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호

‘베개는 침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 박승규 현대유비스병원 원장 www.uvishospital.co.kr (032-890-5600)

    입력2007-08-07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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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개는 침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예부터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 하여 높은 베개를 베고 자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의학적으로도 근거 있는 이야기다. 베개가 높으면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데다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 중 제일 무거운 부위는 머리다. 머리를 지탱하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 목과 경추는 C자형으로(옆에서 봤을 때) 굽어 있다. 베개의 기능은 심장보다 머리를 조금 높게 하고 목의 커브(C자형)를 무리 없이 지지하면서, 바닥과 목 사이의 틈새를 메워줘 편안하게 머리를 받쳐주는 것이다.

    베개가 높으면 이 C자형 곡선이 이뤄지지 않아 턱이 아래로 땅겨져 기도가 막힌 상태가 된다. 그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에 코골이의 원인이 되고 경추나 주위 근육에 부담을 줘 손이 저리거나 목 통증, 어깨 결림을 불러온다. 심한 경우 목 디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낮은 베개나 베개를 베지 않는 것 또한 건강에 해롭다. 누웠을 때 머리가 심장 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하면 누구나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태로 잠을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없고 얼굴이 붓고 두통이나 목 결림이 오기도 한다. 이 경우 높은 베개와는 반대로 턱이 올라가는데, 이 또한 기도를 좁게 만들어 편안한 호흡을 방해한다. 경추에 주는 부담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베개는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머리 모양과 크기, 무게, 머리와 목의 곡선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좋은 베개의 조건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베개의 높이는 베고 누웠을 때 바닥에서 6~7cm 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침구도 고려하면서 선택하는 것이 좋고 직접 누워보고 시험해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요즘 많이 쓰는 일명 ‘메모리폼’ 베개는 높이를 조절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 피부와 밀착되기 때문에 더운 여름철에 사용하면 머리에 땀이 나기도 한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뜨겁게, 즉 두한족열(頭寒足熱) 건강법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이럴 때는 메밀베개가 이상적이다. 메밀로 속을 채운 베개는 사용자의 머리 모양에 맞춰 형태가 바뀌고 메밀의 차고 시원한 성질 때문에 여름에 좋다.
    ‘베개는 침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그러나 습도 높은 여름철에 환기를 제대로 시키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기 쉽고 천식환자에게는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떤 베개를 사용하든 주의할 점은 지속적인 관리다. 베개와 이부자리는 집먼지 진드기가 번식하는 최상의 장소인 만큼 자주 햇볕에 말리고 먼지를 털며, 베갯잇은 자주 세탁하도록 한다. 숙면은 건강한 생활을 위한 첫걸음이고, 자신에게 꼭 맞는 베개는 숙면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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