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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획정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⑬

북진통일 위협과 미국의 이승만 제거작전

  • 홍용표 한양대 교수·정치학 yphong@hanyang.ac.kr

북진통일 위협과 미국의 이승만 제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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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유지에 만족하며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이승만 정부의 호전적인 태도를 방치할 수 없었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52년 3월 이승만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한국 정부가 계속 유엔군사령부와 협력할 것이라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력을 약속하는 대가로 한미간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한국 병력의 증강을 요구했다.

당시 트루먼 정부는 미국과 유엔이 휴전 이후 한국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재침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한국 국민에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은 꺼렸다.

그뿐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이 반휴전 태도를 고수하자 미국 정부는 이승만을 제거하고 유엔군사령부 주도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에버레디 작전(Operation Everready)을 수립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계획을 실행할 수는 없었다. 미국이 이승만 정부의 전복을 후원할 경우 전쟁 수행에 대한 정당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이승만의 제거가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으며, 한국민의 민족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그 계획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았다. 그 후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제거를 고려했다.

대미 안보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노려



한편 남한의 휴전반대 운동에도 미국과 중국의 휴전회담은 계속됐으며, 1953년 4월 중국이 휴전회담의 큰 걸림돌 중 하나이던 전쟁포로 문제에 대해 양보 의사를 나타냄으로써 회담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정전(停戰)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북한을 포함한 관련국들은 모두 휴전체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의 반휴전 방침은 바뀌지 않았으며, 이승만 대통령은 오히려 북진통일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이 남아 있는 한 한반도에서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믿어왔으며, 이러한 그의 믿음은 김일성 정권이 일으킨 전쟁을 경험하며 더욱 굳어졌다. 따라서 이승만은 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쓰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953년 5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고문을 지낸 로버트 올리버(Robert Oliver)에게 보낸 개인 서신에서 이 대통령은 단독 북진을 강행하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꾸며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 이승만은 미국의 도움 없이 한국의 병력만으로는 공산군을 물리칠 수 없으며, 또한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휴전이 곧 이루어지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 대통령이 북진통일을 고수한 데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을 하루빨리 종결하려는 미국을 협박함으로써 대미(對美) 안보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휴전협정 이후 남한의 안전을 보장할 장치들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특히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 체결이었다.

휴전협정 체결이 현실화하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위한 이승만의 노력은 가속화됐다. 이를 위해 이승만은 단독 북진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미국 관리들과 접촉해 만일 미국이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면 휴전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음을 넌지시 드러냈다.

채찍보다 당근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는 한국과 방위조약을 맺음으로써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아시아 본토에 발이 묶이는 것을 꺼렸다. 워싱턴 관리들은 안보조약 대신 병력 증강을 포함한 지속적인 군사원조를 통해 휴전 후 남한의 안보를 보장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이승만을 달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휴전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관리들도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론이 자신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정부는 이승만이 실제로 단독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비록 이 대통령이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무력통일의 필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의 신념에 기초를 둔 것이었기 때문에 이승만을 만난 여러 미국인은 그가 ‘매우 진지하며 흔들림 없는 확신’을 갖고 북진통일을 주장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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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한양대 교수·정치학 yph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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