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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단어만 외우게 하는 수능이 ‘ 진짜 영어’ 죽이는 주범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쳐보니…

  • 안천구 TOP 어학원장

단어만 외우게 하는 수능이 ‘ 진짜 영어’ 죽이는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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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영어 수업시간에 직접화법을 간접화법으로 바꾸는 방법이 나온다.

▼ 다음 직접화법을 간접화법으로 전환하시오.He said to me, “I want to go home.” →He told me that he wanted to go home.

답은 맞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화법을 간접화법으로 고쳐 쓸 줄 안다 해도 실제 회화나 독해, 작문 그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그는 나에게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를 영어로 써보라고 하면 올바르게 쓰는 경우가 드물다. ‘말하다’의 정확한 영어 표현을 모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tell이나 say와 같이 말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있고, talk나 speak처럼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위의 문장은 말을 전달한 것이니 tell이나 say를 써야 하는데 say 다음에는 to를 붙여야 하므로 미국인들은 주로 tell을 사용한다. 따라서 ‘He told me he would go home’이라고 해야 한다.

왜 이런 시험을 치는지…



시험에 절대로 내지 말아야 할 문제가 등장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 다음 중 다른 용법으로 쓰인 문장을 고르시오.① Have you ever been to London?② She has never seen him before?③ I have done it once.④ She has washed her car.⑤ He has seen a movie recently.

답은 ④번인데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출제하는지, 그리고 이런 문제가 아이들이 실제 영어를 배우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음 현재완료 중 뜻이 다르게 사용된 것을 고르시오’ 하면 훨씬 낫지 않을까.

▼ 다음 중 다른 용법으로 쓰인 것을 고르시오.① The problem is that she hates me.② She likes the toy that I have.③ I don’t believe that she is honest.④ It is true that she works at the bank.⑤ He doesn’t like the idea that we should give it up.

명사절과 관계대명사에서 사용되는 that을 구분하는 것을 묻는 질문인데, 답을 안다고 하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은 학생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영어를 더 못하게 이끄는 질문이다. 차라리 그냥 작문 문제를 내는 편이 아이들 영어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

여러 학교에서 시험 문제로 교과서 본문을 활용한다. 주로 본문의 내용을 묻는 것과 빈 칸 채우기가 있는데, 문제는 빈 칸 채우기다. 본문만 암기해도 점수가 80점 이상이 나올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죽기 살기로 학생들에게 교과서 본문을 암기시킨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모두 쉽게 잊어버릴 것을 단지 몇 점 더 얻으려고 달달 외우는 아이나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나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보습학원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를 토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설령 학교 선생님들이 잘못된 것을 가르쳐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수정해줄 수가 없다. 그 문제가 학교 시험에 나온다면 승산은 선생님 쪽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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