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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제약회사 3각 커넥션

고가약 처방 늘고 처방전 수수료 오가고 끼워팔기 성행하고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제약회사 3각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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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이후 의사·약사·제약회사 3각 커넥션

서울 이촌동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건물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러한 담합행위의 발단은 약에서 시작한다. 약사는 1차적으로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정보를 얻어 그 약을 구비하여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2차적으로 약의 불용재고를 줄이기 위해 의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다. 현재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경우 한번 포장을 뜯으면 반품은 불가능한 상태. 예를 들어 약국이 300정이 든 특정 제약회사의 약(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약품은 대체조제가 가능하므로 예외)을 구입하여 100정만을 사용한 후 의사가 다른 제약회사의 약으로 바꾸어버리면 나머지 200정은 약국의 재고로 쌓이게 된다. 그리고 약사는 처방전에 적힌 또 다른 약을 다시 구입해야 한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 약사법은 병·의원의 처방약 목록을 지역 의사회가 취합하여 지역 약사회에 넘겨주는 ‘처방약 리스트’ 제출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몇몇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법을 위반한 것이긴 하나 처벌할 규정이 없어 ‘안 지켜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도 의사 앞으로

약의 선택권을 둘러싼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의약분업 직후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재빨리 병·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의 선택권을 쥔 의사들에게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의사에게는 약값의 30%를, 약사에게는 10%를 줍니다.”



20여년간 제약회사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광역시에서 약 도매상을 경영하는 송아무개씨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자마자 제약회사는 의원을 찾아가 약을 선택해주는 대가로 선(先) 리베이트를 지급했어요. 약의 품목과 사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빈도 처방약은 6개월 또는 1년간 처방을 내주는 조건으로 몇 백만원을 건넸죠.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일부 의사들이 리베이트만 챙기고 다른 제약사로부터 또다시 리베이트를 받은 후 약을 바꿔서 처방하기 시작한 거예요. 결국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만 돈을 날리는 꼴이 됐죠. 구두로 합의한 사항이라 돈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고요.”

얘기를 하면서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진 송씨는 “약속을 어기고 다른 제약회사로 말을 갈아타는 의사가 늘자 제약회사들은 영업방침을 전면 수정하게 됐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일부 제약회사에서 의사가 처방한 약의 물량을 확인한 후 매달 약값의 30%를 현금으로 의사에게 건네는 월정액 개념의 리베이트 관행은 이렇게 해서 정착이 됐다”고 푸념했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유통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약국은 제약회사 또는 약 도매상을 통해 전문의약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약국에서 조제약을 판매하는 데 대한 마진(이익)은 없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한 약값이 1000원이라면 약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으로부터 약제비가 포함된 조제료를 받는다. 하지만 약사는 약값 1000원을 고스란히 제약회사에 건네야 한다. 의약품의 유통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의 ‘실거래가 상환제’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의사와 약사 그 누구도 약값 마진을 취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의사가 약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약사는 그 약을 ‘주문’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거든요. 약사가 다른 지역의 영업사원, 또는 약 도매상을 통해 주문할 경우 판매에 따른 마진과 실적이 떨어지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약사에게 10%를 주는 겁니다. 아니, (돈을) 준다기보다 약국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약값을 수금하러 가면 약사가 아예 10%를 떼고 주는 거죠.” 서울 종로 5가의 한 대형약국에서 만난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증언이다.

적재적소에 ‘뿌리는’ 게 기술

약값이 1000원이라면 그중 300원은 의사에게, 100원은 약사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의약분업 이후 이러한 형태의 리베이트 관행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에 걸쳐 일반 의원급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게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상위그룹에 속한 제약회사는 10~20%를, 중간이 30%, 회사 지명도가 낮은 제약사는 최고 50%까지 ‘뒷돈’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분업 실시 이전에는 현금이 아닌 약의 할증이 곧 리베이트였다. 즉 의사나 약사가 약 한 갑을 구입하면 적게는 두세 갑을, 많게는 여덟아홉 갑의 약을 덤으로 얹어주는 식이었다. 1000원짜리 약을 판다면 최대 900원이 마진으로 남는 장사였다. 의사와 약사 모두 이러한 약값 마진의 ‘단맛’에 수십 년 동안 길들여져 있었다.

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약값 마진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의보수가가 낮은 점을 감안해 의사들의 약값 마진을 묵인해왔다. 당연히 의사들은 마진률이 높은 약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과다 처방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을 부추겼다.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하는 약국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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