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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박관용 국회의장 “구두·명패 날아왔지만 피하고 싶은 생각 없었다”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박관용 국회의장 “구두·명패 날아왔지만 피하고 싶은 생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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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국회의장 “구두·명패 날아왔지만 피하고 싶은 생각 없었다”

국회의장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관용 의장.

-경호권 발동은 언제 결심했습니까.

“경호권을 발동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4당대표회담 제의를 거절하고 다음날 아침 기자회견 하는 것을 봤는데 다 보고 나서 국회에서 충돌을 면키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순간 살벌한 분위기를 보면서 의원들간 충돌이 있겠다고 우려를 했습니다. 동시에 의원의 의사표현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달 남은 국회도 국민대표 기관”

-국회 경호요원들이 3명1조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한 명씩 의장석에서 끌고 내려와 15분 만에 의장석을 확보했습니다. 사전에 연습이나 준비를 했나요.

“사전 준비는 없었습니다. 다만 국회 사무처 총장에게 ‘의장이 사회를 볼 수 있도록만 해달라. 그러나 절대 무리하게는 행동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으면 의원들 사이에 불상사가 발생할 것 같았습니다. 국회 경호요원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겁니다.”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되자 신고 있던 구두를 의장을 향해 던졌다. 이어 명패도 던졌다. 김 의원은 한 인터넷언론에 보낸 글에서 “내가 신고 있는 신발보다도 쓸모 없는 국회와 의장에 대한 분노의 표시였다”고 당시의 소회를 피력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의장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봤다.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직후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이 구두를 벗어 의장을 향해 던졌습니다. 그때 심정은.

“무엇인가 둔탁한 물건 몇 가지가 날아오는 것 같던데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맞을 각오로 당당하게 서서 본회의 사회를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대통령을 탄핵한 국회는 청산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는데 직무정지가 되었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들을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 ‘임기 한 달 남은 국회가 4년 남은 대통령을 탄핵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국회의원의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의정활동의 가치와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국민주권이 위임된 국회의 결의는 국회 임기가 4년 남았든 한 달 남았든 똑같이 존중받아야 합니다.”

-탄핵안 통과 직후 탄핵 반대 국민여론이 70%에 이르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라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한 것은 의회주의의 기본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대한민국은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탄핵안 가결이 반드시 실망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국민들이 협력하면 점차 긍정적인 면이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진대제 장관, 방송법 개정안 통과 부탁

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이 국회를 자주 찾아 연설을 한 것도 역대 정권과는 달라진 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 그럼에도 박 의장은 노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으며 막판까지 탄핵 가결을 막으려 의장으로서 노력했다고 말한다. 다음은 탄핵 발의 이전인 3월 초순 박 의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고하게 실현시켜가겠다는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런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노조와의 마찰을 기피하거나 한미동맹이나 대북 문제에서 드러낸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들, 특히 자주외교를 한다며 외교부장관과 국장을 교체한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정체성을 의심할 만한 언행을 대통령 스스로 합니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흔들립니다.”

-국회의장이 FTA와 파병동의안 통과에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언론은 국회가 FTA와 이라크파병 동의안 가결을 미뤘다고 비난하는데, 사실 노무현 대통령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대통령은 두 개의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만 해놓고 가결시켜달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의장으로선 대통령이 두 동의안을 가결시킬 마음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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