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邊境에 가면 세계사가 보인다

영토순결주의·시대착오주의에 빠진 근대역사학 구하기

  • 글: 박환무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hkwh@hanafos.com

邊境에 가면 세계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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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교수(한양대)는 기조발제 논문 ‘국가주권과 역사주권 사이에서’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역사전쟁은 “근대 민족·국민국가의 패러다임을 동북아시아 공통의 먼 과거에 투영하는 시대착오주의에 기초해 있다”며 한·중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56개 민족이 통일된 다민족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은 그 영토적 통합성을 신성불가침의 원칙으로 간주함으로써 동북아시아 공통의 과거로서 ‘변경’을 말살한다. ‘동북공정’의 역사해석에서 잘 드러나듯이, ‘변경’에 대한 ‘국경’의 폭력적 전유(專有)는 ‘국가·국민주권’ 개념이 역사해석에 개입하는 것을 통해 정당화된다.

이에 대해 한국의 역사학계는 ‘역사주권’을 무기로 반격한다. 고구려인은 한민족의 조상인 ‘예맥(穢貊)’족이며,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와 만주(요동)가 문화적·형질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임 교수는 ‘국가·국민주권’과 ‘역사주권’은 국제적 현실정치에서 힘의 관계가 달라질 때마다 뒤바뀌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또한 동북아시아에서만 목격되는 현상이 아니다. 국제적 역학 관계와 국경선이 바뀔 때마다, 변경지역에 대해 서로 번갈아가며 ‘국가·국민주권’과 ‘역사주권’의 해석을 주고받았던 독일-폴란드, 폴란드-리투아니아, 폴란드-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등의 논쟁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세기 동북아시아의 근대 역사학은 ‘기원주의’ ‘영토순결주의’ ‘시대착오주의’로 특징지어지며, 그것은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내셔널 히스토리’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히 역사인식의 오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국가권력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또 대외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적대적 긴장관계를 조장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해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라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따라서 ‘변경연구’를 통해 ‘국경’에 갇힌 ‘변경’을 구출함으로써, 관제이데올로기로 변질된 동북아시아 민족주의·국민주의의 ‘적대적 공범관계’를 해체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졌다.

잡종의 정체성 간직한 변경



서유럽에서 ‘변경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윌리엄스 교수(웨일스 글래모건대)는 ‘변경에서 바라보다-근대 서유럽의 국경과 변경’에서 먼저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멕시코 접경지대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된 ‘변경연구’의 역사를 추적했다. 역사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인류학 지리학 등의 학제간 연구로서의 변경연구는 근대 민족·국민국가의 틀에 인위적으로 변경을 통합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발로서 출발했다. 그리고 잡종적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역사·문화·인간학적 공간으로서 ‘변경’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것은 다른 문화와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타자화하거나 배제하는 근대 민족주의·국민주의의 시각을 벗어나, 다양성과 잡종성의 창조적 문화공간으로서 변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도출했다. 변경연구는 또한 근대 역사학의 지배담론인 ‘내셔널 히스토리’의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대안적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윌리엄스 교수는 변경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변경은 국민국가의 변두리 그 이상이다. 그것은 한 국민의 선명한 경계이자 서로 다른 국가와 서로 다른 사회조직 체계들이 만나 갈등하거나 뒤섞이는 지점들일 것이다. 그곳은 차이와 조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변경은 국민국가가 집합적 조직의 최고 단위였던 인류사의 국면 너머를 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극적이다. 지난해 작고한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피에르 빌라(Pierre Vilar)가 ‘세계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국경에서’라고 한 말은 이번 국제심포지엄에 더없이 훌륭한 영감을 준다.”

리투아니아 출신 리나스 에릭소나스 교수(스웨덴 발틱·동유럽대학원)는 ‘역사적 변경과 민족논쟁-1918년 이후의 동유럽’에서 동유럽 정부들이 대외적으로는 ‘민족성·국민성(nationality)’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내적으로는 민족사·국민사(national history) 측면에서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주장을 정당화해왔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전통적 관점은 동유럽의 새로운 민족·국민국가들이 민족주의·국민주의 운동들을 통해 존재하게 되었다. 국경분쟁은 민족·국민국가와 일치하는 전근대적 민족성(ethnicity) 혹은 근대적 국민성(nationality)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결과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은 전근대적 민족성(ethnicity)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한 유효하지만 1918년 이후 사용된 근대적 민족성·국민성의 원칙이 대부분의 동유럽인들, 자신들의 민족성·국민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지닌 자유롭지 못한 조건 속에서 출현한 사람들에게는 낯선 것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역사적 연속성이 더 선호된 방식이었기 때문에 국경분쟁은 논쟁 지역을 둘러싼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에 이용된 전근대적 민족 논쟁들보다 더 역사적으로 불타올라 근대적 민족성·국민성의 원칙은 주로 국제 회담에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동유럽의 정부들이 민족 논의에서 합의된 역사적 국경을 유지하려고 분투하는 과정에서 민족사·국민사로부터 도출한 역사적 논의들과 민족지학적 자료 사이에서 어떻게 갈팡질팡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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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환무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hkwh@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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