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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청소년 마약중독

“50알 먹고 나면 바이킹을 타고 있어요”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비상! 청소년 마약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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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마약부의 2003년 국내 마약류사범 통계를 보면 10대가 37명으로 전체의 0.5%를 차지하고 경찰청 마약수사과의 2003년 통계에서도 10대 마약사범이 23명으로 집계됐다. 절대적인 수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검거되지 않은 10대 복용자의 숫자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리라는 게 신 대표의 추정이다. 10대의 경우 판매상이 아닌 일반 투약자가 많기 때문에 수사관들의 주 관심 대상이 되지 않고 그래서 검거율도 낮다는 것. 그는 “요즘은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유학한 10대가 현지에서 마약을 접하고 중독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마약 복용 청소년의 대다수는 앞서 예로 든 김군처럼 전형적인 ‘문제아’ 코스를 걷는다. 보통 흡연과 음주로 시작해 본드나 가스 등 유해물질을 접하다가 러미나, S정과 같은 가벼운 마약에 손을 대고 성인이 되면 필로폰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비행경험과 마약복용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 진태원신경정신과 진태원 원장은 “비행경험이 많을수록 마약을 포함한 약물복용을 많이 한다”면서 “비행경험이 많은 청소년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본드 21배, 대마초 29배, 필로폰 22배, 환각제는 39배 더 많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마약반 윤광호 형사는 “러미나나 S정을 복용하다 검거된 10대의 대부분은 집안이 불우해 가출한 청소년이었고, 앵벌이나 윤락녀도 꽤 있다”고 했다. 마약에 빠져들어 약을 사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도 많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의 마약 수사관들은 지난해 러미나와 S정이 마약으로 분류되면서 제약회사에서 더 이상 생산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복용 자체가 범죄가 되기 때문에 이를 복용하는 10대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10대 청소년들은 “(마약 복용 청소년들이) 숨기는 했지만 줄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경찰서는 러미나와 S정을 밀제조해온 공장을 적발했다. 경기도 파주와 포천의 인가가 드문 벌판에 있는 이 공장에선 지금까지 러미나 6600만여정과 S정 4만여정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약 600만회 투여분, 87억원 어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한 양은 러미나와 S정을 합쳐 8만정 정도. 나머지는 모두 시중에 풀렸다는 얘기다.



노원경찰서 마약반 수사관은 “압수한 약 가운데 일부는 우리가 적발한 공장이 아닌 곳에서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또 다른 밀제조 공장이 있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

조기 유학생들의 환각파티

최근에는 부유층 젊은이들의 마약 복용도 크게 늘고 있다. 조기 유학 바람과 함께 많은 청소년들이 외국에서 유행하는 마리화나, 코카인, 엑스터시, LSD 같은 마약류를 직접 접하게 됐다. 이들이 국내에 마약류를 전파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열네 살에 뉴질랜드로 유학간 이모(18)양은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또래 한국 유학생들과 어울리다가 자연스럽게 마리화나를 피우게 됐다. 그는 방학을 맞아 귀국할 때마다 마리화나, 엑스터시 등 현지에서 어렵지 않게 구한 마약들을 가져왔다고 한다.

“팔려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들과 같이 즐기려고 가져온 거예요. 제 남자친구도 클럽에서 친구들과 마리화나를 피다가 만났거든요(웃음). 약 하는 사람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통해요. 큰 잘못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중독성이 심한 약도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에선 규제가 심해서 조심해야 되지만, 외국에선 그렇지 않아요. 다들 한 번씩은 맛을 봤을 걸요.”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 박모(25)군도 “흑인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마리화나나 엑스터시를 접하는데, 10대 유학생들이 호기심에 흑인 친구를 따라다니다 마약에 빠지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어를 전공하는 대학 신입생 원모(19)양은 중국에서 마약을 처음 접했다. 최근 중국 유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이른바 ‘야오토우환’이라 불리는 엑스터시의 일종이 유행하면서 한국 유학생 중에도 마약을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중국의 나이트클럽에도 엑스터시를 먹고 춤추는 사람이 꽤 많아요. 저도 클럽에 놀러갔다가 어떤 사람이 다가와 ‘약을 사겠냐’고 하길래 궁금해서 사 먹어봤죠. 게다가 중국 엑스터시는 값이 아주 싸요. 대량으로 구입해서 한국에 들여와 팔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물론 아직 실천은 못 했지만(웃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미영 상담사는 음식점에서 우연히 고등학생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친구에게 ‘우리 형이 미국에서 엑스터시를 갖고 왔는데 먹어볼래?’ 하고 묻더군요. 제가 가서 타이르니까 생뚱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아이들에게 마약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청소년기에 마약을 접한 유학생들은 나이가 들면 마약 판매책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단속이 심한 만큼 약값이 비싸므로 해외에서 값싸게 산 마약류를 들여오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마약 밀반입의 ‘작은 손’이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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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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