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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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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고된 파국’이자 ‘계산된 파장’이라 해도 탄핵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이번 탄핵정국은 4·15총선과 맞물리면서 사생결단의 대결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강영훈<br>전 국무총리

2004년 3월12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법치국가에서 위법사실이 없는 날이 없겠지만, 그날의 통한은 법률해석 문제를 가지고 국가통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입법최고기관인 국회와 극한 투쟁을 벌인 데서 기인한다.

극한투쟁의 조짐은 제16대 대통령선거 부정자금 출처에서부터 나타났다. 대통령과 야당은 선거 부정자금 근절을 위한 법제도 확립에 협조하는 대신, 대통령이 제기한 ‘10분의 1’을 놓고 정치공방에 더 바빴다. 결국 누가 더 나쁘냐를 증명하여, 누가 더 좋으냐를 결정짓는 감정싸움이 되고 말았다. 중간에서 타협 조정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인사도 없이 이성을 넘어 파국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와중에 선관위가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야당의 견해를 인정한 시점부터 대통령 탄핵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감정은 위대한 힘이 될 수 있지만 방향을 그르칠 때는 모든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던가.

이와 같은 국가 비상시국에 우리는 냉정을 되찾아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국민다운 자세를 보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심의처리과정을 주시하며 침착하게 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했는지 깊이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이런 불행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을 위시하여 모든 정치인들이 하루 빨리 정도로 돌아가도록 촉구·격려하는 일은 민주시민으로서 의무라 할 것이다.

오늘의 격앙된 정국의 배후에는 과거 40년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뿌리박힌 우리의 정치문화가 있다. 헌법학의 석학인 김철수 박사는 저서 ‘한국헌법사’에서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에서부터 제4공화국 헌법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어 왔으며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이 헌법에 충분히 반영된 것은 1980년 공포된 제5공화국 헌법부터였다.



이 시기에 국정일반에서 산업화·민주화가 진행됐다. 정치도 형식상 정당정치의 모습을 띠었지만 실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중심이 아닌 보스중심의 운영으로, 정당 간 관계는 정책이견(政策異見)이 대화와 타협으로 조율되기보다 흑백논리로 전부(全部)냐 전무(全無)냐의 비타협적인 정치 분위기를 조장해 왔다.

그와 같은 분위기에서 대통령 탄핵사건이 발생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정경유착으로 비리·부패가 만연하여 집권세력에 대한 일반대중의 반항심이 커진 상태인데다, 자유민주주의 국시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면서 불만이 쌓인 대중은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를 ‘보수반동’이라 비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유민주주의 국시 수호를 부르짖는 측에서는 좌파 비판세력을 용공이라 몰아세워, 좌우 정치세력의 상호불상용(相互不相容) 관계가 오늘의 불행을 초래했다.

그러나 국민은 자유냐 평등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이루는 민주사회 번영을 갈망하고 있다. 불법 폭력사태를 피하고 국민 모두가 공존 공영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의 정치원리에 따른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정치원리를 존중하는 야당이라면 먼저 정경유착으로 조장된 부정부패를 정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또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개혁 또는 혁명을 주장하는 여당은 파퓰리즘이라는 애매한 정치구호 대신, 당당하게 사회민주주의 정당 간판을 내걸라. 영국정치에서 보았듯이 여야가 민주주의 기반 위에 중도 우파, 중도 좌파로서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이루는 정치를 펼쳐주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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