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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연해주 고려인 농업정착촌에 영그는 ‘발해의 꿈’

“러시아인에겐 몹쓸 땅, 한국인에겐 온통 씨 뿌릴 땅”

  • 이경숙 머니투데이 기자 nwijo@naver.com

연해주 고려인 농업정착촌에 영그는 ‘발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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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어찌나 흔한지 집이나 건물, 시설을 사면 거기에 딸린 토지 소유권까지 넘어온다. 연해주 우수리스크 고려인 정착촌의 집 한 채 값이 150만원 안팎인데, 600여 평의 텃밭까지 딸려 있다.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까지 휩쓴 한국인의 부동산 열풍이 어째서 브릭스(BRICs)의 한 곳인 연해주에는 미치지 않은 걸까. 그간 연해주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고려인은 대여섯 달치 봉급만 모으면 살 수 있는 집 한 채 제대로 못 구하고 한국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는 걸까.

방문 첫날 우정마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정마을은 원래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고려인 정착 주택 1000여 채를 짓기로 했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단된 곳이다. 현재 33채가 지어진 마을엔 고려인 26가구, 러시아인 5가구, 한국인 2가구가 살고 있다. 한국인 가구 중 한 채에는 3년째 고려인 정착을 돕고 있는 김현동 처장 부부가 산다. 다른 한 채는 ‘솔빈센터’라는 이름으로 고려인 지원 사무국 겸 외부인 숙소로 쓰인다. 마을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삼겹살을 대접하며 인사를 건넸다.

“즈드라스트부이쩨, 마야 유이고르(안녕하세요, 저는 유이고르입니다).”

“마야 밀랴. 라뜨 봐스 비지쯔(저는 밀랴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마을의 40∼50대 고려인은 한국인 앞에서 한국말을 쓰지 않았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한다. 오히려 자녀들이 한국어에 더 능숙하다. 유이고르(42)씨의 장녀 유릴리야(22)씨는 아버지, 어머니가 우리 일행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마다 통역을 자처했다. 차녀 유인나(20)씨도 부모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눈치다.

고려인 청년세대는 학교와 텔레비전에서 한국말을 배웠다. 러시아 극동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덕분이다. 이 지역의 가장 큰 대학으로 꼽히는 우수리스크 사범대학에선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어 전공자는 영어를 부전공으로 배운다.

중국의 조선족과 달리 러시아의 고려인이 한국어를 잊게 된 데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연해주의 고려인은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탄압을 받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을 중심으로 항일세력이 활약하던 1920년 4월, 일본군이 신한촌을 습격해 한인 수백명을 사살하고 3000여 명을 체포했다. 1937년 9월엔 한인 18만여 명이 시베리아열차 화물칸에 실려 강제이주를 당했다. ‘한인 중에 일본군 첩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스탈린 정권이 한인 전체를 중앙아시아로 내몬 것이다. 당시 밀폐된 화물차에 전염병이 돌아 어린아이 10명 중 6명이 죽었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박발렌틴 아르 홀딩그룹 회장 인터뷰

“2008년 러시아 WTO 가입 전후를 노려라”


연해주 고려인 농업정착촌에 영그는 ‘발해의 꿈’
‘북방에 핀 고려인의 꽃.’ 지난해 아르 홀딩그룹 박발렌틴(56) 회장이 한국의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얻은 별명이다. 비슷한 시기,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국제고려인통일연합회(고통련) 회장이기도 한 그는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주목받는 기업가다.6월7일 연해주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그는 연해주에서 건설, 수산, 언론, 도소매 분야 20여 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기업엔 고려인 400여 명 등 3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기업가로서 연해주 투자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었다.-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브릭스(BRICs) 투자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나 우수리스크의 경기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국내 투자자나 사업가가 연해주에 진출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러시아가 한국과 같은 비즈니스 여건을 갖추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2008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부동산, 토지에 대한 투자 제한이 없어지고 관세가 사라질 것이다. 현재 기업의 세율이 18%인데, WTO 가입 이후 러시아 정부는 외국기업의 투자촉진 차원에서 세율을 낮출 것이다.”-연해주에서 유망한 사업이라면.“연해주는 러시아와 동해의 연결지역으로 위치가 좋다. 북한의 나진시로 향하는 자동차 수송라인을 눈여겨봐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와 러시아의 극동지역협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연해주 전문가들은 에너지 산업과 기업형 농업을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연해주는 금, 백금 등 천연자원 매장지다. 정확한 매장지를 찾는 데 도움을 줄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 기업형 영농에 관해서는, 일단 농업협력은 서로에게 유익하다. 연해주에선 투자와 인적자원이 부족해 넓은 지역이 개간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이나 중국 노동자의 협력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연해주는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농업만으로는 사업에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축산업을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기업형 영농을 성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아르 그룹과 한국 기업의 협력방안으로 구상하는 것이 있다면.“한국과 러시아 기업의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 현지 사정을 분석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러시아 동포들이 한국기업과 협력해서 투자 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는 회사를 조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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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머니투데이 기자 nwi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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