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잠 못 이뤄 뒤척였는지요, 그대를 꽁꽁 묶어 고문한 가해자는 남을 의식하는 그대의 미망일 것입니다. 아직도 무게로 남은 삶의 등짐. 그 등짐 속에 자기는 없고 하느님만, 타인만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아야지요. 자기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면 하느님사랑, 이웃사랑은 겉껍질 사랑일 뿐이니까요.” ‘노동의 기쁨을 안고 일터에서 돌아와 가족이 등불 아래 모이는 저녁 식탁, 반딧불 반짝일 때 마을 아이들이 달빛 아래 술래잡기를 하는 정겨운 풍경…’을 꿈꾸며 정년 10년을 남겨두고 잡지사 기자생활을 그만둔 저자의 글은 상투적이라 못마땅한 표현이긴 하나 ‘웰빙’의 경지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남들은 그의 꿈이 ‘백 년 전 이야기’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그는 글을 통해 결국 꿈을 이루었다고 속삭인다. 글나래/272쪽/1만2000원
F-15K 슬램 이글 안승범·양욱 지음
제1차 F-X사업을 통해 2008년까지 40대가 도입되는 F-15K 슬램이글(Slam Eagle·‘전승의 독수리’라는 뜻의 F-15K 별칭)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은 책.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많았던 탓에 ‘간신히’ 선정된 ‘후진’ 전투기로 인식되는 F-15K에 대한 부정확한 인상 비평 대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한다. 국내 공군기지뿐 아니라 알래스카 미 공군기지까지 오가며 자료를 수집한 저자들은, F-15K의 초도비행, 출고, 배치, 운용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전력화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F-15K의 각종 시스템 제원 및 특징과 하푼 블록Ⅱ 공대함 미사일, SLAM-ER 공대지 순항미사일, GPS 유도폭탄 JDAM, GBU-28 레이저 유도폭탄 등 최신 무장을 소개한다. 말 많던 F-X 사업자 선정과정 뒷얘기도 담았다. 플래닛미디어/304쪽/1만9800원
여자대통령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 정미경 지음
현직 검사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여성 인사들을 실명으로 비판해 화제에 오른 책. 저자가 당초 의도했던 바는, 최초의 여성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여성 최초’는 좋든 싫든 그 ‘최초’의 의미를 의식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여성다운 여성’이 조직 내 남성들의 배려 덕분에 ‘얼굴 마담’이 됐지만, 앞으로는 어떤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자질만이 중요할 뿐, 여성 혹은 남성의 특성이나 자질은 중요치 않으리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검찰에서 많은 엘리트 남성을 알게 되고, 여성가족부 장관 법률자문관으로 일하면서 지도층 여성 여럿을 만난 저자는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멋진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랜덤하우스/248쪽/1만1000원
나는 통일 정치쇼의 들러리였다 권오흥 지음
북한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베이징에서 이호남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를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사실이 올해 4월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안희정-이호남 비선(秘線) 접촉을 성사시킨 당사자 권오흥씨의 폭로를 통해서. 당시 권오흥씨가 집필 중이던 비망록이 이번에 책으로 나왔다.
정부가 비선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러한 사실을 세상에 알린 ‘권오흥’이란 사람에 대한 의문도 컸다. 일반인에게 그는 낯설기만 하다. 남북관계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정부 관계자, 학자그룹, 그리고 민간인 신분으로 경협 등 대북 관련 일을 해온 사람들,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뉘는데, 권오흥씨는 이중 세 번째 부류에 속한다. 그는 1989년 KOTRA에서 미수교국 업무를 전담하는 특수사업부에 몸담았을 때부터 북한 관련 일을 시작, 근 20년 동안 북한과 중국에 독자적인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동했다. 현재는 영국계 기업 KIC London의 기술고문직을 맡고 있다.
현 정권 들어 교착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 비선라인을 열었지만 결국 정치 게임 때문에 밀려난 그는 비망록을 통해 2006년 9월 이후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공개했다. 지난 10여 년간 남북간에 이뤄진 모든 공개-비공개 거래와 협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도 담겨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 등 남측 인사들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소개했다. 권씨는 “남북한은 경제협력을 통해 정치 문제를 풀어야 하고, 남북한 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사/464쪽/1만8000원
일본열광 김정운 지음
‘왜 일본 만화에 나오는 여자는 항상 하얀 ‘빤쓰’를 살짝 보여 주는가?’ ‘도대체 왜 일본음식은 항상 2% 부족할까?’ 일본에서 9개월을 보낸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일본 문화의 코드를 채워질 듯 채워지지 않아 안달하게 만드는 ‘결핍’으로 읽는다. ‘비합리적 권위에 저항하는 합리적 주체를 생략’한 일본 근대사의 결핍을, 제멋대로의 서양을 만들어냄으로써 채우려 한다는 것. 일본에 서구보다 더 서구적인 건축물이 있고, 이탈리아 본토 음식보다 훨씬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까닭이다. 서양이 원하는 ‘동양적인 어떤 것’을 채워주는 데도 능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일본 문화의 동력은 다름 아닌 ‘결핍의 체계적 재생산’인 것이다. 프로네시스/328쪽/1만3000원
형제(전3권) 위화 지음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3세대 작가의 대표주자 위화의 최근작. 배다른 형제 송강과 이광두의 삶을 통해 문화대혁명 시대의 중국과 그 후의 현대중국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소설은 열네 살 이광두가 공중변소에서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다 덜미를 잡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며 한숨짓는 어머니 이란. 이광두의 친부가 비슷한 짓을 하다가 똥통에 빠져 죽은 터다. 어머니가 이웃의 상처한 송범평과 재혼하면서 송강과 이광두는 형제가 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이 닥치면서 지주 출신 송범평은 집단 린치를 당해 목숨을 잃고, 이란마저 세상을 떠난다. 개혁개방의 시대, 이광두는 일본의 폐품 양복을 대량 수입해 팔아 떼부자가 되고, ‘빨간색 하이힐’을 닮은 임홍에게 연정을 품지만, 임홍은 아버지의 순결한 영혼을 그대로 물려받은 송강과 결혼한다.
작가는 “1권이 아름답고 이상적인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비극이라면, 2, 3권은 광환(狂歡), 즉 미친 환락에 빠진 사회를 그린 희극”이라고 말한다. 극단적 비극과 희극의 조합이 소설의 구성원리다. 작가는 문화대혁명 중 대중이 휘두른 폭력을 참혹하게 묘사하는 만큼, 현대 중국의 물신 숭배 풍조도 섬뜩하게 드러낸다. 각종 미인대회의 범람, 처녀막 재생 수술의 유행, 인생의 목표가 오직 ‘부자’라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중국의 세태를 과연 우리가 손가락질할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휴머니스트/각 340쪽 내외/각 9800원
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불시에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생으로 다시금 초대받은 열두 사람의 감동적인 생존 기록을 담은 논픽션이다. 공무원, 고속버스 운전기사, 신인 프로복서, 실습 항해사, 보험 세일즈맨, 건설기사, 등반가 등 평범하기 그지없던 이들은 생의 극한에 맞닿았을 때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음’을 예리하게 느꼈다. 절박한 순간, 그들이 하나같이 읊조리는 ‘일 분 후에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다면’이란 간절한 소망은 우리의 무뎌진 생에 대한 감각을 자극한다. 지난해 첫 장편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민음사 주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저자는 13년에 걸친 일간지 기자 경력을 살려 집요하게 취재했다. 작가 최인호는 “찬연하고 감동적인 기록”이라고 평했다. 랜덤하우스/276쪽/9800원
고전의 향연 이진경·이정우·심경호·배병삼 외 지음
플라톤에서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인류 지성사를 빛낸 80여 명과 92개 고전 목록을 ‘글맛’이 남다른 인문학자 19명이 친절하게 안내한다. 오래된 지혜-서양사상, 동아시아의 지형도-동양사상, 우리가 걸어온 길-한국의 사상과 문화, 절망과 희망의 파노라마-정치·역사, 천 개의 마음-문학, 낙원을 여는 문-과학의 6개 분야로 나눠 설명한다. 필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고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려고 했다. 각 책의 핵심 문구가 담긴 ‘책 속으로’와 ‘서평자 추천 도서’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추려 기억하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치외교학, 철학, 사학, 과학기술사, 영문학 등 다방면 전공자가 참여했다. 한겨레출판/616쪽/2만5000원
속속들이 이해하는 서양 생활사 김복래 지음
고대 그리스에서 음식 시중을 드는 하녀나 고급 창녀, 여성 악사를 제외한 여성들은 연회가 열리는 동안 모두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플라톤은 지배층 남녀가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혼인축제를 열고 제비뽑기를 하라고 제안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결혼연령을 국가에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화롭고 기름진 식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모자라 먹기 경연대회를 열고, 새의 깃털로 목구멍을 간질여 먹은 것을 토해내기도 했던 로마인, 사형을 볼거리로 즐긴 중세인, 비로소 독립된 침실 생활이 가능해진 르네상스시대의 귀족…. 안동대 교수인 저자는 정치적 사건이나 이데올로기 못지않게 그 영향을 받아 변화한 개인의 삶과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티쿠스/352쪽/1만2000원
소설 체 게바라 유현숙 지음
사망 40주기를 맞는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1928~67)의 삶을 소설로 그린 작품.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띠뱃놀이’가 당선됐으며, 신문·잡지 기자와 르포라이터로 활동한 작가가 8년간의 자료 조사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체 게바라 신드롬’이 본격화하기 전인 1997년에 초판을 발행했으며, 2004년 개정판을 펴낸 데 이어 올해 다시 양장본으로 발행했다. 체 게바라의 어린 시절, 알베르토 그라나도스와 함께했던 라틴지역 여행, 쿠바에서 만난 혁명동지 카스트로와의 인연, 일다 가데아와의 결혼, 그리고 볼리비아에서의 죽음까지, 체 게바라의 일생을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냈다. 관련 사진과 지도들도 볼 만하다. 열매출판사/400쪽/1만2000원
리진(전2권) 신경숙 지음
아기 나인으로 궁에 들어가 명성황후의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무희로 자라난 리진은, 조선의 초대 프랑스 대리공사 콜랭 드 플랑시의 눈에 들어 함께 프랑스로 간다. 리진은 근대 서양문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파리 사교계의 꽃이 되지만, 아이를 유산한 후 상실감과 향수병이 심해져 우울증을 겪는다. 결국 리진은 조선으로 돌아오지만 비극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2대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프랑스 외교관이 본 개화기 조선’에 프랑스 외교관이 조선의 무희에게 반해 그녀를 파리로 데려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A4용지 한 장 반 분량이다. 작가는 여기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한 여인의 삶과 기우는 조선의 운명을 섬세하게 직조했다. 문학동네/각 296쪽, 360쪽/각 9800원
깨끗함과 더러움 조르주 비가렐로 지음, 정재곤 옮김
중세부터 현대까지 청결의 개념과 기준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피고, 그 철학적·사회적 의미를 밝혀낸 책. 흥미 위주의 일화를 나열하는 데서 더 나아가 신체와 물의 표상, 내밀함의 증대, 공간과 사회계층의 변화 등 몇 가지 주제의 복잡다단한 변화과정을 살펴본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청결은 건강과 무관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신분이나 인품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18세기 들어 비로소 화장실, 비데 등이 발달하면서 청결의 개념이 내밀해지고, 세균의 위험도 강조된다. 18세기 이후 공공 위생에 대한 관심이 서민층에게까지 확산되는데, 비자발적인 형태를 띠었다. 노동력을 보존하려는 상층부는 세균의 위험을 과장하고 공포를 조장했다. 돌베개/344쪽/1만5000원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김주하 지음
MBC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앵커 김주하의 에세이집. 지난 10여 년의 방송 경력을 22개의 에피소드로 압축해 담았다. 신문반 활동을 했던 고등학교 시절,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대학 입시를 다시 치른 사연 등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운명적으로’ 준비한 시간들도 포함됐다. 2004년 사내 기자시험을 통해 아나운서실에서 보도국으로 소속을 바꾼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 겪은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다. 휴일 남편까지 동원해 밝혀낸 공항 택시요금의 비밀, 목숨을 건 수해현장 리포트 등. ‘그리스 여신’이란 검색어로 인터넷을 달군 방송 의상, 애사심과 애국심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 ‘PD수첩’ 황우석 사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랜덤하우스/296쪽/1만1000원
알렉스 퍼거슨 열정의 화신 데이비드 미크 · 톰 티렐 지음, 최보윤 옮김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다 최성욱 외 지음, 양인성 그림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관한 두 권의 책. 먼저 ‘알렉스 퍼거슨 열정의 화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축구전문 저널리스트로 현재 맨유 TV·라디오에서 경기분석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미크와 15년간 맨유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한 톰 티렐은 퍼거슨 감독은 물론 맨유 출신 선수들과 상대팀 감독, 동료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파헤친다.
퍼거슨은 1986년 ‘술주정뱅이군단’으로 불리던 맨유의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한 유소년 인재를 키웠기에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스코틀랜드 노동자 정신을 주입해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는 최고의 선수로 길러냈다. 그렇게 해서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에게 절대 휘둘리지 않으니 ‘마인드 게임’의 최강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퍼거슨의 성공 전략뿐 아니라 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다’는 전·현직 축구전문기자 네 명이 공동집필한 본격 프리미어리그 안내서다. 프리미어리그의 유래, 전설적인 스타들,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본 프리미어리그 등을 전해준다. 프리미어리그 투어를 준비하는 배낭여행객에게 필수적인 여행정보도 담았다.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각 320쪽, 240쪽/각 1만2800원, 1만3500원
이것이 네이버다 윤선영 지음
이 책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이야기하되, 이야기의 초점을 ‘네이버호(號)의 선장’ 이해진 대표에게 맞추고 있다. NHN을 8년간 밀착 취재한 IT전문기자인 저자는 “주인공 이해진이 용기 하나만 가지고 ‘평등한 지식 세상’을 찾아 떠나는 모험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그린 모험의 세계는 오늘의 NHN을 가능케 한 순수한 꿈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오늘날 NHN을 있게 한 또 하나의 신화 ‘한게임’의 김범수 대표, 검색기술의 1인자 이준호, 다음의 이재웅 대표 이야기도 실려 있다. 다음, 엠파스, 프리챌, 싸이월드, 그리고 구글이나 야후 등 국내외 포털사이트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흥미롭다. 창조적 지식 공동체 싱크SYCN/416쪽/1만원
김신명숙의 선택 김신명숙 지음
“많은 여성이 스타의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결혼식 모습에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요. 하지만 결혼의 진실은 결혼생활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결혼식장의 신랑 신부 모습에 있는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이혼 과정을 통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지요. 마치 수박을 깨봐야 그 안의 내용물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처럼요. 선옥 님, 서른이 코앞이라도 결코 나이에 쫓겨 결혼을 서두르지 마세요. 너무 늦은 시작이 없듯이 너무 늦은 결혼도 없으니까요.…사랑하는 언니가.”
1996년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로 나쁜 여자 신드롬에 불을 붙인 김신명숙이 이번엔 ‘따뜻한 언니’가 되어 여성들에게 또 한 번 말 걸기를 시도했다. 한국의 보통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쉬운 페미니즘 입문서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한국 여성이 당면한 문제가 어떤 구조 속에서 생겨났고,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 ‘진정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위해서는 어떤 시각과 태도가 필요한지 편안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여성을 에워싼 갖가지 고정관념에서부터 사랑-그 축복 속의 함정들, 성과 외모-하나이지 않은 오르가슴을 찾아서, 결혼-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직업-남편은 잊어라, 엄마 되기-해방된 엄마 행복한 아이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제각기 맞닥뜨린 문제에 따라 골라 읽고 생각을 정리하기 좋게 구성됐다.
저자는 그 윤곽 안에서 헤매는 여성들이 “자발적인 선택의 길을 찾는 데 길잡이 노릇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프/344쪽/1만1000원
북유럽의 매력 I.C.E 황스자 지음, 성은리 옮김
척박한 자연환경, 적은 인구 등 열악한 조건을 가진 북유럽 국가의 경쟁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노르웨이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2년 동안 생활한 타이완인 저자는 복지국가, 디자인 강국, 세계 최상위 삶의 질을 자랑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은 거창한 데 있지 않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북유럽 경쟁력의 핵심으로 ‘지혜(Intelligence)’ ‘창의력(Creativity)’ ‘기품(Elegance)’을 꼽고, 이를 북유럽에서 겪은 에피소드들과 곁들여 소개한다. 화려하거나 넘치지는 않지만 평화롭고 여유로운 북유럽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만족할 줄 모르고 한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스트북스/200쪽/1만2000원
침묵 예찬 마르크 드 스메트 지음, 김화영 옮김
“심리적 혼란과 광기는 내면의 소음들이다. 균형과 평화는 내면의 침묵들이다. 인격 장애를 치료하는 기적 같은 약이 하루아침에 발명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들 각자에게는 되찾아야 할 저 내면의 고요 속에, 기막힌 컴퓨터인 우리 뇌의 다양한 회로들의 저 자유로운 연결 속에 이미 그 약은 존재하고 있다.” 흔히 침묵을 ‘말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참선수행 전문가인 저자는 침묵이 정신활동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잠시 침묵하며 세상을 바라보면 좀더 현명하고 자유로운 본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침묵에 대한 작가의 가르침은 제 목소리 내기에 바쁜 현대사회에 다른 삶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현대문학/296쪽/1만1000원
무기가 된 역사 에드가 볼프룸 지음, 이병력·김승렬 옮김
불과 한 세기 동안 바이마르공화국, 나치 독재, 두 차례의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분단과 통일을 겪은 독일의 역사를 통해 역사가 어떻게 기득권의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독일의 거의 모든 역사가가 베르사유 평화협상을 부당한 재판이었다고 해석했다. 억울하다는 역사 인식은 히틀러의 등장을 “오랫동안 고대했던 국가적·사회적 단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고, 역사가들은 대부분 ‘소신’에 따라 나치에 협력했다. 1950년대 말까지 서독에서 홀로코스트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며, 국가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역사교육이 강화된 1960년대 중반 이후에도 역사학계의 보수파를 중심으로 ‘민족적 정체성’ 논란이 줄곧 제기됐다. 역사비평사/284쪽/1만3000원
부의 제국 존 스틸 고든 지음, 안진환·왕수민 옮김
이 책의 부제는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나’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영국 식민지에 불과하던 미국이 오늘날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미국의 경제발전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가 미국의 경제적 성공요인을 전쟁에서 찾는 점이 인상적이다. 18세기 후반의 독립전쟁은 미국이 부의 제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고, 19세기 후반의 남북전쟁은 현대적인 산업경제체제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으며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로소 미국이 부의 제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그 위상이 더 공고해졌다고 설명한다. ‘부의 제국’의 종자돈이 담배산업이었고, 패스트푸드가 남북전쟁의 유산이었음을 드러낸다. 황금가지/580쪽/2만3000원