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호

최장수 제약사 ‘부채표’ 동화약품의 대약진

잇따라 터진 신기술 대박, 한국 1호 ‘신약 블록버스터’ 신호탄?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 이윤진 건강전문 프리랜서 nestra@naver.com

    입력2007-08-08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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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표 활명수’와 ‘후시딘’으로 잘 알려진 동화약품이 최근 신약 물질 해외 특허 취득과 기술 수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 제약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무려 5000억원에 기술 수출된 골다공증 치료 신물질 ‘DW1350’, 간암에 이어 다른 암에서도 치료효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밀리칸주, 525억원에 기술 수출된 퀴놀린계 항균제 ‘DW224a’…. 국내 증시 상장 1호이자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그 명성을 전세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최장수 제약사 ‘부채표’ 동화약품의 대약진

    동화제약의 치료신물질 ‘DW 1350’ (위)과 DW224a의 기술 수출 계약 조인식.

    영화에만 ‘블록버스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약업계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 제작비 규모를 기준으로 블록버스터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영화와는 달리, 제약업계에선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신약’을 블록버스터라 일컫는다. 영화는 투자비를 기준으로 블록버스터를 선정하지만 제약은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는 면에서 그 기준이 더 엄격하고 명확하다.

    세계 제약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보유 여부는 초일류 제약사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국내 상위 7개 제약업체의 연 매출 평균이 3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현실에서 단일 약품으로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낸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 국내 증시 상장 1호이자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공업(주)이 개발한 신약 물질이 예정대로 제품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 약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 이는 곧 초일류 제약회사의 출현을 의미하며 전통의 ‘부채표’가 전세계의 상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블록버스터 예비후보 1순위의 주인공은 지난 5월 호주에서 특허를 취득한 골다공증 치료제 ‘DW1350’이다. 동화약품은 DW1350 및 그 후속물질에 대해 P·GP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금을 포함한 기술 수출료가 5억1100만달러(약 4701억원)로, 110년 한국 제약 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 건으로 꼽히고 있다.

    P·GP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잘 알려진 P·G(Procter · Gamble Company)의 제약산업 분야를 전담하는 회사로, 현재 연간 매출액이 20억달러에 달하는 골다공증 치료제 ‘악토넬(Actonel)’을 판매하고 있다. 매출 규모만 150억달러에 달하는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은 그 막대한 시장 규모 때문에 세계 초일류 제약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집중 공략하는 핵심 경쟁 분야다. 인간 수명의 지속적인 증가로 해마다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DW1350이 이루어낼 매출 규모는 악토넬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다공증 치료 신기원

    DW1350에 대해 이처럼 파격적 평가가 쏟아지는 까닭은 기존의 골다공증 치료제와 완전하게 차별화를 꾀한 동화약품의 신기술 때문이다.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은 이미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여러 제품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동화약품의 DW1350은 뼈 조직을 파괴하는 세포 활동을 억제하는 동시에 뼈 조직을 만드는 세포 활동도 촉진하는 ‘이중 기전’을 가지고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동화약품 중앙연구소장 유제만 박사는 “지금껏 나온 치료제의 대부분은 뼈 조직 파괴 억제, 뼈 조직 생성 촉진 둘 중 어느 하나에만 약 효능이 집중된다. 양쪽 기능을 모두 가진 약물은 음식물과 합쳐지면 약 효과가 사라지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DW1350은 이런 단점을 모두 극복하고 두 가지 효능을 동시에 가진 치료제란 점에서 출시만 되면 시장 지배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뼈 조직은 정지된 조직 같지만 파골세포에 의해 노후된 세포가 제거되면서 그 빈 자리를 다시 조골세포가 채우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조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폐경기같이 신체 균형에 문제가 생기는 시기가 되면 파골세포에 의한 골 흡수는 활성화하는 반면 조골세포에 의한 신규 골조직의 생성이 억제되면서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현재 골다공증 치료제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약물은 연 32억달러 어치가 팔리는 머크(Merck)사의 ‘포사맥스(Fosamax)’. 이 제품은 뼈 조직을 파괴, 흡수하는 파골세포의 골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조골세포의 골 형성을 촉진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골다공증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골 형성을 촉진하는 약품들이 개발되기도 했다. 연 매출 6억달러 규모의 ‘포르테오(Forteo)’가 그 대표적 약품인데, 파골세포의 골 흡수는 막지 못하고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를 자극하는 기전만 가지고 있다. 결국 두 치료제 모두 골다공증 치료에 관해서는 ‘반쪽 약효’를 가졌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동화약품이 DW1350 개발에 주력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골 흡수 방지와 골 형성 촉진효과를 동시에 갖는 신약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DW1350 외에도 이 두 가지 효능을 모두 갖춘 치료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치료제는 천연 광물(스트론튬 라넬레이트)인 까닭에 음식물과 상호작용할 경우 약효가 떨어지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결국 이 광물 약품은 상용화에 실패했다.

    최장수 제약사 ‘부채표’ 동화약품의 대약진

    동화약품이 개발한 간암 치료제 밀리칸주. 최근 다양한 질병에 대한 효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위) 경기도 안양의 동화약품 안양공장과 중앙연구소. 동화약품 중앙연구소는 신물질 개발의 메카가 되고 있다.(아래)

    이런 현실에서 DW1350이 진행 중인 임상실험을 순조롭게 마무리할 경우, 합성신약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두 가지 기전을 모두 갖춘 골다공증 치료제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약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7월 2만원대에 불과하던 동화약품의 주가는 P·GP와의 계약이 체결된 지난 7월2일 장중 최고가인 1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DW1350의 잠재적 가치가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연구원은 “P·GP가 5000억원이라는 금액을 주고 계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DW1350의 시장성은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다. 동화약품의 골다공증 치료제는 지금까지 밝혀진 효과 면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만큼 증시에서도 주가 상승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DW1350의 임상 결과에 따른 추가 상승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미래를 낙관했다.

    물론 아직은 완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임상시험 단계임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 황 연구원도 “출시까지 최소 5~6년이 소요되므로 이 기간에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일단 상품화에 성공하면 주가의 추가 상승도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들

    동화약품의 주가를 끌고 가는 힘은 DW1350 하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물론 7월의 최고가 갱신이라는 기록을 무시할 순 없지만, 지난 3~4년 동안 연 이어 발표된 신약 개발 소식과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기술 계약 소식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성장곡선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2월과 5월에 발표한 분석보고서를 통해 “동화약품이 신약 파이프라인 측면에서 업계 최상위권의 매력도를 갖고 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블록버스터 약품을 향한 동화약품의 라인업은 동화약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간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밀리칸주’가 이어받고 있다. 이미 2001년 7월 시판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지에서 특허등록된 제품이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166홀뮴과 키토산의 착화합물을 이용해 만든 밀리칸주는 초음파 영상으로 종양을 관찰하면서 직접 주삿바늘로 찔러 넣게 되어 있어 다른 제품보다 치료효과가 정확하고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임상실험 결과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의 정상 조직을 파괴하고 여러 차례 시행해야 하는 기존의 방사성 치료법과 달리 단 1회 치료로 3cm 이하의 간암 종양만을 괴사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간암 치료에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원래 항암제 시장은 워낙 그 분야가 세분돼 있기에 간암에만 효과가 특정된 밀리칸주는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출시 이후 계속된 임상실험 결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물론 피부암과 전립선암, 진행성 간암의 치료제로도 높은 효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향후 매출이 급상승할 전망이다. 이들 질병 치료제의 시장규모가 연간 수조원대에 달하고 해마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예정대로 나머지 효능에 대한 제품 특허가 인정된다면 밀리칸주도 동화약품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이자 블록버스터 약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제만 박사는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임상실험이 끝났고 다른 부분은 현재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약품 제조에 원자로를 이용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오면 이런 부분은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뤄진 퀴놀린계 항균제 기술 수출도 동화약품의 탄탄한 연구개발(R·D)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퀴놀린계 항균제는 이미 시중에 여러 제품이 나와 있지만 동화약품이 개발한 ‘DW224a’는 폐렴균 같은 내성균에 대한 효과가 특히 높고 현존하는 항균제 가운데 호흡기 감염균에 대한 약효가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12일 미국 바이오 회사인 퍼시픽비치 바이오사이언시스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품화와 향후 시장 전망도 장밋빛을 띠고 있다. 퍼시픽비치 바이오사이언시스는 30여 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파라마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자회사로 동화약품은 이 계약을 통해 기술 수출료 5650만달러(한화 약 525억원)와 향후 매출실적에 따른 로열티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막대한 로열티 수입

    한편 동화약품은 국내에서 개발된 신물질 기술을 사들여 고지혈증 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동화약품 홍보실 권형섭씨는 “지난해 9월18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고지혈증 치료물질에 대한 기술이전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질은 생명연 김영국 박사팀이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 자생 식물에서 추출한 것으로 동물실험 결과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고밀도 콜레스테롤 농도는 증가하는 등 고지혈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현재 고지혈증 시장은 국내만 1600억원에 달하며, 세계 처방약 시장에서 매출 1위부터 5위 약품이 모두 고지혈증 치료제일 만큼 ‘황금어장’이다.

    그간 국내 제약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제네릭 제품 위주의 영업을 펼쳐왔다. 제네릭 제품은 약품의 특허가 완료된 후 유사한 성분과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복제 제품을 의미한다.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문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로 인해 지적재산권의 강화와 외국산 제약에 대한 관세 철폐 등이 이뤄진 후에도 제네릭 제품만으로 시장을 꾸려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FTA 체결 이후 10년간 연평균 904억~1688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만큼 국내 제약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최종 신약 제품의 개발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이 모든 비용을 국내 제약회사가 단독으로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게 현실이다. R·D부터 최종 임상이 완료된 신약 승인 단계, 그리고 제품화 이후에 전세계를 대상으로 펼쳐질 마케팅 비용까지 합산한다면 독자적인 제품화를 고집하기보다는 임상 진행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와 제휴하거나 기술이전을 통해 손을 잡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동화약품이 골다공증 치료제와 신(新) 퀴놀린계 항균제의 자체적인 완제품 생산을 고집하는 대신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술 수출료와 제품판매 후 생기는 로열티 수입만으로도 이미 국내 제약업체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만큼 무리하게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기술 수출이 대세

    여기에 최근의 세계 제약산업 판도 변화도 국내 제약업체의 신약기술 수출 성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와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경우 각각 5개, 8개, 8개의 핵심 의약품이 향후 5년 안에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제품이 회사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이 무려 60~80%에 이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루빨리 후속주자를 내세워야 하는 실정. 하지만 신약 연구개발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비용 대비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는 현실에서 이들 다국적 제약사는 쉽게 신약 개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결국 거대 제약회사들은 안정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연구개발 제약사들과 제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P·GP가 동화약품에 손을 내밀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동화약품의 신물질 DW1350은 약효도 우수하지만, P·GP가 고가의 비용을 지급하고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데는 당장 눈앞에 닥친 골다공증 치료제 악토넬의 특허 만료도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특허 만료 기간 전에 그만한 신약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P·GP로 하여금 동화약품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수용하도록 했다.

    국내 개발 신약 1호인 SK제약의 ‘선플라주’를 비롯, 대웅제약 ‘대웅이지에프 외용액’, 중외제약 ‘큐록신’, 동아제약 ‘스티렌’ 등 다양한 신약이 선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국내 제약회사 주도의 신약 개발은 수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국내에서도 예상만큼 매출이 뒤따르지 않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동화약품의 행보는 앞으로 우리 제약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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