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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 어디까지 왔나

‘방탕아’ 김정남 탈락, ‘범 생이’ 김정철 유력

  • 글: 이기동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dlee011@nate.com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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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후계체제 구축, 어디까지 왔나

김정철과 김정운의 어머니 고영희. 최근 중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대학졸업 직후부터 후계수업을 받아온 것과 비교하면 후계구도에 대한 고민이 다소 늦었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김 주석이 살아있다 보니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못했던 후계구도 문제는 1994년 그가 사망하면서 더욱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김정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는 달리 정작 북한은 3년간 유훈(遺訓)통치를 실시하고 김정일 시대를 개막하기 위한 준비에 몰두해야 했던 형편이었기에 후계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 시기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였다. 이후 1997년 김정일의 총비서직 추대, 1998년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체제가 어느 정도 정비되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소나마 체제안전의 기틀을 다지게 된 후에 비로소 후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시기 북한의 후계구도를 관측하는 외부의 시선은 2001년 1월 김정일의 공식 중국방문에 동행한 장남 김정남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동행이 일종의 후계수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4개월 후인 2001년 5월 김정남이 일본으로 밀입국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해 북한의 외교적 위신이 추락하면서, 김정남의 후계 탈락설이 제기됨과 동시에 둘째아들인 김정철의 부상을 예상하는 견해가 등장했다.

이 와중에 북한인민군 출판사가 2002년 8월에 ‘존경하는 어머님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 끝없는 충직한 충신 중의 충신이다’는 제목의 강연자료(이하 ‘학습제강’)를 발간했다. 이는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북한 정권의 후계구도와 관련한 1차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에서 후계구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자료였던 까닭이다. 이 자료는 ‘존경하는 어머님’의 김 위원장을 향한 한없는 충성심을 강조하고 있는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여기서 ‘어머님’이 김정일의 셋째부인인 고영희를 지칭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학습제강’의 이 같은 내용은 후계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시사점을 가진다. 우선 어머님의 위상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모든 일꾼들은 대를 이어 수령복, 어머니복을 누리는’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북한 문헌에서 흔히 목격되는 ‘수령복, 장군복’에 상응하는 것이다. 또한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 동지와 꼭 같으신 분’이라는 표현은 고영희가 김정숙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둘째,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는 그의 아들인 김정철과 김정운이 후계로 낙점받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혁명혈통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어머니와 후계자간 혈통 분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학습제강’의 발표시점과 관련해 후계자 선정시기를 유추해볼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친모인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1960년대 후반 ‘빨치산 회상기’ 학습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나 이는 여러 빨치산 참가자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사례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개인 우상화로 보기 어렵다. 김정숙의 본격적인 개인 우상화는 1970년대 중반 김정일의 후계지명 이후 시점에 착수됐고 김정일의 백두산 출생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1982년 2월 김정일의 40회 생일 이후 가시화되었다. 즉 후계자가 먼저 정해지고 그 모친에 대한 우상화가 진행된 셈이다. 상식적으로도 후계자를 결정한 다음 그의 어머니를 우상화하는 것이 순서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본다면 ‘학습제강’의 발간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를 내정한 다음 그 어머니에 대한 우상화작업을 주도하거나 혹은 후계자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우상화작업을 지휘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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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동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dlee01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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