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미래는 노사모, 참평포럼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나아가 대선 이후에도 ‘노무현이즘’을 구현하는 정치결사체를 만들겠다는‘선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을 ‘정신적 좌장’으로 삼아 급속히 확장하는 친노세력은 어떤 성격의 그룹이며 이들은 몰락할 것인가, 부흥할 것인가.
2007년 6월2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 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6월 월례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강의 중 호응을 보내고 있다.
참평포럼은 300여 명의 중앙 및 지역운영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전국운영위원회를 연 데 이어 서울 및 경기 참평포럼 창립대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 2000여 명의 참평포럼 회원이 나온 것이다. 전국운영위원회에선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대표가 개회사를 했다.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은 정세(情勢)보고를 했다. 이어 토론을 거쳐 범(汎)여권 대통합과 대통령선거 국면에서의 각오를 밝히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참평포럼이 이번 대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참평포럼은 서울·경기 지역 조직을 완료함으로써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울산을 제외한 15개 시·도에 지역포럼을 만들었다. 정당의 시·도당을 연상시키는 준(準)정당 조직을 정비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참평포럼은 ‘참여정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당한 평가’를 위해 설립됐다고 밝히고 있다. 포럼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안희정 위원장 등은 “우리가 벌이고자 하는 일은 ‘친노세력’의 결집도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 지키기 투쟁’도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세력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원내외 노무현계’ 형성 중
그러나 참평포럼 사람들은 간간이 ‘노무현 정치의 계승’을 주창해왔고, 이날 긴급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 범여권 대통합과 대선후보 문제에 대한 태도를 공식화함으로써 단순히 ‘지난 정책’을 평가하는 모임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결사체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참평포럼의 정치세력화는 4월27일 출범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최근에 와서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친노 그룹이 12월 대선과 내년 4월 18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옛 동교동계에 준하는 하나의 ‘계파’를 형성하기 위해 참평포럼을 그 전위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범여권 대통합 논의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즉 열린우리당 사수를 고집하는 국회 내 이른바 ‘친노 직계’들과 국회 밖 참평포럼 참여자들이 ‘원내외의 노무현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친노 국회의원 및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장관 등 공직에 발탁된 바 있는 원외 정치인, 옛 노사모 출신 등 자발적 지지그룹이 친노세력의 주축인 셈.
이전부터도 친노 진영은 정치세력화 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유지해왔다. 참평포럼 결성에 이어 열린우리당내 대표적인 친노 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가 발전적 해체를 선언했고, 안희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형태로든 노무현 정치의 흐름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념과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했는데 연말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치’는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혹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 실질적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8~10월 범여권에서 유력 대선 후보 간 각축이 본격화하고, 늦어도 11월 여권 후보의 윤곽이 뚜렷해지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지위와 헤게모니는 급속히 소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5년 단임제의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이러한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으며, 더욱이 노 대통령은 지지율조차 낮지 않냐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치’의 ‘제도권 내 기반’이라 할 열린우리당은 대선 국면에서 공중분해 일보직전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한 여권 인사는 “‘노무현 정치’라는 것의 본질이 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이 ‘노무현 정치’라는 말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과연 제대로 되겠는가”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盧·DJ는 범여권 양대 대주주”
따라서 노 대통령과 그 측근이 직간접적으로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친노 그룹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현직 대통령이 갖는 유무형의 프리미엄 덕에 일정기간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미약한 국민적 동의와 지지라는 한계에 직면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대선에선 한나라당 후보뿐 아니라 범여권 후보도 인기가 낮은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친노세력이 대선에 끼치는 영향력은 제한적, 종속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 ‘20%대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범여권 내 정치인 중 노 대통령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인사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혹은 대선 이후의 범여권 지형에서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양대 대주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범여권 통합 논의에서 일정 역할을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친노 진영은 대선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퇴임한 뒤 총선에 출마하는 등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자신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마을로 돌아가더라도 그의 성격상 정치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60대 초반으로 한창 활동할 수 있는 나이다. 노 대통령을 도와 참여정부를 꾸린 386 측근들도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정치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드가 맞는 그들끼리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려 할 것이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은 그 발판을 18대 총선에서 마련하려 할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인사도 “지금 노 대통령이 앞장서서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 ‘레임덕은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는 것도 노무현 세력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친노 그룹 및 통합민주당의 박상천 대표 그룹은 이미 대통령선거는 어려워졌으니 총선에서라도 살아남자는 생각이 가득하다. 겉으로는 대선을 얘기하지만 실제론 이미 한나라당에 권력을 넘겨줘도 좋다고 생각하는 세력”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친노의 미래? 극히 어둡다”
물론 노 대통령측은 “친노세력을 묶어서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윤승용 홍보수석은 최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친노세력’을 묶어서 앞으로도 정치할 거라는 억측 때문에 친노-반노 싸움의 보도가 있다. 대통령의 진심과 호소를 정략적 틀로 재단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범여권에서 친노 그룹은 이미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간주된다. 청와대와는 달리 정치권에 있는 친노 인사들도 그런 현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평론가인 황태순씨는 “친노세력의 미래는 극히 어둡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친노세력은 지역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이 좁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커다란 영향권 안에서 후보를 뽑아 대선을 치를 것이다. 이 경우 대통합을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며 대립각을 세워온 노 대통령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념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리 사회의 진보 진영은 노 대통령의 정책노선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미FTA 체결이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그와 같은 흐름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고 볼 때 친노세력은 ‘비빌 언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참여정부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데 있어 이른바 ‘386’으로 상징되는 친노 운동권 세력들의 성급함, 미숙함, 독선적 태도에서 원죄를 찾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돼 있어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여권 인사는 “노무현계의 끈끈한 결속력을 감안할 때 세력의 크기는 작더라도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독특한 정치집단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지역주의 타파를 외쳐온 만큼 지역적 기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긍정론자들의 생각이다. 참여정부의 성과와 노선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FTA 역시 친노세력이 사안별로 신축성을 보이는 ‘유연한 진보’ ‘열린 진보’를 지향해왔기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특히 친노 인사들은 “참여정부 5년의 성과를 면밀히 따져보면 지속적 정책으로 이어가야 할 성공적 과제 수행도 적지 않다. 따라서 참여정부 정책을 승계하고 완수해야 할 정치세력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FTA 추진을 통한 선진 통상국가 건설, ‘비전 2030’을 통한 사회적 투자 확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을 당면 과제로 꼽는다.
DJ ‘훈수정치’의 속내
그러나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친노세력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난립한 가운데 친노세력에서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인물이 속출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과 정책 승계를 위한 모종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관측도 많지만, 다듬어진 밑그림이 아직 없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실제로 친노 진영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7월13일 노 대통령이 잠재적 대선주자인 유시민 의원의 출마 선언을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이틀 전 유 의원이 김종률·서갑원·윤호중·이광철·이화영 의원 등 열린우리당의 친노 의원들과 저녁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내게 ‘이해찬 전 총리가 대선에 나간다고 하더라’며 출마를 완곡히 만류하더라”고 말했다는 한 참석자의 전언이 보도된 것.
그러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즉각 “오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범여권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돼야 하며, 범여권의 대선후보도 자신의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친노 인사가 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범여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열린우리당을 떠난 정동영 전 의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가 하면 노 대통령의 ‘손학규 때리기’가 노무현-손학규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오히려 손학규의 상품성을 높여주는 고도의 대선 시나리오라는 해석도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운데)와 열린우리당 친노 그룹 의원들이 2007년 5월22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한 뒤 나오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한 당직자도 “범여권이 무조건 하나로 뭉쳐 단일 후보를 선출해서 한나라당 후보와 1대 1 대결로 가야 한다는 DJ의 조언을 따르지 않으면 친노세력은 독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J는 지금 정치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양당 구도를 정립해놓겠다는 생각으로 ‘훈수정치’를 하고 있다. 그래야 범여권이 대선에서 승산이 있고, 설령 정권 재창출에 실패해도 야당 노릇이나마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만일 친노 진영이 그런 구상을 외면하고 독자 노선을 고집하면 범여권은 친노세력을 버리고 갈 수밖에 없으며, 그 경우 대선이 끝난 뒤 결과에 상관없이 친노 진영의 입지는 없어진다.”
“굴욕적 통합 못 받는다”
그러나 친노 진영이 이런 견해에 선뜻 동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친노 진영의 핵심 인사들은 ‘당 대 당’ 통합이 이뤄질 경우에만 대통합 신당에 합류한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 협상에서 제기되는 방식대로 열린우리당을 먼저 해체할 경우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되는 만큼 향후의 정치적 입지도 사라진다는 시각이다.
7월9일 참평포럼의 경남 김해 청소년수련원 워크숍에서도 대통합신당 합류 여부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런 시각이 거듭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이병완 대표는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세력, 탄핵세력, 지역주의세력 등의 낡은 정치세력과는 함께하기 힘들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부활하는 것은 정치적 퇴행이며 이런 세력이 득세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최인호 청년위원장도 “굴욕적 상황을 강요하는 정계개편이나 통합은 못 받아들이며, 이렇게 이뤄지는 대통합은 탄핵세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면서 ‘선(先)해체론’을 거론하는 당 지도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친노 진영 내부에서도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선 대통합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진 않지만, 현재로선 강경파의 목소리에 눌려 있다. 결국 현시점에선 친노 진영이 대통합 물줄기에 쉽게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을 제외한 범여권 대부분도 ‘열린우리당 사수파’를 빼고 가자는 분위기다. 이 경우 친노 진영은 범여권 통합을 스스로 주도하거나 독자 생존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이미 범여권 대선구도를 짜는 주도권은 DJ와 통합민주당, 손학규 전 지사,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에게 뺏겨버린 실정이다. 범여권 관계자는 “지금 범여권 대선구도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DJ”라며 “노 대통령은 설 땅을 잃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 국면에서 친노 진영의 구심적 역할을 할 인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여권 대선주자 중 손학규 전 지사는 물론이거니와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도 386들이 포진한 친노 그룹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이해찬 전 총리 정도가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자신의 보좌관 출신으로 정치적 사제지간이나 다름없는 유시민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대립을 피할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
더구나 이 전 총리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점을 들어 “나는 ‘노무현파’이면서 ‘김대중파’”라고 공언하는 등 DJ쪽에도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노 대통령과 DJ를 모두 만족시키는 후보라는 평도 있지만, DJ와의 연합에 반대 목소리가 큰 친노 그룹을 하나로 결속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노세력화 첫 시험대
이해찬 전 총리를 지원하는 의정연구센터(의정연) 출신 의원들은 “노심(盧心)이 이 전 총리에게 가 있다”고 주장하며 유 전 장관의 도전을 차단하려 한다. 반면 유 전 장관이 소속된 참정련 출신들은 ‘노심=이해찬’을 결코 수긍하지 않는다. 이렇듯 친노 진영은 노무현 정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 동감하면서도 누가 그 역할을 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동상이몽이다.
친노 그룹이 정치세력으로 안착하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들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 첫 번째 가시적 움직임으로 친노 진영의 독자적 대선후보 경선이 예측되고 있다. 범여권의 다른 정파와 쉽게 합치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열린우리당 사수파들이 따로 대선후보를 뽑아 대선 정국에서 승부를 걸어본 뒤 정치세력으로 잔존하는 수순이다. 이 경우 범여권은 한동안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여러 세력으로 갈라져 각자 독자적 후보를 낸 뒤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이루거나 연합후보를 낼 수 있다. 친노 후보와 통합파 후보가 결국 단일화를 이루지 않고 대선에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퇴임 후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활동을 보일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해왔다. 여기에는 사회활동과 함께 개헌이나 지역주의 극복 등과 관련한 정치적 활동도 포함되는 것처럼 들렸다. 이처럼 대외지향적인 노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친노 진영은 대선 이후에도 ‘노무현 당’을 만들든 또 다른 형태의 정치결사체를 결성하든 정치의 한가운데에 서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물론 당장의 범여권 통합 소용돌이 속에서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아 대선 본선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드러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