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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왜 ‘소걸음’인가

칼자루 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핵 문제에 ‘올인’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국방개혁, 왜 ‘소걸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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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쟁점은 남북 군비통제 혹은 상호군축과 군 구조개편을 연결하는 문제였다. 당초 청와대 일각에서는 “남북간에 군사적 신뢰조치가 축적되면 이를 구조적 군비통제로 이어나가고, 이를 우리 군이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 작업과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이 말은 간단히 말해 ‘남북 상호합의 하에 병력감축을 추진해 이를 국방개혁의 한 부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방부를 비롯한 안보부처 관계자들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축을 이야기하는 것, 특히 그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개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안보정책구상에서는 군 구조개편과 남북 군비통제를 연결짓는 어떠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고, 특히 군비통제는 ‘군사적 신뢰구축의 제도적 기반 강화’ 정도가 구체적인 목표로 언급되었을 뿐이다. 대신 병력 문제는 ‘감축’ 대신 ‘단계적 조정’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마지막 쟁점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것이었다. 안보정책구상에 표현된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이라는 표현은 당초 NSC 관계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던 ‘한미동맹 개선’ 혹은 ‘재조정’이라는 단어를 ‘순화’한 것이다. 19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의 ‘자주국방’ 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이 맞물리던 시절 잠정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연합지휘체계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인식이라는 전언이다. 이후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모두 변했으므로 지휘체계가 이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동맹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는 지휘권 환수 문제를 염두에 둔 개념 정리였지만, 이러한 상황인식 또한 안보정책구상에서는 모두 생략됐고 표현도 방향이 불분명한 ‘미래지향적 발전’으로 추상화됐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청와대가 검토중인 국방개혁의 핵심원칙과 그 구체적인 방향이 모습을 드러낸다. 국방부가 요구하고 있는 무기도입사업은 일정부분 선을 긋되, 대신 조직개편을 통해 병력감축 등의 군축작업을 북한의 군축과 연동해 추진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연합작전체계를 수정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삼는다는 복안으로 정리할 수 있다.

NSC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는 무수히 검토한 사안이지만 국가공식문건으로 채택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에 섣불리 속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당장 군의 의견도 의견이지만 보수진영의 반발과 미국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주적 개념이 빠진 것만으로도 말들이 많은데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면 반작용이 어땠겠느냐”고 되물었다. “안보정책구상 발간은 평지풍파를 일으킬 뿐”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던 자문위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제동 걸리는 무기 도입

그러나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 주요 방향은 이미 ‘각개격파’ 방식으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과 사업들이 ‘눈을 크게 떠야만 보이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특히 이들 사업에 대해 최근 군 일각에서 흘리고 있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먼저 무기도입과 관련된 부분부터 살펴보자. 지난 3월5일 고건 국무총리는 “무기도입을 둘러싼 고질적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특별대책팀을 구성, 군의 무기획득체계 전면 개편작업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존의 국방부 중심 획득체계를 뜯어 고쳐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 전문가들까지 수렴하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 국방부의 획득과정을 감시해야 할 기무사령부와 헌병대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숙원사업’이 대부분 집중되어 있고 그간 군에 의해 전적인 결정이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무기도입분야를 국방부로부터 떼내겠다는 이 구상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공식적으로 이 특별대책의 책임부서는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지만 관련 핵심지침이 청와대와 NSC로부터 나오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이와 함께 KDX-3(차세대구축함사업)의 이지스 체계, 중형잠수함 사업, SAM-X(차기유도무기) 등 주요 사업도 상당부분 청와대 차원에서 보류 혹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사업은 도입원칙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기종 결정을 미루거나 예산을 다시 검토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것. 안보정책구상이 이제 막 확정되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5월 국방백서를 발간하고, 이에 따라 국방기본계획과 중기계획을 정해 주요 무기도입사업의 일정과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공식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획득체계 전면개편이 완성될 때까지 관련사업추진이 보류될 것이라고 보는 군 관계자들도 있다. 특히 연기가 거론되는 사업 중 상당수가 미국의 MD체계와 연관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무기체계인 만큼 청와대가 이를 최종 재가할 때까지 상당기간 고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말 그대로 이들 무기체계가 ‘정예 군사력’에 해당하는지, ‘적정 수준’에 포함되는지 그 확인작업이 본격화되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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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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