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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이라크 파병

미군 협조 거부, 임무 불확실, 보급로 불안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진퇴양난’ 이라크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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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결론이 난 것은 아니므로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미국측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신동아’가 3월11일 보낸 이메일 질의에 대해 미 국방부 정보공개담당관실측은 “현재로서는 키르쿠크 인근에 주둔해 있는 미군 병력의 이동은 검토된 바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결국 정부가 국회에 보고했던 ‘독자적 지역책임 및 지휘권’이라는 내용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군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서는 미군과 붙어 있으면 안 된다는 원칙엔 국방부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협상이 현재 상태로 흘러간다면 자이툰부대원들은 훨씬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군과 한국군이 각각 작전의 개념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현지 부족장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일을 풀어나가는 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미군은 무력행사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는 것. 대(對)테러 임무나 저항세력 소탕보다는 민사작전에 주력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는 국방부의 계획은 미군과 같은 지역에 주둔하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보급로가 없다

그런가 하면 미군과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파견부대에 대한 군수지원 문제도 난항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헬기와 험비 장갑차량 등 당초 미군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주요장비도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캐터필러 장갑차와 달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 저항세력의 테러로부터 지휘관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험비 차량은 모두 60여대를, 공중감시 및 유사시 지원사격에 필수적인 헬기는 20여대를 지원 요청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 미군으로부터 빌려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보급품 지원경로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단 자이툰부대가 현지에 도착하면 이후에는 식량과 피복, 탄약 등을 모두 CJTF-7 예하 미군부대의 보급로를 통해 전달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현지사정에 정통한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간단하다. 미군은 지금 삐친 상태다. 한국이 과감하게 게릴라 소탕임무를 펼칠 수 있는 부대를 보내주기를 기대했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나타난 부대가 그나마 숫자도 기대에 못 미치고 무장수준도 낮은 것이다. 게다가 미군의 작전지휘는 받지 않겠다면서 석유 같은 이권문제에만 관심이 많으니 섭섭할 수 밖에. 헬기나 장갑차량 같은 장비도 없이 오려면 아예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현지 주요지휘관의 반응이다. 자이툰 같은 민사작전용 부대에는 이 지역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군의 이러한 인식에는 키르쿠크 현지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자이툰부대가 미군측과 합의한 관할지역은 키르쿠크가 포함돼 있는 타밈주와 인근 샬라딘주의 투즈 지역까지였다. 문제는 이 지역이 이라크 북부지역의 중심 축선을 이루고 있는 데다, 저항세력의 공격이 잦은 ‘수니 삼각지대’, 즉 바그다드-티크리트-모술 인접지역이라는 점. 특히 미군이 수니 삼각지대에 대한 소탕작전을 강화하자 저항세력이 대거 유입돼 공격이 빈발하는 등 치안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형편이다.

이는 국방부가 파병결정 과정에서 키르쿠크를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갈 곳은 키르쿠크뿐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현지사정이 악화된 것은 파병지역이 결정된 지난해 12월 이후의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2월1일 인근 아르빌 지역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쿠르드족 110명이 사망한 사건, 1월말 미군캠프에 대한 네 차례의 로켓 공격 등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테러사건이 줄줄이 발생하고 난 2월9일, 국회 국방위의 파병안 심의회의에 나온 조영길 국방장관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국방부는 1월말 미군캠프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이후 사실로 확인되어 ‘의도적인 진실 감추기’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렇다면 키르쿠크는 파병지역이 결정된 12월 이전에는 안전한 지역이었을까. 지난해 11월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2차 정부합동조사단(단장 김만복 당시 NSC 정보관리실장, 현 국정원 기조실장)이 작성한 ‘현지조사결과 보고자료’를 살펴보면, 과연 어떤 근거로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한 것인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보고자료 중 키르쿠크 및 주변지역에 관한 내용이다.

▲ 대부분 수니파로서 친후세인 성향, 전직 바트당 요원 다수 활동지역으로 적대행동이 가장 빈번한 지역▲ 동맹군 지원 민사작전 본부, 병원, 경찰서 및 개인상점도 공격▲ 최근 원격 조종 급조폭탄에 의한 공격 행위 계속 증가▲ 쿠르드족과 투르크만족간 인종갈등 재연, 지역안정에 위협요소▲ 동맹군의 강력한 후세인 추종세력 체포작전으로 테러 점차 감소 예상▲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저항세력들이 최근 공조 양상 조짐▲ 시아파 지도자 ‘알 하킴’에 대한 차량 폭탄테러(8.29) 이후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고 시아파와 수니파간 충돌 가능성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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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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