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이네 사이테크에서 바라본 멘히봉.
만년설 녹아내린 에메랄드빛 호수
베르너 오버란트로 향하는 길에 펼쳐지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잔잔한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고성(古城)이 그렇고 능선을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아담한 마을 또한 그렇다. 베른, 스피츠, 인터라켄을 지나서 만난 그린델발트(Grindelwald)의 느낌은 한마디로 푸근함이다. ‘녹색의 숲’이란 뜻을 가진 그린델발트에 이르면 아이거봉과 베터호른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영험한 산 융프라우에 오르는 거점으로도 유명한 그린델발트는 전통적인 목조가옥인 샬레를 비롯해 푸른 빙하터널과 산악박물관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출발하는 등산열차를 타고 만년설 봉우리가 늘어선 융프라우봉으로 향하는 길에선 창 밖으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떼가 관광객을 맞는다. 산을 오르던 열차가 방문객을 모두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간 기착지는 클라이데 샤이데크. 그린델발트와 융프라우 중간지점에 위치한 이곳에 서면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 명산인 융프라우, 멘히, 아이거의 웅장한 경관이 코앞에 와 닿는다. 간이역과 자그마한 음식점, 산촌(山村)의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호텔은 언제나 방문객들로 붐빈다.
등산열차의 종착점은 융프라우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융프라우요흐. 열차 문이 열리자 갑자기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옷깃을 여미고 열차에서 내리니 ‘Top of Europe’이라는 커다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알프스는 유럽의 지붕이요, 융프라우요흐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인 까닭이다.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큰 빙하지역인 알레치 빙하. 길이가 무려 22㎞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