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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투병해온 탤런트 김성원씨 “당뇨병을 친구처럼 여기며 ‘동거’하세요”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30여년 투병해온 탤런트 김성원씨 “당뇨병을 친구처럼 여기며 ‘동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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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투병해온 탤런트 김성원씨 “당뇨병을 친구처럼 여기며 ‘동거’하세요”
“기다려봐, 내게 다 묘안이 있으니….”

얼마 전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주인공 한기주(박신양 분)와 강태영(김정은 분) 사이를 떼어놓으려 절치부심하는 한성훈 회장 역을 열연한 탤런트 김성원(金聖源·68)씨.

강인하면서 완고해 보이는 인상과 굵고 우렁찬 목소리. 매정한 가부장 역할을 주로 맡아온 연기 이력과 달리 일상에서의 그는 달갑잖은 당뇨병과 30여년을 ‘동거’해온 환자다.

“당뇨병은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언제 어떻게 합병증이 생길지 몰라요. 완치를 위한 묘안 따윈 없습니다. 그저 꾸준한 식사·운동·약물 요법으로 혈당조절을 잘하는 수밖에…. 이걸 보세요. 단 한번도 빠뜨린 적이 없어요.”

폭음·폭식이 불러온 당뇨병



10월5일, 김씨는 처음 만난 기자에게 웃옷 호주머니부터 뒤집어 보였다. 그의 호주머니엔 늘 ‘비상약’이 들어 있다. 갑작스레 저혈당증이 나타날 때 즉시 당질섭취가 가능한 초콜릿, 양갱, 초코파이류 등이다. 짧은 해외여행이라도 할라치면 휴대하는 각설탕만 한 움큼이다.

평양 태생인 김씨는 서라벌예대 1학년이던 1956년 당시 기독교방송 성우로 방송계에 입문한 뒤 1968년 TBC(동양방송) 개국 때부터 연기를 시작, TV와 연극무대를 통해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1995년부터 8년간은 TV를 떠나 연극에만 전념,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에 출연해 세계 26개국 38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갖기도 했다.

김씨가 자신의 지병을 알게 된 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1970년 절친한 후배 탤런트 김세윤(64)씨가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서 검진을 받았다. 검진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담당의사가 나 대신 아내를 불러 검진결과를 알려줬어요. 당뇨에다 심장, 혈압, 기관지 등 온전한 데가 별로 없었어요. 약도 엄청나게 받아왔더라고요. 그때 내 나이가 30대 중반이었으니 정신적 쇼크가 엄청났지요.”

의사는 “겁내지 마라, 죽을 때까지 평생 갖고 가는 병이니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조언했지만, 그저 앞이 캄캄할 따름이었다.

그때부터 김씨는 소식(小食)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키와 몸무게는 175cm에 89kg. 허리 사이즈도 37∼38인치나 됐다. 게다가 원체 대식가였다. 세무서 직원의 외동아들로 자라 어릴 때부터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아온 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한 끼 식사로 볶음밥과 울면, 군만두 1인분을 너끈히 먹어치울 정도였다. 앉은자리에서 생고기 10인분은 기본이었다. 주량도 엄청나 일단 맥주컵에 부은 소주를 석 잔쯤 연거푸 들이켠 뒤 본격적인 술자리를 시작하곤 했다.

그런 김씨에게 소식은 그야말로 ‘형벌’에 가까웠다.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의 현실적 격차는 매우 컸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말로는 ‘겁이 많아서’라고 했지만, 지병을 치유하겠다는 일념에 꾸준히 소식을 해나갔다.

‘제2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짝꿍이자 40여년을 그와 해로하며 2남1녀를 출가시킨 동갑내기 부인의 내조 또한 대단했다. 율무 보리 현미 수수 기장 등을 섞어 지은 밥에 달걀 흰자로 옷을 입힌 주먹밥을 날마다 60∼70개씩 준비해주는 등 갖은 정성을 다했다. 임금 역을 많이 맡았던 김씨는 세트장의 용상(龍床)에서 주먹밥을 먹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김씨 스스로 참치를 넣은 샌드위치나 잣죽 등 식사 대용식을 곧잘 준비하지만 부인은 여전히 그의 투병생활에 크나큰 버팀목이다. 식기를 어린이용으로 바꾼 남편이 하루에 7끼씩 먹는 소식을 뒷바라지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바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식사조절이 쉽지 않았다.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데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다 보니 과식과 과음이 이어졌다. 젊은 시절 김씨는 운동을 꽤 한 편이다. 연예인 축구·야구·볼링팀 단장을 맡을 만큼 건강체질이었다. 그러나 작품을 많이 맡게 되면서 운동할 짬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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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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