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장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만성 사구체신염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사구체신염의 치료 실적이 향상된 반면, 당뇨병에 의한 만성 신부전이 가장 많다. 문제는 대부분의 신장 질환이 신장이 거의 망가진 후에 발견되어 그 원인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부전 환자의 원인 질병 중 고혈압은 당뇨병에 이어 두 번째로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05년의 경우 신장 질환의 원인이 ‘당뇨병성 신증(38.5%)’ ‘고혈압성 사구체 경화증(16.9%)’ ‘만성 사구체신염(14.5%)’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노령인구의 증가,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고혈압과 관련된 신장 질환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장 질환이 진행되면 신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투석이나 이식이라는 ‘신(腎) 대체 요법’을 쓰는 지경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신장 질환자의 신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됐는데, 특히 최근에는 혈압 조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서 목표로 하는 혈압은 140/90㎜Hg 정도지만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이보다 낮은 130/80㎜Hg 이하로 낮춰 철저한 혈압 조절을 권유한다.
목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과체중 감량, 충분한 운동, 염분 섭취 제한, 금주,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신장 질환과 관련된 고혈압 약물로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가 주로 사용된다.
고혈압은 신장 또는 신장 질환과 따로 떼어낼 수 없다. 신장 질환은 대부분 증상 없이 말기로 진행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한번 나빠진 신장은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신장 질환의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소변검사 및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와 혈압 측정을 해야 한다. 신장은 심장이나 폐와 같이 중요한 장기로 인식돼야 하며,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