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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돈 되는 물건은 마약뿐, 구매자는 한국인…국가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나”

  • 김형덕 남북문제 평론가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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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바이-혜산 국경지대의 풍경

싼허(三合)에서 두만강 상류로의 여정을 마감한 필자는 압록강의 시발점인 창바이(長白)현으로 향했다. 창바이현과 함경남도 혜산을 오가는 물자와 인원을 관리하는 북한 세관 바로 옆의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혜산과 마주한 창바이현은 북중 국경지대의 그 어느 도시보다도 북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빨래하러 나온 북한 주민과 직접 대화가 가능할 정도.

강변을 지켜보던 필자의 카메라에 재미있는 광경이 포착됐다. 3인조로 근무 중이던 북한 병사 중 한 명이 갑자기 무기를 동료에게 맡기고 옷을 벗은 채 중국측으로 건너와 조선족 주민이 건네는 아이스크림을 받아가는 게 아닌가. 옆에 있던 한 조선족 사내는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조선족은 밀수꾼이고, 물건을 통과시켜주는 북측 군인들이 원하는 것을 사다가 전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낮에 근무 중인 병사가 국경을 넘어와 물건을 받아갈 정도라면 야간에 밀수품을 넘겨주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을 터였다.

강 옆의 집 앞에는 트랙터 타이어와 널빤지, 밧줄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보트가 세워져 있었다. 밤에 사람이나 물건을 북한쪽에서 가져오거나 내보낼 때 사용한다고 했다. 그 현장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깃들자 다시 압록강으로 나갔다. 강기슭에서 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북쪽과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었다. 강 건너 밀수품을 보낼 북측 초소지점과 시간 등을 상의하는 내용이었다. 그 가운데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밀수품을 가져오고 있다”고 태연스럽게 답했다. 그러면서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자신은 북쪽 사람이라며 접근했다. 그렇지만 콧수염을 길게 기르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검은색 점퍼와 앞이 긴 끈 없는 검은색 구두를 신은 모습이 영락없는 중국인이었다. 내가 다시 “진짜 북한인이냐?”고 묻자, 그는 가로등 밑으로 나를 이끌고 가서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줬다. 분명 북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중국 체류기한을 넘겨 불법체류 중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사람처럼 보이면 중국인은 물론 조선족마저 무시하기 때문에 중국인처럼 보이는 게 좋다고 했다. 무엇을 밀수하는지 묻자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다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뭐 요구되는(필요한) 것 있냐”고 물었다. 필자는 MP3 플레이어의 녹음단추를 조용히 눌렀다.

“빌린 돈 갚으려면 ‘약장사’ 불가피”

필자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지금은 작업(밀수) 중이니 끝내고 나서 자세히 말해주겠다”고 했다. 일이 끝나는 대로 내 숙소로 오겠다는 것이다. 한 시간쯤 지난 후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그는 호텔에 나타났다.

그의 공식적인 중국여행 목적은 옌볜의 모 도시에 거주하는 삼촌과 친척 방문. 그게 벌써 1년 전이었다는 것. 물론 실제 목적은 돈벌이였다. 약간의 물건을 강을 통해 밀수했지만 장사는 뜻대로 되지 않아 체류기한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요 장사품목은 유화나 고전화(古傳畵), 도자기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물건을 사는 고객은 대부분 한국인이지만 조선족 브로커가 중개하기 때문에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고 했다. 북한 밀무역상이라면 누구나 남한 사람들과 직접 거래하기를 원하지만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오늘 건너온 물건은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내 신분을 확실히 알기 전에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여권을 보여주고 북한 출신임을 알려주자 그제야 그도 마음을 열었다. 그가 내보인 통행증은 그가 북한 정부기관 직원(우리로 치면 공무원)임을 보여줬다.

그는 가져온 물건이 ‘약’이라고 했다. 확인해보니 그가 말한 약이란 고체 형태의 메스암페타민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히로뽕. 처음에는 산삼이나 보약인 줄 알았던 필자는 마약이란 사실을 알고 적잖게 놀랐다. 그가 왜 이런 위험한 물건에 손을 대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처음엔 장사를 해볼 요량으로 넘어왔지만, 어디 뜻대로 되나? 중국으로 오면서 빌린 돈의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고 보면 돈 되는 물건을 찾게 되는데, 북한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갖고 나오면 목돈이 될 만한 품목 중 으뜸이 약이야.”

이번에 그가 가져온 것은 히로뽕으로 제조하는 중간단계의 약물로, 품질이 고급으로 나오면 중국 돈으로 5만위안(한화 600만원), 품질이 낮은 것으로 판정되면 3만위안(한화 360만원)을 받기로 돼 있다고 했다. 거래장소는 옌지. 구매자는 한국인이지만 중간에 조선족 브로커가 있단다. 브로커를 제치고 단독으로(직접) 거래하고 싶지만, 그건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했다. 이번 일이 워낙 위험한 일이라 친구에게 며칠에 한 번씩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했단다. 만일 갑자기 전화를 안 받고 연락이 두절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알려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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