 새로운 대통령과 국회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이상적인 얘기인데 기본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관계 설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임기는 2008년 2월에 끝나는데 2007년 12월에 대선이 있고 17대 국회의원들은 2008년 5월말 임기가 끝납니다. 대통령이 남은 4년 임기 동안 17대 국회를 장악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오히려 2006년 말쯤 되면 대선 국면이 될 것이고 여당 국회의원들도 필요하다면 대통령을 공격하는 그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는 개헌에 대해서 노 대통령이 선택할 여지가 없어요. 여당이 개헌을 하자고 나서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헌은 대다수 정파의 합의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년 단임제의 폐해라는 원론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과 국회의 완충지대 필요

    반병희 지금은 대단히 기형적인 권력 구조죠.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헌법인데, 한국 정치 발전사라는 배경 속에서 이런 헌법이 나왔겠죠. 이번과 같이 대통령이라는 권력과 국회라는 권력이 충돌했을 때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장치가 헌법에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원칙론적 입장에서 볼 때는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선을 치른 뒤엔 국민들 사이에도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성원 정동영, 박근혜, 손학규, 이명박씨가 4년 중임제 대통령을 선호할지, 내각제하의 수상이 되기를 원하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따라서 개헌 논의는 무성하되 합의는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헌이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더라도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은 총선 이후 불가피해 보입니다.

    윤영찬 개헌뿐 아니라 상당한 변화가 향후 정치권에서 일어날 듯합니다. 호남에 텃밭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과 영남을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이 이번에 철저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총선에 새로 유권자로 진입하는 신세대나 출마하는 정치신인들의 사고방식이 보수적, 전통적 체계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17대 국회의 모습은 16대 국회와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를 거라는 예상도 해봅니다.

    사회 오랜 시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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