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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유방(劉邦)’

‘삼국지’에 필적하는 드라마틱한 매력

  • 정하현 공주대 교수·중국고대사 hhjung@kongju.ac.kr

‘유방(劉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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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쉬운 점은 유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방과의 대비를 통해 유방을 객관화하는 과정이 빠졌다는 사실이다. ‘사기’에 묘사된 홍문의 연회가 윤색됐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람이 지적했으므로 새로울 것 없지만, 항우의 선택이 자신의 동료라고 확신할 수 없는 항우 군단 구성원을 고려한 나름의 냉정한 판단이었음을 놓친 대목은 아쉽다.

무엇보다 관중의 진 정권을 타도한 뒤 진 정벌에 참여한 반란군의 지도자들에게 봉건을 함으로써 과거의 분열 체제로 역사를 되돌렸다고 한 것은 항우에겐 억울한 이야기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이미 지적됐지만, 항우도 통일로 가는 과정이 대세라는 점을 체득했고, 그것을 위한 포석이 분봉(分封)의 이면에서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유방도 항우의 이러한 작업을 발판으로 해서 재통일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또한 유방의 천하에 대한 구상이 뛰어났던 것에 가려 전국시대부터 암암리에 전해내려온 초나라 중심의 통일에 대한 지향을 간과한 때문인지 항우의 능력을 전투력에만 국한시키는 한계를 답습하고 있다. 많은 이가 항우와 대조하면서 유방을 관찰하고 묘사해낼 땐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처세술에 대한 집착

최근 연구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내용이 결국 영웅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역사학자의 저술이라면, 그것도 지적받아야 할 이유다. 보고자 하는 만큼 보인다고 할까. 유방을 둘러싼 남녀 관계와 같이 간간이 대중적 호기심을 유도하는 장치가 들어 있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스스럼없이 문학적 표현이나 과장을 통해 역사상을 재구성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 만점인 책임은 분명하다. 한편으론 저자가 수차 인용하고 있고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듯한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에게서도 보이는 경향이지만 인간 군상의 처세술에 대한 관심과 집착, 이것이 일본의 인문학 저변에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구체적으로 주문하자면 반진(反秦)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알리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이 책에서는 지역 감정이 결정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관중에 진입한 이후 유방의 행동이 마치 변절처럼 비치기도 한다. 죽간, 목간 같은 최근 출토 자료의 가치를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들을 이용해 사회상을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유방 등장의 의미를 천착하지 않은 것은, 역사 전공자로서는 보물을 눈앞에 놓고도 놓쳐버린 셈이라고나 할까.



역자는 고대사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사 전공자로서 짧지 않은 분량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의미 전달이 애매한 부분이 서너 군데밖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게 공들인 번역이 눈길을 끈다. 고대사에서 늘상 부딪치는 까다로운 한자음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음도 엿보인다. 다만 褒斜道의 발음은 포사도가 아니라 포야도임을 지적해둔다.

신동아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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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현 공주대 교수·중국고대사 hhjung@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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