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르포

‘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연 20억 버는 족집게 강사… 현직 변호사도 줄줄이 ‘과외교사’로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2/6
부익부 빈익빈

몇 년 전만 해도 6개에 달하던 신림동 고시촌 사시학원은 현재 2개만 남았다. 신림로를 사이에 둔 신림2동의 ‘베리타스’와 신림9동의 ‘한림법학원’이다. 신림9동의 또 다른 한국법학원은 올해 초 베리타스에 통합됐다. 대형 학원이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으면서 학원간 인기강사 스카우트 바람은 잠잠해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사 스카우트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당시 고시생이던 C씨는 “헌법·형법·민법 세 가지 기본과목은 보통 과목당 한두 달씩 강의를 듣는다. 수강생은 각 과목 인기강사에 따라 학원을 옮겨다니는데, 세 군데 학원만 남게 되자 서로 수강생을 뺏기지 않으려고 난리였다. 모 학원은 과목마다 개강날짜를 다른 학원과 어긋나게 만들어 수강생들이 다른 학원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했다. 수강기간이 맞지 않으니까 별수 없이 같은 학원에서 계속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인기강사들이 학원측에 반발하면서 타 학원으로 무더기로 빠져나갔다”고 했다.

인기강사는 수백, 수천명의 수강생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학원간 강사 스카우트 전쟁이 도를 넘어 소송으로 번질 때도 있다. 학원은 강사를 상대로 1년에서 5년까지 계약을 맺는데, 이때 드는 스카우트비는 강사의 인기도에 따라 몇백만원에서 1억원대에 이른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다른 학원으로 스카우트 되어 옮겨가면 소송이 벌어지는데, 위약금 등 소송에 따른 모든 비용은 강사를 영입한 학원측에서 부담하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강사 스카우트 전쟁이 가장 극심했던 것은 4년 전 사법연수생의 학원 강의가 금지되면서 법대 교수와 더불어 학원가에 포진했던 연수원생들이 빠져나간 직후였다. 이 시기 소수에 불과하던 학원 강의 전문강사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스카우트 전쟁이 본격화했다. 영세 학원들이 차례로 문을 닫게 된 것도 스카우트비를 감당하지 못한 때문이다. 2004년에는 로스쿨 도입이 결정되면서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미래가 불투명한 중소규모 학원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고시촌의 변화와 함께 사법연수생이 빠져나간 자리는 전문강사로 채워졌고 이들의 등장과 함께 현직 교수들의 강의도 퇴조했다. 전직 인기강사 S씨의 설명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유명 법대 교수가 학원에서 특강을 하면 수강생이 수천명씩 몰렸다. 그런데 전문강사 시대가 되면서 강의에만 온 힘을 쏟는 전문강사들이 시험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등 수험 적합성에서 앞서갔다. 사법시험은 법학자를 뽑는 게 아니라 법조인을 배출하는 것 아닌가. 요즘은 교수가 학문적 강의를 통해 법학자를 길러내는 시스템과 고시 강의를 통해 법조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완전히 분화됐다. 사법시험 내용도 법조 실무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해갔다.”

‘대강사’와 ‘소강사’

학원가에서 유명 대학교수나 외국 대학 법학박사 출신, 사시 통과 명함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던 시대는 갔다. 대신 얼마나 사법시험에 적합하게 가르치느냐, 예상문제를 족집게처럼 집어내느냐는, 오로지 실전 능력을 따진다. 과거에 잘나가던 교수의 강의가 수강생 20명을 못 채워 폐강된 사례도 있다. 인기강사의 경우 기본과목 강의에 400~500명이 몰리고 특강이 있으면 수천명씩 몰린다. 학원 수익을 올리는 데 강사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기본 강의료 외에 비공식적 보수를 따로 챙겨준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양대 학원에서 사법시험에만 대략 50명의 강사가 있다. 이중 인기강사는 15명 정도. 학원가에서는 보통 기본강의 수강생 100명을 기준으로 ‘대강사’와 ‘소강사’로 분류한다. 대강사는 연 수입이 1억원 이상이다. 반면 소강사는 수강생이 100명 이하로 대기업 직장인 수준의 연소득을 올린다. 소강사 중에는 “학원까지 택시비를 대기도 빠듯한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극소수지만 대강사 가운데는 연 2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대강사 중에서도 특A급에 속한다. A급 대강사는 연수익 3억~4억원으로 10명 안쪽이다.

사시 강사 보수체계는 철저한 능력제다. 인기도에 따라 강사와 학원이 수강료 수익을 보통 5대 5로 나눈다. ‘걸어다니는 기업’으로 불리는 특A급 강사는 6대 4로 강사의 수익 비율이 높다. 학원 근처 대형 서점 주인은 “강사 세계도 약육강식이다. 특A급 강사는 학원장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일반 강사의 경우 교재선택권이 학원에 있지만 특A급 강사는 교재선택권을 쥐고 있다. 학원 처지에선 강사가 수강생을 몰아주기 때문에 실적에 따른 보너스를 약속하며 붙잡아둘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강사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강료. 기본과목 강의는 과목당 10회 강의를 기준으로 수강료가 월 10만~18만원이다. 회당 수강생이 100명만 돼도 학원과 5대 5로 나눌 경우 500만~900만원의 수입이 강사에게 돌아간다. 연간 수십회에서 100회에 달하는 기본강의 수강생 400~500명의 수강료, 1000~3000명이 몰리는 수차례의 특강 수입까지 포함하면 수강료 수익은 수직 상승한다.

2/6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목록 닫기

‘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